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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수 Jun 17. 2023

두 백인

그럴 리가요!

캐나다라고 어디 좋은 사람만 있을 리가 있나요?

세상 어디에나 그러하듯이 여기에도 지만 잘난 줄 알고 지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덜되어먹은 인간도 있고, 밀가루 반죽처럼 뽀얀 삶을 수제비 떼듯 뭉텅뭉텅 뜯어내서 쓰레기 통에 처넣어버리고 있는 어리석은 인간도 있고, 그냥 본질적으로 나쁘게 태어났는지 전문적으로 남의 속을 다 뒤집는 놈도 있고, 문제가 있는 제도도 당연히 있지요!

오늘은 그중에 내가 겪은 황당한 사례를 2개만 소개하려고 합니다.

하나는 코비드가 한창일 때 겪은 일인데 산책을 하다가 갑자기 큰 개가 나에게 달려들어서 당황을 한 적이 있었다. 나도 개를 좋아하지만 커다란 개가 급작스럽게 달려드니 나도 모르게 팔로 개의 접근을 막았다. 그런데 잠시 후에 나타난 개 주인이 사과를 하기는커녕 오히려 나더러

 “왜 얼굴을 두건으로 가려서 개가 겁을 먹도록 했느냐? 왜 내 개에게 손을 댔느냐?”라며 되레 나를 비난했다.

기가 막혀서 나도

“여기는 개를 풀어놓을 수 있는 곳이 아니며 나는 위생상 내 얼굴을 가릴 권리가 있다. 사과하지 않으면 신고하겠다.”라고 항변했다.

그러자 이 자는 ‘한 번 해보겠다는 거냐 ‘며 다가서서 팔을 걷어붙이고 한 대 칠 기색이었다.

‘이런 무지막지한 놈! 내가 초등학교 때 배운 태권도  노란띠 실력을 한 번 보여줄까 ‘ 하다가 ‘에이 똥이 더러워서 피하지 무서워서 피할까!’라고 자위하며 그냥 무시하고 참기로 했다.

그때가 한창 중국인 혐오가 심하던 때라 괜히 몸싸움이라도 했다가 나만 피해를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 말싸움을 하기엔 영어도 좀 딸려서 그만 비겁한 도피를 하고 말았다.

어휴 한국말로라도 욕을 속 시원하게 퍼부어주었어야 했는데… 짱나!


두 번째는 나와 같은 회사 소속 기사였는데 이 인간은 평소에도 자신이 세상에 내세울 것이라고는 지가 영어를 잘하는 백인이라는 사실 밖에 없는 것처럼 행동하는 못난 인간이었다.

식당에 가면 괜히 혀를 꼬부려서 3배속 녹음기를 튼 것처럼 빠르게 호로록 주문을 하고서는 필리핀 여종업원들이 못 알아듣고 다시 물어보면 ‘너는 말도 못 하는 주제에 무슨 돈을 벌려고 여기에 왔냐?‘는 둥 잔소리를 늘어놓고 이런저런 귀찮은 주문을 하고 팁도 안 주는 진상질을 하고

우리가 무슨 지시나 업무협의를 하면 꼭 ‘발음이 틀렸네, 표현이 잘못되어서 못 알아듣겠네’라며 트집을 잡고서는 뭐든지 자기 편한 대로 해버리는 식이었다. 그래서 다른 직원들과도 마찰이 없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는데 나는 그래도 ‘그래, 불쌍한 인생 내가 참지!’라며 도 닦는 심정으로 2년을 별 무리 없이 잘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인간이 몸이 좀 안 좋다며 식사를 안 하기에 내가 도시락도 싸다가 숙소에서 먹게 하고 지가 할 일도 내가 대신해 주었는데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방 배정을 자기 먼저 해달라고 떼를 쓰기 시작했다. 그래서 내가 ‘안된다. 손님이 우선이니 잠시 기다려라.’고 거절을 했더니 그 후로는 손님들 앞에서 쌍욕을 하고 손님들 요구를 노골적으로 무시하기 시작했다.

너무나 기가 막히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업무와 관련된 일이라 개인적으로 참고 넘길 일도 아니었기에 나도 바로 회사에 보고를 할 수밖에 없었고 이 인간은 그 즉시 해고를 당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내가 일을 더 키운 것이나 다름없었다. 처음부터 동정을 베풀지 말았어야 했다. 사람을 가려서 적절히 대처를 했어야 했다. 철딱서니 없는 인간에게는 처음부터 엄격하게 규정대로 했어야 했는데, 배려를 알고 보답을 할 수준도 안 되는 인간에게 오냐오냐 했으니 엉덩이에 뿔이 난 송아지가 되고 할아버지 상투를 뽑는 아이로 키운 것이었다.

아우 지금 생각해도 열받네

암튼 그렇다고요! 여기도 사람 사는 세상, 이런 놈 저런 사람 다 있답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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