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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롬나 Jun 15. 2024

공감 잘하는 편이예요?

MBTI 관찰일기 

수줍게 자기소개를 하며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통성명을 했다. 

처음 가본 모임이었고, 어색한 침묵만 흘렀다. 갑자기 서로의 MBTI가 뭐냐는 질문이 시작되었다.


내가 ISFJ라고 말하니 어디선가 MBTI 전문가가 나타나서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집 청소 하는 계획이 있지 않나요?"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기 빨리죠?"     


"이성적이라는 말 많이 듣죠?"     


"공감 잘하는 편이예요?"     


질문에 대한 답을 내가 할 때마다 MBTI는 과학이고, 나를 보며 그럴 것 같이 생겼다, 그런 느낌이 들었다며 맹신하는 모습을 보였다. "ISFJ "같이 생겼다는 건 어떤 걸까?     


MBTI 검사를 했을 때 E가 49, I는 51로, N은 48, S는 52의 근소한 차이로 나왔다.

F와 J는 90프로 이상이 나와서 공감 잘하고 계획형 인간인 건 확실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참 신기한 게 MBTI 성격 유형이 총16가지인데 그럼 모든 사람이 다 16가지 유형으로 나눠진다는 걸까?

나만 해도 E와 I, N과S가 반반씩 1-2프로 차이가 나게 나왔는데, 어떻게 사람이 극단적으로 나뉘는지 궁금했다.     


코로나 시기 전, 한참 독서모임을 운영하며 대외적인 활동을 열심히 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는 ENFJ 가 나왔다. 누가 봐도 사람 좋아하고 상상력도 풍부한 사람이고, 내 MBTI 를 자랑하기도 하며 꽤 맘에 들어 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 뒤로 나는 환경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고, 성격도 변했을 수도 있다.


과연 성격과 환경에 따라 MBTI도 변하는 걸까?     

잇프제(ISFJ)도 나는 꽤 만족한다.


ISFJ의 특징, 장점은 배려심 깊고 인내심 많고 수행력은 높다.

단점은 책임감이 강해서 번아웃이 오기 싶다. 거절을 잘 못한다.     

정말 내 성격의 장단점과 맞는 거 같냐고 묻는다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 같다. 

인내심은 많지만 수행력은 매번 높지는 못한다. 나이를 먹을수록 나의 할당량을 알기에 포기도 빨라지는 것 같다. 책임감은 강한 편이지만 거절을 못 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     


누군가는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MBTI 검사를 해서 결과가 다르게 나올 수 있다고도 말했다.

사람들은 왜 이렇게 MBTI,남의 성격유형에 열광하고 분석하는 것에 재미를 느끼는 걸까?

사람이 한쪽 면을 가질 수도, 양쪽의 다른 기질, 혹은 2가지 이상 다양한 기질을 가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16가지의 틀에 박힌 성격 유형만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어쩌면 처음부터 MBTI로 고정관념을 갖고 시작하게 되는 게 괜찮은 건가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모두 변한다. 그게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환경에 휘둘리는지 본인만의 줏대를 가지고 곧게 지키는지는 성향의 차이인 것 같다.     


얼마 전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데 소개팅 하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다.

(엿들은 게 아니라 자리가 너무 가까워서 잘 들렸다)     


첫 번째는 퓨전 레스토랑에서 소개팅을 하는데 남자가 식당을 골랐고 여자가 식당 메뉴에 크게 만족을 했다. 얼굴에 만족감을 가득 드러내며 여자가 남자에게 MBTI를 물어보기 시작했다. 남자와 공감대를 형성하며 거리를 좁히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귀여웠다. 그들은 남자의 MBTI가 T라는 말에 첫인상부터 본인의 변한 성격에 대한 이야기가 화두가 되었다. 남자와 마주보고 있는 여자의 몸이 테이블 반 이상 앞으로 나와 있는 걸 보며 여자의 마음에 크게 호감이 생겼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소개팅은 와인 바였고 바에 남녀 단둘이 나란히 앉아있었다. 여자는 수줍어하며 남자가 묻는 말에 조용히 대답만 했다. 적극적인 남자는 MBTI를 물어보며 대화를 이어나가려 애를 썼다. 여자가 J라는 이야기에 여행 계획을 잘 짜냐는 물음으로 자연스럽게 각자 여행 스타일까지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남자의 무릎 방향이 출구 쪽 방향이 아닌 여자에게 완벽하게 향해 있는 걸로 봐서 남자가 호감이 있다는 걸 짐작 할 수 있었다.     


정형화된 성격 유형으로 규정 짓는 것에 답답해하던 사람으로서, 소개팅 하는 모습을 보며 빠르게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니 누군가에게는 MBTI가 도움을 주는 매개체가 될 수 있겠구나 생각도 들었다.     


요즘 유행하는 공감 못하는 사람 보고 'T야? '라고 외치는 밈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얼마 전 이효리가 엄마랑 단둘이 여행하는 프로그램을 시청했다. 건물에 예쁘게 둘러 쌓여있는 덩굴 잎들을 보고 이효리는 "예쁘다" 고 말했지만, 엄마는 "건물 다 상한다" 고 말했다. 감성적이냐 실용주의적이냐의 차이인데 오랜만에 아주 극명하게 대조적인 모습을 보니, 같은 것을 보고도 이렇게 다르게 느낄 수도 있다는 게 신기했다.     


사회화로 만들어진 공감 연습을 잘하는 T가 많아지고 있는 반면에, 공감을 너무 잘해서 F의 모습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도 있다. 정답은 없겠지만 인간관계를 잘 유지하는 방법에는 적당한 거리 유지가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다.     


SNS에서 MBTI의 장점에 대해 써놓은 글을 봤다.     

I에게서 배운다. 자신과 잘 지내는 법을.

E에게서 배운다. 타인과 어울리는 법을.

S에게서 배운다. 현실적인 생각을.

N에게서 배운다. 깊이 있는 생각을.

T에게서 배운다. 판단하는 법을.

F에게서 배운다. 공감하는 법을.

J에게서 배운다. 철저함을.

P에게서 배운다. 유연함을.     


MBTI의 단점만 보며 분석하는 게 아닌, 서로의 장점을 배우고 칭찬해주며 수용할 줄 아는 마음을 가진다면

관계에 있어서도 좀 더 유연해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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