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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수 May 12. 2023

관용과 무법의 사이

캐나다에 와서 살면서 한국과 여러모로 다른 이들의 문화에 놀란 것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것은 이들의 몸에 밴 준법정신과 낯선 사람에 대한 친절함이다.

나는 그동안 여기에서 신호 위반을 하는 차를 단 한 대도 본 적이 없고 한적한 곳에서 내 차가 고장이 나서 서 있을 때 지나가던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그리고 산책을 하다가 마주치는 사람들은 처음 본 사람인데도 대부분 밝게 웃으며 인사를 건넨다.  

그러나 이들도 사람들이 법이나 규정을 어기는 순간 태도를 돌변하여 인정사정없이 나무라고 신고를 한다. 여기에는 모호한 것이 거의 없다. 누구나 어디서나 지켜야 할 룰이 분명하다.

이것은 내가 오늘 받은 주차위반 딱지인데 주차구역에서 10cm를 벗어났다고 $40를 냈다. 한국사람이 보기엔 너무한다 싶기도 하지만 그만큼 여기서 규정과 법은 다른 사람의 권리를 보호한다는 의미에서 철저히 지켜진다.

심지어 산책로도 자전거와 사람이 다니는 곳이 엄격하게 구분되어 있다.  그래서 이들이 한국인에 비해 너무 정이 없고 차갑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남유럽 사람들은 또 다르다고도 한다.

하지만 적어도 캐나다인들은 법을 지키는 한 이웃이지만 어기는 사람은 공동체의 안전과 평화를 깨는 적으로 보고 관용을 베풀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한국의 한 지도급 정치인이 호주에 공무 출장을 가서 골프를 치다가 코스 새치기를 하고 현지인의 항의를 받자 일본말로 ‘스미마셍’이라고 사과를 하며 한 바탕 웃었다는 에피소드가 떠오른다. 더 가관인 것은 그러고도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적어도 한국교포에게 누를 끼치지 않았다고 자랑스러워했다는 것이다.

옛말에 하나를 보면 열을 알고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고 했듯이 작은 부정에 익숙해지니 큰 부정도  거리낌 없이 저지르고 정당화하는 것이다.

교양과 품위와 예의와 명예를 돈과 권력보다 소중한 가치로 여기는 여기 사람들이 이 일을 알면 한국인들을 어떻게 생각할까 싶어서 내 얼굴이 다 화끈거린다.

물론 여기서도 총리가 기업소유 휴양지에 초청받아서 무료 가족 여행을 한 것 같이 ‘사소한(?)‘ 일이 큰 문제가 되기도 하고 세상 어디에나 욕심 없는 사람은 없고 실수를 하지 않는 사람도 없다.

하지만 적어도 부끄러움과 염치는 있어야 사람다운 사람이고 특히 공인이나 지도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더욱더 남의 본이 되어야 하는 것이 마땅한데 서구의 범부만도 못 한 도덕기준을 가진 사람이 정치 지도자라고 큰 소리를 치고 권력을 휘두르니 지켜보는 힘없는 서민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아, 논어에서 공자님은 三人行必有我師라 했는데 눈을 씻고 사방을 둘러봐도 따라 배우고 싶은 존경스러운 분을 찾기가 쉽지 않은 요즘의 세태가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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