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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깊고푸른 Jun 07. 2021

믿을 수 없을 만큼 평범한 날들. 91

불면증은 아니었겠지?

나는 잠드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사람이었다

운 좋게 금방 잠드는 날도 가끔은 있지만 대개 불을 끄고 누워 한 시간은 기본으로 뒤척였다

뒤척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생각은 점점 더 많아지고 잠이 더 오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양을 세면 잠이 온다고 해서 양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세다가 삼천 마리가 넘어가서 결국 포기한 적도 있다

잠 못들고  밤새 뒤척이다 새벽에 바다로 갔다 새날을 맞는다

잠들지 못했던 날들을 돌아보면 미래에 대한 초조함과 스스로에 대한 불안함이 느껴질 때였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걱정과 지나간 시간에 대한 아쉬움이 잠 못 드는 시간 위로 풍선처럼 부풀어올랐다

느닷없이 꽁꽁 가슴속에 숨겨두었던 과거의 부끄러운 비밀들이 기억의 수면 위로 솟아오르기도 하고,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음습한 욕망들과 해답을 구하지 못한 채 남겨두었던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타나기도 했다. 그렇게 새벽까지 잠에 들지 못하고 뒤척였다

혹시 불면증이 아닐까 걱정이 들어 병원에서 수면제를 처방받아 볼까 고민을 해보기도 했다


요즘은 베개에 머리만 대면 잠이 든다.

책이나 한 줄 보려고 집어 들면 10분 안에 잠이 온다. 고민을 하고 싶어도 할 틈이 없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이런저런 골치 아픈 일들을 하는 건 예전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데 요즈음은 하루를 보내고 집에 가면 아무 생각이 없어진다.

퇴근하고 대충 씻고 저녁 먹으며 맥주 한 캔 마시고 나면 잠시 후 바로 꿈나라로 향한다

나이가 들어서일까? 아니면 그때보다는 먹고살만해져서 고민이 적어진 걸까?

지금이라고 그때보다 무언가 많이 달라지지 않았겠지만 삶이 조금 단순해진 것 때문은 아닐까?

이유야 어쨌든 어쨌든 불면증이 없어진 건 다행이다.

그렇게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매주 월~ 금요일 그림과 글을 올리고 토, 일요일과 공휴일은 쉽니다

성실하게 주 5일 근무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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