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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울민트 May 18. 2022

핸드폰을 왜 보냐고

헬스장 탐구 소설

'에효. 답답해.'

남은 시간 없어 죽겠는데 핸드폰 보고 가만 앉아있는 연놈 보면 성질나서 환장할 지경이다.


아니, 헬스장 왔으면 운동을 해야지. 왜 핸드폰을 보고 있어. 기다리는 사람 생각도 안 하고.


인기 있는 기구에는 꼭 누가 앉아있다.

레그 프레스(leg press), 레그 익스텐션(leg extention), 레그 컬(leg curl),  펙토럴 플라이(pectoral fly)/리어 델토이드(rear deltoid), 랫 풀다운(lat pulldown), 스탠딩 레터럴 레이즈(standing lateral raise)...


가끔 힙 어뎍션(hip adduction)도 하는 여자애들이 꾸준히 붙어있다. 비어있나 하고 다가가면 딴 애가 덥석 앉아버린다. 헬스장 측에서 민망하지 말라고 몇몇 기구 배치를 바꿨는데 그 이후 눈치 보던 여자들이 너 나할 것 없이 다리를 쫙쫙 벌리고 있다. 물론 난 그전부터 과감한 동작도 보란 듯이 수행하고 있던 차였다. 여왕벌들에 맞서려면 그 정도 깡다구는 있어야 하니까. 그러나 힙 쓰러스트(hip thrust)는 '난 한다''여자 중에 내가 먼저'와 같은 선구자 정신으로도 어떻게 안되더라. 그런 몹쓸 기구는 그냥 버리는 게 쿨하다.




운동이라도 열심히 하고 있으면 그런가 보다 하는데

핸드폰을 보고 있으니 속이 탄다.   

'빨리 하고 애 데리러 가야 하는데''장 보러 가야 하는데.'   

다음 스케줄로 시간이 촉박해서 더 기다리기 어려울 땐 그들이 정말 원망스러웠다. 답이 안 나오는 이기주의자 같았다.


헬스장 한 바퀴 돌며 다른 기구 먼저 하고 와도 핸드폰 삼매경이다. 난 고것만 하고 가면 되는데!


핸드폰은 안보지만 괜히 그 근처를 서성이는 이들도 답답하긴 매한가지다. 운동 끝났으면 좀 확실히 뜨던가. 왜 그 주위를 어정쩡하게 맴돌고 있냐고. 헛갈리게. 한 번은 물어봤다.


'저, 운동 끝난 거예요? 제가 좀 해도 될까요?'  

앳된 얼굴의 남자애는 안경을 치켜올리며 잠깐 쉬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운동을 마저 하고 몇 분후 자리를 떴다.




'쉬고 있었다고?'

운동이란 개념에 휴식을 받아들인 지 얼마 되지 않은 때라

쉬었다는 말이 신선하게 들렸다.


운동하는 조금 삭은 오빠, 우리 집 남자 양반에게 물었다.


'아니, 운동할 때 왜 쉬고 있어? 다 끝나고 쉬면 되지.'


남자는 '그럼 근력 운동하면서 휴식시간을 갖지 않았다는 말이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왜. 그럼 안돼?


'한 동작을 12회 혹은 20회 반복하면 휴식시간을 가져야 해. 다른 운동으로 전환할 때도 마찬가지고.'


자기가 들 수 있는 만큼 들고 30초 ~ 1분은 쉬어야 한다고. 근육이 회복되는 시간이 필요한데, 숨이 찼다가 돌아오는 시간보다 조금 여유 있게 갖는 게 좋다고 한다. 회복된 상태에서 증량을 하거나, 다음 동작을 수행할 수 있다. 휴식은 효율적인 운동을 가능하게 한다.  운동을 마친 후뿐 아니라 운동 중에도 휴식은 필요했던 것이다.


난 여태 쉬지 않고, 메뚜기가 풀밭 옮겨 다니듯 헬스장을 싹 훑고 다녔으니 앉아서 쉬는 사람들이 얼마나 이해불가였겠는가. 뭐, 그들 역시 내가 한심 했겠지.

 



남자가 '운동은 세트와 휴식으로 구성되어 있다'라고 했다.

무턱대고, 기분 내키는 대로 운동 횟수를 정했는데

이제 12회든 15회든 20회든 세트당 횟수와 휴식시간을 꼭 지키기로 했다.

'세트는 한 번에 수행하는 운동량이야. 그리고 세트 사이에는 휴식 시간을 두어야 해.' 꼭 기억해야지.


다수의 운동 전문가에 따르면, 휴식시간에 핸드폰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단다. 호흡을 조절하거나 스트레칭하는 게 도움이 된다는데.

내가 휴식시간을 가져보니 핸드폰 보고 있는 이들, 기구 곁에서 서성이는 이들이 비로소 이해되었다.


알고 보면 우리가 몰라서, 무식해서 미워한 것들이 의외로 많을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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