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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깊고푸른 Jun 10. 2021

믿을 수 없을 만큼 평범한 날들. 94

그대와 나 사이에는 적절한지 알 수 없는 거리가 언제나 그만큼 있었다

그 거리에 시간의 잔물결이 스치고 간 잔주름이 뻘밭처럼 잡혀 있었다

                                                       -김 훈 '바다의 기별' 중에서

오래전에 아내가 내게 물었다

"나 만나기 전에 만난 사람 있어?"


"그게 왜 궁금해? ^^"

내가 대답했다

"예전에 아무에게도 사랑받지 못하고, 아무도 사랑하지 못한 이와 살고 있다면 그게 더 슬프지 않을까?"


지나간 사랑에 대해 묻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다. 추억과 경쟁하는 일은 소용없는 일이다

과거는 이미 세월 속에 묻혀 더 이상 진화할 수 없는 화석과 같은 거니까...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어도 그의 심연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대와 나, 사랑의 사이에도 적절한 거리는 필요하다


어느날 내가 아내에게 물었다

"스무 살 때 어땠어?"


나는 그저 내가 알지 못하던 시절의 네가 궁금하다

그때의 네가 얼마나 반짝였는지.. 얼마나 생기 있었는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그때의 너를 만나볼 수 없는 것이 아쉽고 슬플 뿐이다



매주 월~ 금요일 그림과 글을 올리고 토, 일요일과 공휴일은 쉽니다

성실하게 주 5일 근무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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