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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홀로 3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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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수 Aug 18. 2023

황금열쇠

통화량과 인플레이션의 인과관계 난제

  세상은 아니 우주는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현상들로 가득 차 있다. 무심코 지나치면 당연한 것 같지만 호기심과 의문을 가지고 바라보면 알 수 없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해와 달은 왜 뜨고 지며 구름은 어떻게 흘러가고 눈과 비가 내리는 이유는 무엇이며 가뭄과 홍수를 막을 방법은 없는지... 사람은 왜 태어나고 늙고 병이 들고 죽으며 죽은 뒤에는 어떻게 되는지... 우리는 왜 사랑을 하고 미워하고 때로는 즐겁고 때로는 괴로운지... 세상과 우주를 움직이는 근본 원리는 있는지... 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그 의문을 열거하자면 끝이 없기에 사람들은 고대부터 철학적으로 또는 종교적으로 그 궁극적 해답을 찾으려고 노력해 왔고 한편 과학적인 탐구와 논리로 설명을 하며 그 비밀의 문을 하나씩 열고 답을 규명해 냈다. 예를 들어 불교의 교조인 석가모니는 고행과 사색 끝에 인간의 생로병사와 희로애락의 원인을 깨우치고 연기설을 주창했으며, 반면 과학적으로는 1677년 Leeuwenhoek 이 정자를 관찰함으로써 왜 사람이 부모를 닮아서 태어나는지에 대한 의문이 풀리기 시작했고, 17세기 Robert Hooke으로부터 시작된 세포생물학이 생물이 늙는 이유를 설명하고, 1861년 Pasteur가 발표한 '자연 발생설 비판'이 질병의 원인규명과 치료를 가능하게 했으며, 1978년에 Elizabeth Blackburn가 염색체 끝의 텔로미어(telomeres)를 발견함으로써 생명체가 죽을 수밖에 없는 숙명임이 밝혀졌다. 또한 인간의 감정도 뇌과학과 생리학이 그 기전을 밝히고 일부 조절할 수도 있게 되었다.

  그 외에도 Darwin의 진화론과 Watson의 DNA 구조 규명은 생명체가 다양하게 번식하고 멸종하고 새로 생겨나는 원리를 밝혀냈으며, 고대 그리스의 데모크리토스에서 시작되어 돌턴과 주기율표를 만든 멘델레에프로 이어지는 원자론은 세상 만물을 이루는 물질의 근본 구조를 밝혀냈고, 뉴턴과 아인슈타인은 지상과 우주의 운동법칙을 찾아냈으며, Alfred Lothar Wegener의 '대륙이동설' 덕분에 지진과 화산과 땅의 생성원리를 알게 되었고, 산업혁명과 녹색혁명을 가능하게 한 과학적 발견과 발명 덕분에 인류가 추위와 굶주림에서 해방되었으며 인문주의와 자유민주체제의 정착으로 인간다운 삶을 누리고 맥스웰과 페러데이의 '전자기학' 덕분에 우리가 오늘날 풍요로운 전기 전자 문명의 혜택을 받고 이렇게 인터넷으로 영화도 보고 글을 쓰고 읽으며 전지구적으로 모든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생각을 교류할 수도 있게 되었다.

  인류가 이룩한 이러한 성과와 진보는 얼핏 보면 비약적으로 일어나는 것 같지만 조금 길게 보면 모든 것이 마치 양파껍질을 까듯이 하나하나 점진적으로, 반드시 이전의 시행착오와 성과를 바탕으로 하여 다음 단계의 발전이 일어나며, 양자역학과 초전도 핵융합 발전 등 많은 분야에서 아직도 계속 숙제가 풀려가고 있는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큰 발견이 이루어졌을 때는 많은 사람들이 그것이 끝이라고 생각하고 마치 성배나 황금열쇠라도 발견한 양 '드디어 궁극적인 원리를 발견하고 알았으니 더 이상 다른 말은 들을 필요가 없다'라고 믿고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히틀러 추종자나 공산주의자 그리고 이슬람 극단 테러분자들에게서 볼 수 있는 이러한 맹목적 신념은 그들의 폭력성과 결합하면 무지함보다도 더 인류의 평화와 공존에 위협이 되는데, 우리는 '반공'으로 모든 것을 정당화하거나 반대로 386 운동권 세대들이 한 때 낡고 실패한 마르크스의 '자본론'과 '노동가치설' 그리고 '역사적 유물론'을 교조적으로 믿고 그 시각 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고 실행하는 오류를 저지르는 것을 지켜보았다.

