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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이번 명절 선물은?

by 리케lykke

https://youtu.be/juXpvE8a99I



이번 명절 선물은 스팸세트다.


이 회사에서 보내는 명절은 이번이 두 번째인데 명절이 오기 전에 항상 어떤 선물을 받을지 투표를 한다. 후보군은 스팸, 참치, 김, 올리브유다. 아직도 스팸을 선물로 주는 회사가 있구나 싶었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주는 게 어딘가.. 감사히 받아야지 싶다. 회사마다 명절의 분위기는 다르다. 어떤 회사는 명절 상여금을 주고 어떤 곳은 연봉에 녹여놨다. 당연히 연봉이 최저시급 수준이면 녹여놨다고 할 수도 없을 수준이긴 하지만 그렇다. 명절 연휴가 시작되기 전날 오전 근무만 하는 곳도 있고 6시 퇴근시간 꽉 채워 근무하는 곳도 있다. 최근 3년 이내 내가 근무해 본 회사로는 대형 방송국, 중소기업, 작은 협동조합이 있는데 편의상 대, 중소, 소 기업이라 하고 몇 가지 생각나는 대로 말해보려고 한다.

대기업에선 명절 전날과 그 해 마지막 날에 오전 근무만 했다. 1월 1일, 새해 첫날이 되면 로비에서 떡을 돌렸고 구정이 되면 포츈 쿠키가 비치되어 있었다. 명절 선물을 따로 투표하진 않았지만 갈비세트를 받았다. 회사 창립기념일엔 직원 모두 유급휴가를 줬고 복날엔 평소 4천 원이었던 구내식당비가 무료였다. 점심식사시간은 11시 30분부터 1시까지였는데 해장이 필요한 팀장님은 종종 11시에 밥먹으러 가자고도 했다. 눈이 많이 오거나 비가 많이 올 땐 센터장의 재량으로 조기 퇴근을 시켜줬다. 서울와서 처음 맞는 폭설이 그저 신기했던 나는 센터장이 농담을 잘 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소 기업은 상근 전무 1명과 비상근 전무 1명, 회계 담당 대리 1명과 나까지 총 4명뿐인 회사였는데 명절 전날 꼭 6시에 맞춰서 퇴근할 것처럼 하더니 4시쯤 되어서 '자, 퇴근합시다. 명절이니까.'라고 했다. 마치 감사하라고 강요하는 것처럼 선심 쓰듯 말이다.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명절 선물을 준비할 필요는 없었다. 협동조합이라 조합사들 쪽에서 보내는 설 선물이 꽤 많았기 때문이다. 조합사들은 협동조합에 잘 보여야 할 이유가 있기 때문에(기업에 가서 정기 심사 평가를 하는 조합이라서) 단가가 높은 선물을 많이 보냈다. 그 작은 회사를 짧게 다녔지만 지금 생각해도 좋았던 거라곤 그거 하나뿐이었다. 비싼 곶감을 박스로 받아서 아낌없이 하루에 두세 개씩 먹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 걸 보면 말이다. 이 소기업에 대한 이야기도 조만간 자세히 다뤄봐야겠다.

지금 근무하고 있는 중소기업은 아까 말했던 것처럼 스팸세트를 선물로 주고 명절수당을 연봉에 녹여놨다. 명절 전날과 그 해 마지막 날엔 오전 근무만 하고 그 외에 특별한 복지 개념의 무언가는... 없다. 이 전 직장이 소기업이다 보니 이마저도 감사하게 생각하며 출근 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설은 오전 근무가 아니라고 한다. 27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었으니 굳이 오전 근무로 축소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나 본데 그러다 보니 직원들 내에 불만이 생겼다. 원래 하던 대로 명절 연휴 전날은 오전 근무를 해줘야 한다는 생각 때문인데 사실 뭐 그러지 않는다고 해서 나쁠 건 없다. 그나마 다행인 건 불만을 드러낸 직원 덕분에 오후 3시까지 근무한다는 공지가 내려왔다. 3시간이라도 빨리 마치게 되었으니 즐겁긴 하다.

대기업이 좋은 건 연봉과 복지 때문이다. 그 좋은 곳을 그만둔 이유는 일이 너무 많아서도, 내가 무능력해서도, 누가 나를 괴롭혀서도 아니다. 이것과 관련한 이야기도 다음에 기회가 되면 말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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