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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울민트 May 19. 2022

헬스장 진상은 있다

헬스장 탐구 소설


그런데 정말 진상 이기주의자는 있다.

본인 반경 30m 내 모든 인기 기구에 자기 물건을 하나씩 떨궈놨다.

땀에 절은 수건, 음료수 컵, 핸드폰, 허리 보호대, 복대 등등.     


한 번은 리어 델토이드를 하려고 보니, 다른 기구와 사이에 핸드폰이 떨어져 있었다.

자리를 맡아둔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하고 누가 잃어버렸나 보다 하고 한쪽에 뒀다.

기구 운동을 시작하려는 찰나. 웬 남자가 나타나 '제가 하려고 핸드폰 둔 건데 못 보셨어요?' 그런다. 가만 보니 주위에 그가 둔 소지품이 기구마다 널려있었다.

와놔. 대체 저 기구들 어떻게 한 번에 다 할 수 있냐고. 나 이거 하고 있을 동안 다른 거 가서 하면 되지. 그런 무지막지한 철면피와 괜한 소동 일으키키 싫어 내가 물러섰지만. 여전히 매우 나쁜 기억으로 남아있다.




여기에서 진화하여 좀 더 능동적으로 영역 표시하는 유형도 있다. 물건을 던진다.   

전자의 진상이 물건을 떨군다면 얘는 던진다.  

 

레그 프레스에 사람이 있기에 내 루틴대로 하지 못하고 맞은편에 있는 시티드 레그 컬을 하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저 사람 나오면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또 누군가 날름 가서 앉고 난 가장 중요한 대근육 운동을 놓친 채 찝찝한 마음으로 집에 올 테니까. 다음날은 상체 운동이니 오늘 건너뛰면, 꼬박 사흘 동안 대퇴근은 운동 없이 과도한 휴식을 갖고 근손실 위기에 처한다. 근손실은 있을 수 없지!


마침내 그가 자리를 뜨는 순간, 거의 동시에 일어서서 다가가고 있는데  

꼬질꼬질한 썩은 황분홍 수건이 내 목표점인 레그 프레스 기구로 훽 날아왔다. 그 옆에 옆자리 있던 민머리 청년이 던진 것이다.


와 더럽다. 그 인간은 이런 드런 '땀 절은 수건 던지기' 방식으로 자리를 옮겨가며 자기 루틴을 수호했다.




팀 플레이 진상도 있다.

한 무리의 남자들이 팀으로 움직이며 한 기구를 수십 분씩 점유할 때가 있다. 으아. 으아. 으아. 기합인지 고통의 표현인지 알 수 없는 괴성을 내지르며. 단체로 죽치고 있다.     

사이는 또 얼마나 좋은지 물도 나눠마시고 영양제도 나눠 먹고 수건도 같이 쓴다.

그날은 그 운동 포기해야 한다. 쪽수는 못 당한다. 나도 여왕벌들 모아서 같이 다닐까 보다.  


헬스장이 작은 편은 아닌데

시간대에 따라, 날씨에 따라, 요일에 따라 사람이 몰리면 그런 불경한 꼴을 본다.


저녁 퇴근 시간, 약간 칙칙한 날씨, 주말은 피하는 게 좋다. 100%+@진상을 보게 될 것이다.  


그러나 쾌적한 환경에서 운동하는 평화로운 일상도 소중하지만 가끔은. 정말 가끔은 진상 보는 게 재밌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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