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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울민트 May 31. 2022

어깨 꽃이 피었다

헬스장 탐구 소설

거울 보고 흠짓.

내 어깨가 이렇게 떡 벌어졌던 가. 아니다. 절대 아니다.

어깨가 자라고 있는 게 분명하다.


등이 펴져서 바로 선 모습이 건장해졌다. 호랑말코가 꼬부랑 할머니 어쩌고 망발한 게 운동에 큰 화력이 되었다. 이 영광을 호랑말코에게. 그런데 지나쳤는지, 어깨가 커져서 역삼각형이 될 기세다. 골반이 어깨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탓이다.




어깨의 성장은 경이롭다.  

두 팔을 들어 올리면, 어깨 주변 내가 알지 못했던 자잘한 근육들이 스윽 일어나 꽃피듯 갈라진다.  

몸을 틀어 보니, 광배는 익히 아는 물렁살이지만 견갑 근육이 또렷하게 접히며 방긋방긋 웃는다. 어깨 사이 등줄기도 확연히 갈라지고, 복근은 음영과 함께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뱃살이 대단히 빠진 건 아닌데 아직 지방이 있는 자리에 근육이 훅 밀고 들어왔다. 내 몸에 봄이 찾아왔다.


인바디 체크 결과 1kg의 체중변화가 있었다. 지방 빠지고 근육 붙은 거긴 한데, 장장 4개월간 들고뛰고 주 6일 난리 친 거 치고는 썩. 1kg이면 밥 한 끼 굶어도 빠지는 수준 아니냐고! 크리스마스와 새해 첫날 아침까지 운동하러 나간 거 치고는 실망스러운 수치다.   


의아한 인바디 결과에도 불구하고 몸이 달라진 건 사실이니 일단은 기뻐하기로 했다.

외적인 면을 제외하고라도 운동이 내 삶에 미친 영향은 이미 지대하다.




몸이 피곤하지 않다.

이전에는 네 시간 자면 졸려서 견디지 못하고 다시 잠들었다.

이제 같은 수면 시간이라도 피곤한 줄 모르고 일을 찾아서 한다. 물론 약간의 기복은 있지만 평균 컨디션이 확실히 상향 조정되었다.   


내 생애 이렇게 건강한 적이 또 있었을까. 그 좋다는 십 대 때마저 난 밤샘 공부와 만성 피로에 찌들어 있었다. 삼십대에는 극심한 스트레스와 과체중으로 늘 찌뿌둥했다. 젊어도 젊은 걸 몰랐다.  


지금 내 몸이 내 의지와 발맞추어 착착 앞으로 나가는 이 기분은, 내 생체 시간이 20년은 되감긴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게 한다.   

최고급 윤활유 친, 이제 막 뽑은 자동차를 타고 달리는 기분이다. 이게 건강한 거구나 싶다.  


젊음이 있다면 이게 바로 젊음이리라.




성인이 되면 더 이상 키는 자라지 않는다던데 어깨는 자라는 건가 보다.

‘회춘’이란 것도 실재하는 얘기임을 알겠다. 난 젊어졌다!


그나저나 운동한 지 4개월이 되었는데 운동량에 비해 체중 감량 속도가 미미하다.

하루 두 시간 반 운동하고 있다. 여기서 운동을 더 늘리는 건 불가하다.  


아무래도 식단에 변화가 필요한 것 같다.  




*회춘: 봄이 다시 돌아옴. 도로 젊어짐 <표준국어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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