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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울민트 May 12. 2022

노동하지 말고 운동하세요

헬스장 탐구 소설


해도 해도 피곤하다.  

뱃살도 그대로고 얼굴은 더 넙적해진 거 같다.   

이렇게 들고뛰고 난리 치는데 어째 영. 하는 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네. 운동 가는 발걸음이 무겁다. 권태기인가 보다.


몸이 나아졌다는 기별이 없다.

나아질 거라는 기약도 없지만 '당장의 결과에 연연하지 말고 지금 내 몸에 좋은 일을 계속 하자.' 다시 마음을 잡았다.




공휴일 낀 주말.

연중무휴라던 헬스장이 인테리어 공사를 한다며 문을 닫는 바람에 연달아 사흘을 꼼짝없이 쉬게 되었다.    


휴관 소식을 듣자마자 몸이 근질근질하고 답답해서 견딜 수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 운동할 수 있는 일정을 짜 보려 궁리했다. 하지만 마침 동생 생일에, 부모님과 식사 약속이 겹쳐 어찌해볼 도리가 없었다.


그리고 월요일. 새벽 6시.

문이 열리자마자 달려가 레그 프레스를 시작했다.




어랏.

가볍다..!


쉬는 동안 근력이 떨어졌을까 봐 염려했는데, 몇 날 며칠 힘겹게 들어 올렸던 발판이 번쩍번쩍 들린다. 이게 웬일인가. 기분 좋게 5kg씩 증량했다. 운동을 마치니 몸이 개운하다. 그래, 이게 운동이지!


영양제며 운동 보조제를 한주먹씩 챙겨 먹었을 때보다 더 좋은 컨디션이다.


만 약이 필요 없었다. 휴식하면 되는 거였다.


내 몸의 소리를 들으면 되는 거였는데

몸을 위한다면서 오히려 몸의 필요를 무시하고 있었다.




남자에게 얘기했더니

한심하단 눈빛으로 '내가 얘기했잖아.' 한다.


맞다. 크레아틴이 신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그러지 말고 좀 쉬라고 했는데 그땐 들리지 않았다.

잠도 줄이고, 밥도 줄이고, 약만 한주먹씩 먹고 그렇게 운동하면 몸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는 것인데.


남자는 말을 이어갔다.

'운동할 때 근육이 생성되는 게 아니야. 쉴 때 근육이 회복하고 재생해.'


아. 그렇구나.


그리고 '하체 운동을 하루 했으면, 다음날은 쉬고 상체 운동을 하는 식으로 루틴을 바꿔보는 건 어때?' 남자가 제안했다. 날마다 운동하기 원하는 내 강박적인 욕구와, 반드시 휴식을 가져야 하는 신체의 필요를 고려한 방안이다. 그래. 좋은 생각이다.  




'회원님은 지금 운동이 아니라 노동을 하고 있어요.'

그 호랑말코가 한 말이 떠오른다.


쉬지 않고 무식하게 밀어붙이면 내 몸을 살리는 운동이 아닌, 축나게 하는 노동이 되고 만다.   


호랑말코가 사람 비위를 못 맞춰서 그렇지 틀린 말 한 건 없다.


쉬는 동안 비로소, 그토록 바라던 근육이 붙었나 보다.


휴식이 근육에 약이 되었다.




크레아틴을 끊었다.

크레아틴도 몸 상태가 어느 정도 정상일 때 먹어야 제 기능을 발휘한다. 먹지 않고 쉬지 않으면서 크레아틴의 효과에만 기대는 것은 위험하다.          


약을 먹지 않으면
내가 운동에 끌려다니는 느낌이다.
약을 먹으면,
내가 운동을 주도하는 느낌이다. 그것도 아주 가뿐하게. 주위에서 보면 간혹 부담스러울 만큼 파이팅 넘치는 모습인지도 모르겠다.

도전적이고 모험적이고 과감하게 평소보다 증량하여 기구를 들거나 속도를 높인다. 헬스장 들어서자마다 자신감과 활력으로 내 주변 공기를 압도한다.

이러니 약을 끊기 어려운 거 아닌가 싶었다.


그러나
그것은 약 기운이지 내 기운이 아니다.
그것은 약의 힘이지 내 힘이 아니다.
그건 약이지 내가 아니다.




크레아틴의 힘으로 일시적으로 운동 과제를 수행할 수 있지만 그걸 내 운동 능력이라 착각해서는 안된다.


그건 크레아틴이 한 거다. 내가 아니라. 크레아틴을 빼먹은 날 다시 이전의, 아니 이전보다 더 힘겨운 몸 상태를 볼 때마다 느꼈다. 그건 내 몸이 아니었구나.


조금 더디더라도 내 근육의 힘을 믿고
차근차근 속도를 조절하여 운동하다 보면
분명 기운이 올라온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곧 안정적으로 편안하게 운동할 수 있다. 그래 이게 바로 내 힘이다. 기다리더라도 내 스스로 힘을 끌어올려 운동하는 게 가장 건강하게 운동하는 방법이란 생각이 든다.

약에 의존하여 운동능력을 끌어올리기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직하게 스스로 내 힘을 일으키는데 익숙해지고자 한다.




시간이 들더라도 천천히  

조급한 마음으로 지나치게 몰아붙이기보다  

적당히 쉬어가면서 운동하면

몸에 부담이 가지 않을뿐더러

결국 근육이 붙고 운동이 한결 수월해진다.

자신감과 성취감도 따라온다.


노동하지 말고 운동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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