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대한 소감을 밝히기 전에 책을 요약해두는 방법에 대해 새로 배웠던 책이다. 지금까지는 소설이나 에세이를 주로 읽은 탓에 책 속 문장 그대로를 발췌해 두면 독후감을 쓸 때 인용하며 써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은 문장문장이 중요하지 않고 생각이 전개되는 흐름이 중요한 것이라 발췌문만으로는 의미있지 않았다. 그래서 단원의 내용을 통으로 요약해서 따로 적어 두어야 했고, 그래서 읽고 정리하는 데 오랜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그 덕분에 정리한 내용을 다시 보니 책에서 각 업계를 어떻게 분석했는지가 한 눈에 보인다. 소설은 깊게 읽으려 다회독을 한 뒤에 독후감을 쓰려 했지만 이런 비문학 교양서는 초회독을 하면서도 내용을 정리하며 읽으면 빠짐없이 읽을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회계사인 저자가 여러 업계의 명사를 초청해 명사가 설명하는 업계 트렌드를 소개하며 회계사로서 본인이 분석한 업계 동향을 설명해 주는 책이다. 사실 초청명사의 인사이트는 유튜브 영상을 봐야 더 잘 전달되고 영상 내용을 사후에 책으로 엮은 것이다 보니 책에선 이재용 회계사의 업계 재무분석이 주를 이룬다. 숫자와 법에 약하다 보니 이런 내용은 언제나 흥미롭다. 신기할 것 까진 없지만 재무제표를 보고 이 기업이 어떤 형태로 영업을 하고 있는지를 유추할 수 있다니. 남의 일기를 읽고 그 사람의 심리상태를 분석하는 것만큼이나 흥미롭다. 회계에 문외한이다 보니 저자의 분석을 100% 이해하지 못한다는 게 아쉽지만. 출판, 웹툰, 음악엔터, 팝업 스토어, 패션, 웰빙, 명품, 뷰티, 캠핑, 항공, 러닝, 스포츠, 페스티벌, 베이커리, 와인, 라면, 커피, 디저트. 이 책에서 다룬 업계의 종류다. 정말 다양한 분야의 업종을 다루며 각 업계가 돈을 굴리는 방식을 설명해 주고 있다.
아침마다 러닝을 하고 있으니 러닝업계를 소개해 주는 부분도 흥미로웠는데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은 팝업 스토어에 대한 내용이었다. 보통 ‘팝업스토어’하면 성수동 일대를 떠올리지만 책에선 특별히 여의도에 있는 현대백화점, ‘더현대 서울’을 새로운 팝업스토어의 성지로 조명했다. 성수동의 임대료가 치솟아 소규모 브랜드는 입정할 엄두가 안 나는 상황이 됐으며, 백화점으로서 더현대 서울 주변의 입지만 고려하면 여러 약점을 갖고 있지만 일대를 조금만 넓히면 뜻밖에 엄청난 모객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 소비자들이 더 가까이 있는 백화점을 두고 더현대를 찾아갈 명분을 고심하던 차에 MZ 세대들의 지지를 받는 브랜드와의 팝업 스토어 협업이 좋은 솔루션이 되었다는 설명이 차분하게 이어졌다. 플랫폼과의 협업은 현실적으로 플랫폼보다는 플랫폼에 참여하는 쪽이 어느 정도 손해를 감수하고 브랜드 파워 확보를 위해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는데 책에서 소개하는 더현대의 팝업스토어 콜라보 모델은 양쪽에 확실한 이익이 있는, 근거있고 성공적인 협업 모델로 보여 흥미로웠다.
단순히 업계 비즈니스 모델의 주요 특징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업계의 대표 브랜드의 재무제표를 통해 어떤 전략이 성공해 영업이익이 증가할 수 있었는지, 반대로 어떤 전략이 실패해서 이익이 줄었는지를 분석하는 방식도 재밌게 읽었다. 디저트 부문에서 그런 분석을 시도하는데, 노티드와 런던베이글뮤지엄을 디저트계의 양대 산맥으로 소개하며, 두 브랜드 모두 참신한 브랜드 컨셉을 무기로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으며 성장할 수 있었지만 노티드의 경우 너무 빠른 속도로 점포 확장을 시도한 탓에 높아지는 임차료의 부담이 오르고 브랜드가 가진 분위기의 희소성이 감소해 소비자의 선호를 까먹고 말았지만 런던베이글뮤지엄은 빅몰위주의 입점 전략, 즉 브랜드 가치를 지키는 전략으로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는 대조 분석이 흥미로웠다.
회사의 경영진은 항상 선택을 한다. 당연히 그 선택에는 근거가 있을 것이다. 그 선택이 기대한 결과를 불러오지 않았을 때는 무엇을 더 고려하지 못했기 때문인 걸까? 책을 읽다보면 브랜드 가치를 지키려 한 노력이 좋은 결과를 불러오는 경우가 많이 보였다. 현지화 전략을 취한 파리바게뜨와 달리 한국식으로 고급화한 빵을 선보이려한 뚜레쥬르의 해외 성적이 높다는 사실, 대형마트가 값비싼 와인 매대를 따로 구성하는 것에 소비자들이 잘 호응하지 않지만 편의점 한 켠에 저렴한 와인을 들여 객단가를 높이는 전략을 시도한 것이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점 등. 우리 비즈니스의 특징, 주 소비자층이 우리에게 기대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도가 전략의 성공률을 높여준다는 사실을 시사하는 대목이 많았다.
그런가하면, 일면 정반대라고 느낄 수 있겠지만 발빠르게 시장 수요에 맞춰 변화한 브랜드가 큰 성공을 거둔 경우도 있었다. 미국프로농구인 NBA는 전세계 최고의 농구 프로리그지만 MZ세대가 스포츠경기를 즐길 수 있도록 게임 규칙, 저작권 조건을 완화하여 게임이 더 속도감있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하고 경기 영상이 더 자유롭게 SNS 상에 공유되도록 하여 발길을 붙잡고 있다.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이 해외에서 바이럴되자 까르보불닭과 같은 여러 파생 상품을 발빠르게 개발하여 큰 성공을 거둔 것도 그런 예가 될 것이다.
결국 비즈니스를 성공시키는 단 하나의 전략은 없다는 뜻이다. 만약 이것을 운이라 한다면 운이란 결정론적인 단어가 아니라 복잡계에서의 예측불가능한 요인들의 상호작용을 통칭하는 단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의 머리로 계산할 수 없는 것들이 AI를 통해 점점 예측가능해지는 시대에서 그렇다면 운의 비중은 점점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운칠기삼(運七技三)의 시대가 아닌 기칠기삼(機七技三)의 시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