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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quaMarine May 08. 2018

Gloomy Parents' Day

부모로써 부모님을 보는 시각.

오늘은 어버이날이다. 


나도 남들처럼 편안하게 부모님께 문안 인사를 드리고, 

용돈을 드릴까 고민하고, 선물을 해드릴까도 고민했었던 적이 있었다. 


어릴 적엔 나도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고 

'키워주셔서 고맙습니다' 를 외치며 

부모님의 사랑을 받았던, 그리고 느꼈던 날이 있었다. 


그런 세월은 이미 오래 전에 지나버렸고 

난 두 아이의 아빠이자 가장으로써 부모님을 대한다. 


이제까지 부모님께 받은 상처가 어찌되었든 

어버이날 이니까. 목소리라도 듣고 싶었다. 

찾아뵙진 못하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그 흔한 통화조차 쉬운게 아니였다. 

아무리 걸어도 받지 않으시는 전화에 낙담했고, 이런 상황이라는게 슬프다. 


자식들은 부모가 상처준 만큼 마음을 닫는다. 


오늘 페이스북을 보다가 페친 중 한명의 글귀에서 본 문장이다. 

나에게는 저 문장이...너무나도 공감되는 문장이였다..




의도치않으셨겠지만 자식인 나는 부모님의 행동과 말로 인해 상처를 많이 받았고 

그로 인해 젊었을 적부터 사람을 잘 믿지 않았다. 


밝게 웃고, 쉽게 사람을 믿어버리며, 

감성적이고 눈물이 많은 사람. 

그게 원래의 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난 이제 내가 웃어주는 사람의 수를 조절하며, 

새로운 인연을 잘 믿지 않는다. 

여전히 감성적이고 눈물은 많지만 아무데서나 눈물을 보이지 않는다. 


물론 이렇게 된 상황이 전적으로 부모님의 탓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우리 나라의 부조리한 상황과 나이가 들어감으로 인해 어쩔수 없이 찾아온 경제적 위기. 

그 상황들 사이에서 벌어진 어쩔수 없는 슬픈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난 이 슬프고 아픈 상황을 어떻게든 해보려 했고 

많은 손해를 감수했다. (사실 부모님 앞에서 손해라는 단어를 입에 담는 다는 게 웃기긴 한다) 

이제 더 이상 손해를 감수 할 수 없는 상황이 도래했음에도..

전체적인 상황은 나아지질 않았고 오히려 더 악화되고 있다. 


이 상황까지 보지 않으려고 나는 무던히 노력을 했다. 

악역을 떠맡으며 부모님에게 의도치 않은 상처를 드렸다. 

직설적인 말과 충고들, 경제적인 지원들, 앞으로의 방향에 대한 이야기들...

그래도 이게 결과적으로는 맞는 길이라 여기며..자식으로써 방관할수 없다 여기며..

그렇게 달려왔는데...


결혼 6년차의 어버이날에 

우리 부모님은, 아니 우리 어머니는 전화를 받지 않으신다. 


그리고, 이제 이 정도로는 감정적으로 많이 힘들지도 않은 내 자신이 참 어처구니가 없다...





난, 

부모님이 자식들을 바라보지 않더라도 꿋꿋이 자립하실 수 있길 바랬다. 

(그것이 경제적이던, 감정적이던 간에..)

본인들의 인생을 즐기며 살길 바랬다. 

본인들이 가장 행복할 수 있는 선택을 하시길 바랬다. 


우리 자식들이 부모님들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드리는거라 믿었다. 

하지만, 우리 부모님은 아니였다. 언제나 자식들에게 손을 벌리셨고 

그것을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으셨다. 

물론 연세가 드신 분들이 경제적으로 그러기 쉽지 않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자식이 어떤 마음으로 지원을 해드렸고 

대체 왜 힘들다고 이야기하는지 정도는 이해해주길 바랬다. 


항상 내가 생각한 것과 반대의 상황이 펼쳐졌고 

조그만 소통도 힘들었다. 오해와 미움이 난무했고 

비난과 분노가 이어져 찾아왔다. 


자식 앞에서 왜 자존심을 세우는 것인지, 

왜 어려워지면 항상 답이 자식들인건지, 

그럼에도 도와드리는 자식들이 힘들어지는 건 대책이 있으신건지,

나로썬 이해하기 힘든 일 투성이다. 


내가 그 분들의 자식인데 그 분들의 생각을 모르겠다는 건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우울한 어버이날이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부모님보단 내 자식들과 더 가까워지는 것을 느낀다. 

부모님보다 내 가정이 더 소중해짐을 느낀다. 


어느 덧 본가가 불편해진.. 날 발견한다. 


이렇게 사는 게 

맞는건지가 참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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