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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홉 Jan 29. 2021

취업은 싫지만 직장인이 되었다

A spark isn't a soul's purpose


삶은 참 아이러니하다.


어느 날은 물처럼 아주 당연하게 흘러가다가도, 돌부리에 콱 걸린 듯 숨이 턱 하고 막힐 때도 있었다. 그냥 죽어야겠다고 다짐하는  날도, 지나친 부담에 깊이 빠져 허우적거리기도 했었다. 어쩔 땐 모든 걱정이 사라지고 다 괜찮은 기분에 사로잡혔다.


산다는 건 뭘까. 괴롭기도, 어이없는 행복감이 요동하는 이 세계에서 어떤 손짓으로 발을 내줘야 할까. 어떤 날은 영 겹의 시간을 사는 듯해서 먼 죽음이 야속하게 느껴지다가도, 갑자기 죽음이 내일로 선고받은 듯 오늘의 눈물로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새벽은 늘 춥고 외로워서 혼자 아침을 기다리는 게 가장 큰 숙제처럼 느껴지는 날도 있었다.


취업이  돼서 그냥 여기서 끝인가 보다 한탄할 때쯤, 그래도 그냥 끝날  없다고 다시 다짐하던 순간에 정말 웃기게도 얼떨결에 직장인이 돼버렸던 요즘의 . 누군가의 입김이 닿아 장난질을 당하는 기분을 느낄 때면,  - 삶은 그런 거구나 - 생각하고 말았다. 그러니까 우리가 지나왔던 복잡한 길도, 앞으로 가야만 하는 미래도 매번 우스운 운명처럼 느껴질 테니, 괴로워도 자책 말고 슬퍼도 담담하며 행복한 순간을 매번 곱씹어야  것이다.


올해는 눈물이 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흔들리고  흔들렸던 마음을 잡기 위해 얼마나 애썼나.

20대는 기회의 청춘이라고 말하지만, 그건 미화된 과거를 그리워하는 누군가의 추억에 지나지 않는다.

어중간한 자유, 어중간한 젊음. 그 어중간함에 불안과 자유의 덩어리가 공존했다. 어떤 이는 최선을 다했기에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간이고, 어떤 이에게는 한 켠의 젊음을 떠올리게 하는 그날.


과거를 떠올릴 때마다 나는  순간의 시련과 애씀의 자국오른다. 유년시절의 달큰한 추억보다, 살아가야 했던 노력들이 강렬했다. 그때의 우물이 싫어 돌아가고 싶지 않다. 책임이 적었던 막연한 자유가 좋았고, 열심히 했던 흔적이 뿌듯하지만 정말로 그립지 않다. 과거는   주의 숙제 같은 거다. 내가 지나온 학창 시절과 대학교의 푸른 청춘은 바닥 같았다. 마른걸레로 낮은 바닥을 쓸고 닦았고, 먼지에 가려졌던 바닥이 조금씩 드러났던  순간을 기억한다. 변화의 과정은  즐거웠다.


 시간을 지나 취준생이 되었을 , 다시 닦았던 바닥이 더럽혀진 기분이 들었다. 막막하고 불안했지만, 나는  변화의 빛을 알고 있는 사람이었기에 괜찮다고 위로했다.


홀로서기.  번의 바닥을 문지르자 새로운 변화가 찾아왔다. 직장인이 되었다. 나는 결코 완성형이 아니라고 믿는다. 배울  천지고, 시작할 것들은 잔뜩이다. 나는 아직 바닥 위를 낮게 유영하는 물고기에 지나지 않는다.


어딘가에 소속되면 취준생의 외로운 불안이 -하고 소멸할  알았다. 그건 합리화의 대가이지 진짜는 아니었다. 우스운 고통이 찾아오는 대로, 잠깐의 행복을 듬뿍 만끽하면서  변화의 시작을 이어가려고 한다.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은 취준생에서 벗어나 '직장인' 되는 것이 분명 아니다. 나는 세상에 소속되지 않고 자유롭게 살고 싶을 뿐이다. 고민은 짧게,   있다는 다짐보다는 과정의 기대를 품으며 살아가고 싶다.





A spark isn't a soul's purpose
불꽃은 영혼의 목적이 아니다




 오랜만에 영화를 봤다. 픽사에서 나온 <소울> 애니메이션 영화이다. '불꽃은 영혼의 목적이 아니다.' 영화를 관통하는 대사가 아닐까. 되고 싶은 꿈, 직업, 목표 같은 건 영혼의 진짜 목적이 아니다. 불꽃은 그저 나를 즐겁게 하는 하나의 요소일 뿐, 목표는 이뤄지면 허무하다. 그걸 지키기 위해 살아가는 삶 그 자체를 즐겨야 한다.


그 과정에서 얻는 용기나 성취 같은 것들이 행복이 된다면, 살아갈 이유로 충분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삶의 정답은 우리의  마음속에 있다. 행위라는 건 매번 변한다. 의미를 무겁게 달지 말자. 왜 하고 있냐고 깊게 자책하지 말자. 그건 삶의 방식일 뿐이다. 난 지금 충분히 즐기는 과정에 영혼을 싣고 떠나는 중이다. 1년 뒤 얼마나 인생을 즐겼는지 궁금해하면서. 나는 어떤 인간이 되어갈까.





p.s 모든 취준생을 위로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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