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eter Mar 22. 2016

일은 시작하기 전에 끝나있다

시키는 사람이나 하는 사람이나 주도적으로 할 수 있게

회사에 잘 맞는 사람이란 게 있을까요? 재미있는 것은 평가가 좋은 사람이 계속 평가가 좋은 경우가 많다는 것이죠. 이것은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합니다. 물론 탁월한 성과습관이 있는 사람이 계속 잘할 수 있는 것이고 고착화된 기록은 무능한 리더에게 보험같은 느낌으로 지속적으로 좋은 평가를 동반하게 합니다. 그런데 그 '성과습관'에 주목해봐야 합니다. 조직에서 일을 잘한다는 것의 출발점은 어디에 있을까요? 그 시작은 일이 만들어진 계기를 실제 일을 하는 말단까지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조직의 기본적인 문제입니다. 한 사람이 다 할 수 없으니 만들어진 조직을 어떻게 한 사람 같이 할 것인가하는 문제죠. 그런 고민으로 많은 기업들이 '회의' 문화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고  IT기반의 커뮤니케이션 디바이스로 기업의 속도를 높이려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말씀드린 것 처럼 대부분 평가를 잘 받는 사람이 계속 잘 받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모든 회의가 완벽할 수 없습니다. 회사에서 열심히 만든 통신장비는 도구 그 이상의 것이 아니죠. 전화기 새로 샀다고 부모님께 전화를 더 자주 하는 게 아닌 것처럼요. 시계를 과거로 조금 돌려보면 대학교에서 팀플을 할 때 어떤 팀이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나요? 하루 종일 모여서 지리한 헛바퀴 돌리던 미팅이 많은 팀이었나요, 아니면 모두 태블릿 등 몇 개의 장비 정도는 기본으로 갖추고 서로 다른 짓을 하던 팀이었나요? 시대의 변화에 따라서 많은 담론들이 이 커뮤니케이션을 지나가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은 일할 시간을 충분히 주고, 그 전에 사전 합의를 통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모두 인식 하는 것, 그리고 일 추진 중에 서로 편하게 만나서 좋은 아이디어든 나쁜 아이디어든 숨기거나 왜곡함 없이 나눌 수 있는 환경에 있는 게 아닐까요?


실제 회사에서 일을 잘한다고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을 보면, 탁월한 컨셉과 풍부한 경험치로 일을 잘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들도 처음에는 정확한 의도를 파악하고 현장에서 스스로 피드백했던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그 때는 조직이 보다 유연한 상황이었겠지요. 처음에 일을 말한 사람과 충분히 이야기하여 구체적인 얻고자 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왜 그것이 나오게 되었는지를 나눈 후에 일을 시작하는 것과 그냥 하라고 해서 아무 말도 못하고 책상에 앉아 있는 것은 큰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1. 왜 이 주제가 나오게 되었을까요

업무를 말한 상사가 출발점이라면 이 주제는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무엇이 옳은 내용과 방향인지 일을 실제하는 사람이 납득될 수 있는 수준으로 정리해야 합니다. 물론 충격적인 '창조적 파괴' 수준의 내용이라면 납득이 어려울 수도 있죠. 하지만 실무자가 동의하지 않는 일은 보통 제대로 진척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가끔 '이 사람은 동의가 되어야 움직인다'를 나쁜 개인 평가로 말하는 상사들이 있는데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야말로 조직의 소통 문화를 어지럽히는 사람입니다. 업무 주제가 위로부터 온 내용이라면 더더욱 설명과 합의가 필요합니다. 한 다리만 건너도 의도가 틀어지고 중간 관리자의 생각으로 왜곡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모든 구성원이 일을 하기 전에 주제를 나누고 합의하는 것은 실제 일을 하는 것보다 더 큰 성과의 지렛대가 될 수 있습니다. 조직에 최고 경영진이 말하는 아젠다가 현장에 전혀 진척이 없는 경우에는 이 문제에 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소통이 안되고 합의가 안되는 중간 관리자는 교체가 필요합니다. 이것에 대한 피드백을 수시로 할 필요가 있습니다. 내부고객의 불만을 수시로 반영하는 문제죠.



2. 구체적인 결과물의 형태는 어떤 것인가요

결과물은 디테일이 중요합니다. 특히 기획 일이란 것은 같은 재료를 어떻게 플레이팅 하느냐에 따라 드시는(?) 고객의 만족이 상당히 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과물을 어떤 형태로 정리할지는 아주 중요한 일이기에 업무에 대해 합의할 때 이것까지 정리가 되어야 합니다. 어떤 형태(파일인지 메일인지 생산물인지 스케쥴 수준인지 등등 파일이면 어떤 파일인지...)를 어떤 수준의 세세한 내용으로 풀지(이것을 정하는 게 기획의 야근과 특근을 가늠합니다) 미리 정리되어야 합니다. 보통 많은 결과물의 수정과 컨펌의 무한반복이 되는 경우는 이 단계가 없어서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최초에 결과물의 수준과 형태를 정하고 이것을 바꾸지 않는 것이 하는 사람이든 받는 사람이든 일의 진척과 효율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권위적인 리더는 이 부분을 무시하고 알려주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업무 테스트, 능력 테스트라는 회사에서 쓰기 어려운 단어로 아무 것도 알려주지 않고 결과물로만 사람을 평가하려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모든 케이스는 업무의 진척을 늘어지게 하는 것과 함께 실무자의 의지를 떨어뜨리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3. 중간에 어떻게 소통하고 어떻게 알려드리면 좋을까요

자주 만날 필요는 없지만 일을 추진하다가 벽을 만나게 되면 빨리 해결하는 게 중요하기에 중간에 만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환경이 조성되는 게 좋습니다. 보통 권위적 조직은 일을 대강 시킨 다음 중간에 만날 수 없고 데드라인이 지나서 만나서 처음부터 다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너무나 큰 비효율입니다. 시킨 사람도 왜 시켰는지 모르고 하는 사람도 이걸 왜 하는지 어디다 쓰는지 모르는 일이 생깁니다. 수시로 만나서 일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 실무자가 일을 못해서 다시 물어보는 것이 아닌 실무자가 일에 대한 열정이 있어서 진척을 하다가 막히는 것을 빨리 해결하기 위해 만난다로 생각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다만 일을 해보지도 않고 계속 만나서 조건만 재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전반적으로 우리 나라 기업들의 문화는 토론보다는 상명하복식의 업무 지시가 강한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학교 다닐 때도 토론보다는 주입식으로 배운 것이 강했고 군대를 갔다와서 마음 속에 군인이 살거나 아직도 군인이라고 생각하는 상사들이 회사 문화를 그렇게 만든 것 같습니다. 토론을 통해 업무의 시작을 정리하지 않으면 눈치보는 조직, 말을 만들어내는 조직이 될 확률이 높습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시작부터 업무의 출처와 실무자와의 하나됨이 필요합니다.  




작가의 다른 콘텐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