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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Mar 10. 2017

기획 업무의 표준

내가 하는 일을 다른 데서도 써 먹을 수 있을까


기획 실무 강의 열풍



페이스북이나 브런치를 돌아다니다 보면 기획과 관련된 강의가 정말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전략 스킬 셋부터 한 때 불 붙었던 M&A 실무 특강, 데이터를 마케팅 기획적인 측면에서 다루는 강의까지 있습니다. 영업이나 구매, 생산, 물류 등의 타 직무와 비교해 볼 때 기획과 관련된 강의의 양은 상당히 많습니다. 그것은 기획이라는 이름 아래에 얼마나 다양한 성격의 업무가 있는지에 대한 방증이 되기도 합니다. 기획이라는 것은 접미어로 붙을 뿐 전략은 전략기획, M&A는 전략과 재무 기획, 데이터는 마케팅 기획 등에 보다 가깝기 때문이죠. 이 외에도 그냥 기획부터 영업 기획 등 기획이라는 다양한 이름은 헤드헌터와 이직 희망자가 단어의 정의를 맞춰가야 할 정도로 복잡하고 다양하게 되어 버렸습니다.



기획이란 이름이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는 것 처럼 기업과 기업 사이의 '기획'이라는 직무는 더 알 수 없는 미궁이 되어 버렸습니다. 보통 영업 관리나 상권 개발, 홍보 등의 업무는 산업과 배경에 의해 조금만 다를 뿐 이 회사 사람이 저 회사 이 직무가 무엇을 하는지 대충 유추할 수 있습니다. '저기는 어디에 가서 무엇을 협상하는 게 주된 일이겠구나', '저기는 결국 저걸로 평가를 받겠구나'가 머리 속에 그려집니다. 실제로 링크드인(linkedin) 등의 사이트에 cover-letter나 이력서를 올린 이런 직무의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스펙트럼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획은 좀 다릅니다. 내가 지금 하는 이 일을 다른 데서도 이렇게 하고 있을까에 대한 막연한 의문이 드는 때가 많습니다. 다른 직무도 그럴 때가 없지 않지만 특히 다양한 스킬 세트(skill-set, 이후 '스킬 셋')를 써야 하는 기획은 이런 방법으로 하는 게, 이런 툴(tool)을 쓰는 게 업계의 표준인가에 대해 의문을 가질 때가 많습니다. 이것은 곧장 이 회사에 대한 의심으로 발전하고 대학원이나 이직의 시작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내가 하는 일을 다른 데서도 쓸 수 있을까



실제로 회사에서 업무를 하다보면 같은 직무의 후배들에게 이런 질문들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이렇게 일하는 게 다른 데서도 하는 방식이 맞는지 서로 모를 때가 있습니다. 특히 '순혈주의'의 기업일수록 이건 더 모릅니다. 회사가 잘 될 때에야 넘치는 자신감에 다들 걱정 않지만 사업이 정체 혹은 하락세에 접어들면 이런 인식은 곧장 이직 때의 몸값과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인식되어 다들 관심을 갖게 됩니다. 그래서 기획 직무에 대한 강좌도 강사도 책도 꾸준히 되는 지 모르겠습니다. 기획 일은 가르쳐 주기에는 설명할 게 많고 어디 쓰면서 해야 하고 경쟁사 사람들하고 이야기 하지 않는 게 많기 때문이죠. 특히 스킬에 대한 부분은 더욱 그렇습니다. 강좌 대부분이 스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밸류에이션 방법부터 데이터를 다루는 방법, 컨설팅 펌에서 쓰는 사고의 도구는 안하고 있던 사람, 몰랐던 사람에게는 굉장히 전문적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생소한 용어는 상상력을 더해 뭔가가 있고 그것을 배우면 나는 달라질 수 있다는 막연한 동경을 갖게 만들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을 학원 홀릭, 배우는 데 홀릭으로 살아오게끔 만든 한국 사회의 단면, 그 연장 선상이라고만 치부할 수는 없습니다. 이런 스킬 셋에 대해 알려주는 데가 너무 없기 때문입니다. 학부에서 배우는 경영학은 책에 있는 이론일 뿐 당장 와 닿지 않기에 이해 정도면 하지 각론은 휘발해서 이미 없어지고 맙니다. 당장 내일 쓸 게 아닌 다음에야 누가 그 배경을 이해하면서 스킬 셋을 체득화 할 수 있겠습니까. 학부를 나와서 입사를 해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신입 교육 몇 일 혹은 몇 주를 하는 기업도 대게 이런 것을 몰아서 중요하지 않게 다루고 정신 교육을 주로 할 뿐, 그마저도 실무에 투입되면 알려주는 사람도 없습니다. 마치 소년 학도병처럼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결과물을 만들어 와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상대평가는 서로 가르쳐 주거나 협업하는 시간을 기업 내부에서 상당히 사라지게 만들었습니다. 누구에게 알려주기에는 일이 사람에 비해 너무 많은 것도 이런 것을 부추깁니다. 결국 성장은 살아 남은 사람들이 귀납적으로 경험을 통해 체득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런 배경은 기획 강좌를 회사 밖에서 찾기에 충분하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그럼 과연 많은 기획 실무 강좌 홍보 멘트처럼 '기술 = 전문성'일까요? 전문성에 대한 샐러리맨들의 태생적 갈증은 기술이 주목적이 된 학습으로 이끌고 있습니다. 사실 알고보면 별 거 아닌 로직이나 프로그램 다루는 방법인데 그것을 하느냐 못하느냐에 대해 절대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그런 프로그램은 학원에서 말하듯 '단기 속성 0주' 면은 익힐 수도 있는데 말이죠.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이 정말 업계에서 원하는 전문적인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직능에 왕도가 존재하면 차라리 편할 것을



