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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거침없는 위로자가 되자

모르는 사람이어도 괜찮아

by 커피중독자의하루

하루와 산책하던 어느 날이었다. 정확하진 않지만 하루가 6개월쯤 되던 시절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날 나는 낯선 동네에 가 있었다. 볼 일 보러 나왔다가 신랑과 그곳에서 만나기로 한 것이다. 시간이 좀 남아서 근처 공원에서 산책을 했다. 아직 어린 하루는 즐거워서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햇볕도 따뜻하고, 덥지도 춥지도 않았다. 걷기 딱 좋았던 날씨, 봄이나 가을이었던 듯하다.

즐거운 산책의 순간들♡
산책 중 아빠랑 눈 맞춤♡
꽃 냄새 맡기
오랜만에 양 스타일 미용한 사진
아빠에게 이쁨받는 중

청명한 날씨가 좋아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하루와 함께 산책을 즐기고 있는데 근처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났다. 소리가 난 쪽을 쳐다보니 5~60대쯤 되어 보이는 한 여성분이 공원 벤치에 앉아서 울고 계셨다. 화장도 안 한 듯한 얼굴, 그리고 사람들이 오가고 있는데도 전혀 신경을 쓰지 못하는 경황없는 모습...

아, 내가 있으면 저분이 민망해 하실지도 모르니 자리를 비켜드려야겠다고 생각하는데, 갑자기 하루의 줄이 당겨졌다.

"이힝, 끙끙끙끙."
하루가 우는 소리를 내며 그 분에게 다가간 것이다. 재빨리 줄을 당기려고 했지만 늦었다. 하루는 벌써 그분 바로 앞에서 두 발을 들고 그 분을 핥아 주려고 했다.
또 다시 "이힝." 하는 하루의 울음소리.
짧은 순간, 하루와 그분의 모습을 함께 보았다. 걱정스러운 듯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하루의 표정, 그리고 낯선 강아지가 자신을 핥으려고 하는데도 전혀 알아채지 못하는 듯한 그분의 모습. 마치 세상과 분리되어 다른 공간에 있는 듯한 모습으로 울고 계셨다. 나는 얼른 하루의 줄을 다시 잡아당겼다. 마치 우리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 너무 슬퍼하고 계셨기에

"(놀라게 해 드려서) 죄송합니다"라는 말조차 하지 못하고 조용히 자리를 빠져나왔다.

엉엉하고 큰 소리를 내며 우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지막하고 조용히 슬퍼하시는 그 모습이 너무 처연해 보여서 내 마음도 잠시 동요가 되었다. 하지만 나는 위로해 드릴 수 없었다, 낯선 사람에게 다가가서 함부로 위로하는 것은 실례가 될 수도 있는 일이기에.

하지만 하루는 달랐다. 그 시절의 하루는 낯선 사람을 많이 무서워했다. 사람들이 귀엽다고 다가오거나 만지려 하면 내 뒤로 숨어버리는 겁쟁이였다. 그런 하루가 낯선 이에게 두려움 없이 다가가 위로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마도 하루는 그분의 깊은 슬픔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거침없이 다가가 따뜻한 위로를 하려고 했던 것 같다.

나는 가끔 타인의 힘든 상황을 보고도 머뭇거리거나 망설이기도 한다. 하지만 때로는 하루처럼 먼저 다가가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상대방이 도움을 원하지 않거나 거절할 가능성도 있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일단 용기를 내서 하루처럼 따뜻함으로 다가가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큰 위로가 수 있을 테니까.


너무 신나 보이는 하루 뒷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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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