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의 중요성
평소에도 데이터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입니다.
심사역으로 일할 때, 포트폴리오사는 물론 투자 검토 대상인 기업들에게 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또 집요하게 요구하곤 했습니다.
창업자의 자질 같은 건 0순위이기 때문에 따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이것을 제외하면 무조건 데이터로 승부 보는 것이 가장 빠르다고 믿고 있습니다.
돈을 어떻게, 얼마나 벌 수 있을 것인가, 시장의 크기가 어떠한가 등에 대한 것은 물론이고
제가 강조하는 '해결해야 하는 문제'와 '고객 여부'에 대해서도 데이터를 제시하는 것이 가장 설득력이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습니다. 그저 내가 주장하고자 하는 바를 뒷받침해 줄 자료가 곧 데이터입니다.
각설하고 -
처음에는 F1을 단순히 빠른 차들이 경쟁하는 경기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엄청난 속도감, 드라이버 간의 순위 경쟁, 화려한 서킷 조명과 타이어 연기.
이 모든 요소들이 분명 매력적이었지만, 그저 체력이나 운이 따라야 하는 스포츠라고 생각했다면 오래 흥미를 유지하기는 어려웠을지도 모릅니다.
역시나 F1의 본질은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단순한 운이나 개인의 피지컬로만 승부가 갈리는 경기가 절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제가 이 세계에 빠져들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제가 아주 사랑하는 그 데이터!
바로 데이터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정밀한 스포츠라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한 대의 차량에는 300개 이상의 센서가 장착되어 있고 경기 중에는 초당 수천 개의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수집됩니다.
이 데이터는 엔진의 온도, 타이어 마모도, 브레이크 상태, 트랙의 그립 변화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요소를 수치로 기록하며
드라이버는 물론 피트월의 엔지니어와 전략가들이 이 정보를 바탕으로 움직이죠.
예를 들어 언제 피트스톱을 할지, 어떤 타이어를 선택할지, 앞차를 추월하기 위해 언더컷 전략을 쓸 수 있을지 등
이 모든 결정은 정확한 데이터 분석 없이는 성립되기 어렵습니다.
데이터의 중요성은 매 경기마다 드러나곤 합니다.
올해 치러진 경기들을 기준으로 잠시 살펴보자면,
2025년 벨기에 그랑프리, 바로 맥라렌의 전략인데요.
그날 우천으로 인해 약 80분 이상 경기가 지연되며 세이프티카 주행 후 레이스가 재개되었죠.
모든 차량은 인터미디엇 타이어로 레이스를 시작했고, 배터리팩을 다 쓴 노리스는 피아스트리에게 추월되기도 했습니다.
결론적으로는 오스카 피아스트리와 랜도 노리스가 원투 피니시를 차지했습니다만,
노리스가 하드로 교체하며 승부수를 띄운 전략이 실패로 돌아간 것은 조금 아쉽습니다.
결국 타이어 컴파운드, 피트스톱 타이밍 조절이 중요했던 것으로 보이며
중간 스탠스 전략이나 슬릭 전환 등 타이어와 트랙 상태 데이터가 유리하게 작용했을 겁니다.
반면 2025년 중국 그랑프리에서 페라리의 두 선수가 실격을 하고 말았습니다.
루이스 해밀턴과 샤를 르클레르 두 드라이버 모두 레이스 결과 이후 검차 과정에서 차량 규정 위반이 된 겁니다.
(실격 판정을 받은 선수는 피에르 가슬리를 포함하여 총 3명입니다)
해밀턴은 스키드 블록 마모가 규정 이하였고, 르클레르는 규정 최저 중량보다 1kg 더 가벼웠습니다.
특히 두 드라이버는 일요일 레이스에서 각 5, 6위로 피니시 하며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기대했지만
차량의 물리적 규정 데이터, 타이어 소진에 따른 무게 예상 등이 잘못 계산된 것으로 큰 손해를 본 경기였습니다.
레이스가 끝난 이후에도 데이터는 멈추지 않습니다.
경기에서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시뮬레이터를 분석하고
차량 개발, 업데이트, 드라이버의 훈련 등에 반영하며 다음 경기를 위한 전략을 만들어 냅니다.
특히 메르세데스 팀 대표 토토는 비즈니스맨 출신으로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 결정을 하기를 좋아합니다.
인간에게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이라는 게 존재하고 이 또한 중요하지만
팀을 이끄는 수장이라면, 단순 직감과 노하우에 의존하기보다 데이터를 잘 다루는 능력도 갖춰야 하니까요!
F1은 결국 속도를 다루는 스포츠이자 숫자를 다루는 과학에 가깝습니다.
제가 F1에 매력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도 바로 이 부분입니다.
눈에 보이는 순위와 승부 뒤에는 보이지 않는 엄청난 숫자와 계산, 그리고 치밀한 전략이 숨겨져 있죠.
어쩌면 기술과 사람, 감각과 계산이 정교하게 맞물리는 하나의 예술이기도 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