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의 항상성 유지 기능
생명의 특성 중 하나가 항상성이다. 자신을 최적화 상태로 유지하려는 특성이다. 생명 현상의 대부분은 이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일어난다. 질병은 항상성이 깨진 상태를 의미한다.
우리가 술을 마시고 기분이 몹시 조증 상태가 되는 것은 조(躁) 호르몬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항상성 때문에 조증 상태를 완화시키기 위해 울(鬱) 호르몬이 분비된다. 그래서 술 먹은 다음 날은 우울한 상태로 전날의 일을 후회하게 마련이다.
반대로 하던 일이 꼬이고 사람들과 만나기도 싫은 우울한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면 순간적으로 부정적인 감정이 사라지고 기분이 좋아지면서 갑자기 내가 딴사람이 된듯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그런 기분은 조증 상태이기 때문에 뇌는 다시 균형을 잡기 위해 울 호르몬을 분비하고, 결국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다시 우울한 상태로 돌아가게 된다.
너무 지나친 조증의 상태를 경험하면 정상으로 돌리기 위해 울 호르몬의 분비가 더 왕성해져서 여행 마지막에 기분이 바닥을 치기도 한다. 흔히들 다시 돌아갈 생각 때문에 그럴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호르몬의 작용이다.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상대가 나에게 잘 대해주면 금방 즐거워지면서 조(躁) 상태가 되었다가, 다음에 상대가 조금만 소홀히 대해도 금방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도 다 뇌의 항상성 유지 기능 때문일 수 있다.
그러니 어느 정도의 감정 기복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그러려니 하는 것이 좋다. 기쁜 일이 있을 때는 당연히 기쁨을 느껴야 하지만 우울하다고 해서 그리 오래 슬퍼할 필요도 없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좋아진다고 생각하면 그만이다. 단지 너무 지나치게 기뻐하거나 심하게 좌절하는 일을 반복하면 좋지 않다. 급발진과 급제동을 반복하다 보면 차가 고장 나는 것처럼 우리의 신체도 자칫 항상성이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