업계에서는 표준에 가까운 직능별 스킬 들이 있어 왔습니다. GE의 조직론이나 BCG와 맥킨지의 전략 프레임, 투자 은행에서 쓰는 밸류에이션 방법들 같은 거 말입니다. 이런 스킬들은 대학교 교재에도 다루기도 하고 심심하면 쏟아져 나오는 외국 작가들의 경영 신간에서 단골로 나옵니다. 이것과 관련된 자격증이 있고 새로운 수요를 창출합니다. 단행본으로 이런 스킬 셋을 다루는 책은 스테디셀러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에서 광고하는 많은 강의들은 이런 것에 대한 것이죠. 이것은 어떤 스킬 셋이며 이렇게 쓴다는 것을 알려주는 게 대부분입니다. 이런 스킬들을 아는 것은 좋습니다. 모르는 것보다 아는 게 낫습니다. 카페를 차릴 사람이 스타벅스의 로스팅 방법을 아는 것이나 에스프레소 바의 운영 방법을 배우면 모르는 것보다 더 잘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기술은 관점 안에서 사고하지 못하면 곧 휘발되고 맙니다. 환경에 따라 표준 정도로 생각되던 스킬 셋도 바뀌기 때문입니다. 스킬 셋이 바뀌지 않는다면 암기만 해도 계속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주 바뀌는 경영 환경은 한 스킬 셋이 계속 변함 없도록 놔두지 않습니다. 기존 강자들의 몰락이 이것을 부추깁니다. 한 때 잘 나갔던 기업에서 사용한 기획방법이 그 회사가 추락하면 유효하겠습니까? 노키아의 연구와 양산 프로세스가 여전히 매력적입니까? 얼마 전 많은 리콜을 해야했던 토요타의 품질관리 기법이 불변하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정리된 기술이 계속 살아남는 것은 뻔한 것 정도입니다. 상식적으로 구분할 수 있는 수준의 것들이죠. 매출은 입점 고객 수와 구매율과 객단가의 곱으로 이뤄진다는 것처럼 수학적 정리에 가까운 것 정도만 계속될 수 있지 일정한 전략과 전술에 바탕을 둔 스킬들은 환경의 변화에 따라 부침을 겪습니다.








선도 기업과 인물을 보통 추종한다



보통 스킬은 그 산업이나 기술을 처음하는 회사의 사례를 따라갑니다. 왕도는 따로 없습니다. 고객 분석 모델 같은 경우에는 기존에 먼저 시작한 금융사의 방법론을 가지고 최근 유통이나 제조사까지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런 스킬은 먼저 시도한 산업이 자연스레 주류가 되는 것이죠. 당연히 후발 주자들은 먼저 시도한 기업의 경험자를 구할 것입니다. 이 산업이 뜨면 먼저한 사람 자체가 표준이 되고 스킬 셋 정리는 추후에 되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 외에 시장에서 그 방법론을 구할 어떠한 자료도 당분간은 없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은 대외비로 감추어져 있고 대학 교재나 강좌로 나올 때는 상당히 대중화 된 다음이니까요.



하지만 이것도 영속할 수는 없습니다. 최초 시작 단계에서 먼저 하는 스킬을 추종하지만 이것 역시 돈이 된다는 증명이 이뤄지지 않으면 사라집니다. 돈이 되는 같은 분야의 새 스킬이 나오면 금새 그 자리를 차지해 버리고 기존의 스킬은 무용한 것이 되어 버립니다. 스킬 셋을 사용하는 조직이 성장하면 그 스킬 셋이 곧 업계와 직능의 표준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표준이라는 것은 국제 인증이나 법을 제외하고는 별도로 존재하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전술한 링크드인 같은 어플에 올라온 타인의 이력을 자세히 보다보면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의 이력서에 스킬 자체가 아닌 실적을 주로 쓰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자신이 다룰 수 있는 스킬 셋을 자세히 쓰는 사람은 많이 없습니다. 오히려 무엇으로 얼만큼의 실적을 내었는지를 더 어필합니다. 스킬 자체는 상황에 따라 변형을 필요로 하는 것을 알기 때문이죠. 오히려 '내가 이렇게 돈 번 경험이 있다', '나는 돈을 벌어다 줄 수 있는 사람이다'를 어필하는 게 더 매력적이란 것이죠. 어디까지나 기업은 학문하는 사람이 아닌 돈 버는 사람을 뽑기 때문이죠. 로켓에 올라가는 사람들 처럼요.



