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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helle Lyu Feb 16. 2020

기억전달자

기억을 전달하는 것이 이토록 무수하다니

화이트데이다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나무 기둥, 굵은 줄기,  갈색 가지 봄의 정원
초록 새순  두 손 벌려 하나, 둘
물이 오른다, 봄이 핀다

나이 먹은 제자가 미니 쉘 한 상자를 건넨다
무심결에 받아 들고 집에 와 보니 초콜릿이다
무심하게 그냥 식탁에 올려놓았다

토요일 아침부터 해야 할 일이 산재해 무슨 일부터 할까 허둥대었다
이 책을 잡으면 미완으로 접어둔 다른 책이 손길을 내밀었다
이 책 저 책 왔다 갔다 하며 사실 제대로 한 권도 끝내지 못했다
그리곤 급기야 조바심을 내는 마음을 스스로 정리하기에 이른다
그냥 순리대로 하자고

너무 억지로 애쓰지 말자고

이 또한 사람의 모습이라고

차 한잔을 준비하다 식탁에 놓인 미니 쉘이 순간 눈에 들어온다
아주 오래오래전이다
물론 고대소설의 전형을 따라 얘기하려는 게 아니다
오래되었다
큰 아이는 색감을 좋아했다
특히 노란색을
지금과는 다르게 아주 오래전 미니쉘은 한 줄에 다섯 개의 초콜릿이 들어 있었다
다섯 가지 색깔별로 나란히 진열된 미니쉘은 유혹적이었다
어른도 그런데 아이는 더욱 매료될 수밖에...
큰 아이는 노란색을 골랐다
노란색을 고르고는 또 다른 색에 눈을 떼지 못하고

또 다른 색에 손이 가고
그러다 결국 파란색 빨간 주황 초록 노란색으로 포장된 초콜릿을 다 사야만 메대를 떠났다

기억이 추억을 불러내었다
아주 오래된
초콜릿이 시간을 관통해 기억의 도구로 잊지 못할 추억을 가져다주었다
그렇게 마음으로 다가온 초콜릿을 보며 추억의 환기로 마음이 훈훈해졌다

큰 아이에게 물었다

ㅇㅇ야 너 이 미니쉘 기억나니
색색으로 된 것을 니가 좋아했는데
아주 어릴 때


큰 아이의 짧은 대답에 큰 마음이 전해온다

기억으로 같이 한 순간에 마음이 공유되어 지난 순간 장소에 오롯이 가 머문다

감사하다


일상에서 또렷한 기억을 추억으로 걷는 시간이 얼마나 귀한지 모르겠다

한 편의 파노라마가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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