  이처럼 경제학에 있어서도 한 때는 마르크스 경제학이 세상의 모든 문제를 설명하고 해결할 궁극적 진리이고 정의이므로 이를 따라야 양심 있는 진보적 지식인이라고 치부될 때가 있었지만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경제학도 현상의 문제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 계속 새로운 이론이 나오고 소위 '신자유주의'나 '신자본론‘으로 진영 간 재격돌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최근 경제학에서 풀리지 않는 난제 중의 하나는 총생산 증가를 초과하는 통화공급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것이 당연한데도 불구하고 지난 2008년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때 통화량이 세계적으로 엄청나게 늘어났음에도 (2022년 2월 현재 전 세계 통화량 M2는 약 102.4조 달러로 2003년 보다 5배 정도 급증) 같은 기간에 인플레이션은 연평균 3-4%로 통화량 증가 만큼  비례하여 발생하지는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무제한 통화공급을 해도 좋다고 주장하는 어용 경제학자들이 등장하여 포퓰리즘 정치가와 결탁하여 지원금 명목으로 선심을 쓰듯이 돈을 마구 풀어대기 시작했다. 즉 2008년 별명이 '헬리콥터'가 된 버냉키 미국 연준 의장이 시도한 3차 양적 완화 이후로 전 세계 경제는 이 돈 풀어대기의 힘으로 굴러갔는데 소위 경제의 마약이라 불리는 이 양적완화를 끊지 못해 2010년대 이후로 지속적으로 투기 자산에 돈이 몰렸고 코로나 이후에는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되는 급격한 속도로 시중에 유동성이 풀려 버블이 정점에 달했고

(지난 2년간 금 $1200/온즈 에서 $1900으로, 미국 주식 27,000에서 36,000으로, 서울 주택부담지수 166에서 203(소득의 54%)로 급등)

출처 세무사신문 23년1월2일

이는 (공급망 위기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더불어) 또한 2023년 시작된 물가 상승의 후폭풍을 초래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양적완화의 부작용에는 일반 대중들이 잘 알지 못하는 함정이 있는데 그것은 연준에서 2%대를 통제 목표로 하고 다른 국가들도 추종하는 인플레이션 통계가 소비자 물가지수 (Consumer Price Index)에서 변동성이 큰 원자재 관련 품목들을 뺀 나머지의 가격 변동을 지수화하여 나타낸 근원물가지수 (Core Price Inex)라는 점이다. 이것은 (미연준 의장 번스가 1970년 닉슨 등의 정치 세력에 휘둘려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긴축정책을 쓰지 않고 통화팽창정책을 지속하려니 인플레이션 수치를 가능한 낮게 보이게 하여 그들의 이익과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과정에서 만든 개념이며 나중에 그 결과로 나타난 고물가를 잡기 위해 후임인 볼커가 살해위협을 무릅쓰며 인기를 포기하고 20%에 육박하는 초고금리 긴축정책을 쓰는 고통을 감내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얼핏 보면 이론적으로 서민들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물가를 잡는다는 점에서 일면 타당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식음료와 유가 그리고 집값 상승률이 배제되는 등 서민의 체감 생활고와 괴리되고, 자산가격의 증가를 무시함으로써 장기적 거시적으로 보았을 때 소위 '거품경제' 붕괴라는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과 정치권이 소비자 물가 상승에는 큰일이 난 것처럼 호들갑을 떨면서도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가격의 상승에는 소위 '호황'이라는 긍정적 의미를 부여한 채 방치하는 것은 힘 있는 자산가의 이익에 부합하여 대중을 속이는 것이며, 바로 난제인 통화공급과 물가상승  비상관 현상의 원인을 설명하는 답이기도 하다. 비록 주류 경제학에서는 아직 인정하지 않지만 내가 보기에는 풀린 돈이 소비로 가는 것이 아니라 물가통계에 잡히지 않는 자산가의 투기 투자금으로 더 많이 가기 때문에 물가상승률보다 자산가격 상승률이 더 높아지고, 자본이득이 노동이득보다 상대적으로 더 커져서 결국 빈부격차가 심화되어 (세계불평등연구소(World Inequality Lab)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억만장자들의 재산이 역사상 가장 가파르게 증가했고 반면 약 1억 명의 사람들은 극심한 빈곤에 빠졌다. 현재 상위 소득 10%는 전 세계 소득의 52%를 차지하고 있지만, 하위 50%는 8%에 그친다.) (한국에서도 2023년 국가총부채와 가계부채가 각각 1000조 원을 넘어서고

동시에 초과저축도 100조 원이 넘도록 증가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장기적으로 경제와 사람들의 삶 전체가 일순간에 무너질 위험요소가 더 많아지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세상을 한 마디로 규정하고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은 없으며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모두 일시적이므로 항상 경계하고 탐구하여야 하며 특히 공짜로 베푼다거나 듣기에 그럴듯한 주장은 오히려 진실을 호도하는 선동일 가능성이 더 많다. 그러니 세상을 제대로 보고 바르게 살기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그러나 이 글의 힘이 비록 미약하지만 최소한 소위 '근원물가'라는 통계로 진실을 숨기는 현재 기득권자들의 속임수를 한 사람이라도 더 깨닫고 가능하면 여론을 형성하여 경제적 포퓰리즘을 멈추고 보다 안정되고 복된 미래 세상이 될 수 있는 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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