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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깊고푸른 Mar 10. 2021

믿을 수 없을 만큼 평범한 날들. 30

다시는 돌아가지않을 거야

뒤돌아보면 늘 벼랑 끝에 서있었지

오던 길을 지우며 왔기에

가야 할 길만 남았어

한 발짝도 물러날 곳이 없었던 시간들이

칼날 같던 날들이 피를 철철 흘리며 지나갔다

대구를 떠나 서울로 올라오는 기차 안에서 다시는 돌아가지 않겠다고 결심을 했다

무슨 짓을 하든 서울에서 살아남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지방에서 올라와 홀로 삶을 시작한 디아스포라는 내일이 늘 불안하다

불안하지 않은 날이 드물었다 무엇이 올지 알 수 없는 날들이었기에 겁이 났고,

무엇이라도 준비해야 되지 않으면 불안했기에 무엇이든 할 수밖에 없었다

주중에는 회사를 다니고, 퇴근 후에는 대학원을 가기 위해 공부를 하고, 주말에는 알바를 뛰었다

하지만 아무리 준비해도 일어날 일은 결국 일어났고 일어나지 않을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억지로 되는 일도 없었고 억지로 막을 수 있는 일도 별로 없었다

그렇게 이를 악물지 않아도 되는데 치과 베드에 누운 환자처럼 주먹을 불끈 쥐고 온몸에 힘을 주며 지냈다


그렇게 살다가는 언젠가 툭 끊어지고 말 거야.. 좀 더 게으르게 살아도 돼...

그녀는 걱정스러운 말투로 늘 내게 충고를 하곤 했는데 머지않아 거짓말처럼 그렇게 툭 끊어지는 날이 오게 될 줄은 나도 몰랐다

그해의 여름이 막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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