그러므로 스킬을 자신의 환경에 맞게 변형하는 작업이 모두에게 필요합니다. 자신이 사회 생활을 처음할 시기에 유행한 주류 이론을 알고 그 이후부터는 누가 가르쳐주지 않고 스스로 해 나가야 하는 작업인 것입니다. 스킬은 존재하는 기업이 처한 상황이나 조직구조에 따라 최적화 되는 방향으로 만들어지고 반드시 무엇을 써야 잘된다는 것은 없기 때문입니다. 변수 하나라도 옆 기업과 다른 게 있는 게 당연합니다. 역량도 사람도 정치도 다릅니다. 완전 같다면 그것은 벤치마킹을 가장한 전략 실종이죠. 스킬 셋에 대한 이해는 기본적으로 조금은 하되 이것에 매달리거나 이것이 마치 없던 전문성을 만들어 주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는 말입니다. 오히려 기존 스킬 셋을 완전히 포맷하고 새로운 환경에 맞게 새로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 수 있다면 그제서야 완전히 해당 분야의 스킬을 이해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마치 태극권의 탄생이라고 할까요?





직능의 정반합, 생각의 정리



중요한 것은 최초에 익힌 그 스킬 셋이 왜 필요하고 어떤 배경과 필요에서 그게 설계 되었고 그것이 말하고 있는 철학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입니다. 철학은 조직과 고객 행동을 모델링 하는 전제, 관점을 이야기 합니다. 예측이라면 예측을 하는 근거에 대한 철학이죠. 그것은 수식의 변수와 분자, 분모, 연산기호에 내포되어 있습니다. 연역과 귀납적 방법 중 어느 것을 택하냐가 이것의 변화를 누가 주도하는지 내포합니다. 이것에 대한 이해가 후발주자들에게 필요합니다. 단순히 공식이나 스킬적인 프로세스 자체만 바라보면 변형과 재창조는 할 수 없습니다. '왜 듀퐁 모델은 자기자본수익율을 주제로 했을까, 더 나은 도구는 없을까, 지금은 뭐가 더 중요할까', '경쟁 전략은 디바이스 환경의 변화에 따라 어떻게 바뀌고 있는가, 수정할 정도인가', '수요와 공급이 만드는 시장 논리에 현재는 어떤 경직적 장치가 존재하는가, 내가 하는 일과 예측에는 어떻게 적용되는 게 맞는가' 같은 생각은 실무만 하는 사람에게 사치 같은 생각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결국 자기 평가를 받는 빼도 박도 못하는 팀장이 되는 시기, 대략 30대 후반부터는 이것에 대해 꾸준히 혼자 뭘하든 해 온 고민이 자신의 역량을 말해 줄 것입니다. 프로그램은 누구나 하면 됩니다. R을 다룬다고 모두 통계전문가가 아닌 것을 다 압니다. 여기서는 뭐가 필요하고 어떻게 보는 게 맞고 뭘 하는 게 좋다는 것은 정답이 늘 같지 않습니다. 자신의 관점이죠. 그것을 해 본 사례가 있다면 더 각광받을 것입니다. 핵심적인 스킬 셋, 많이 사용하는 스킬 셋은 어딘가에도 수요가 있고 어떤 형태로든 쓰고 있을 것입니다. 현재 사용하는 것에 대해 자신 나름대로의 관점으로 정의하고 방향에 대해 고민한다면 그게 실체적으로 완전히 같지 않더라도 분명 이직했을 때 적응하고 주도하는 데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직한 거기서도 대부분은 왕도를 찾고 있을 거니까요.



자기 정리의 방법은 누적해서 많은 양을 쌓고 그 중의 몇 개만 남기는 식으로 보통 이루어집니다. 쌓는 방법부터 '유레카!'가 터져서 연역적으로 하는 사람은 많이 없습니다. 스킬 셋에 대해 해당 영역의 우수한 서적을 읽고 정보 습득을 그것 중심으로 확장해 나가면 됩니다. 처음에는 로직 자체를 이해하려고 하다가 나중에는 배경과 변형에 대해서 알게 될 것입니다. 이런 것은 강좌 몇 개 듣고 단기 0주 완성으로 얻을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닙니다. 자신이 생각이 함께 기록되어 컨텐츠와 생각이 일정한 사이클을 돌면서 쌓이면 알게 되는 것이죠. 실무에 적용하면서 Try & Error를 얼마나 잘 정리해서 돌리느냐가 모멘텀이 될 것입니다. 이런 학습법은 오히려 강좌의 아이템보다 더 나은 비전을 만들어 줄 것입니다. 대부분은 스킬 셋 자체에서 멈추기 때문이죠. 안도감에 만족하고 책 내용이 아닌 '읽었다'에 의미를 두니까 그렇습니다. 그렇게 표준은 자신의 나이 듦과 함께 만들어 갈 수 있어야 기획자 뿐 아니라 누구라도 커리어의 성장을 동반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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