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한 CPU 파라기보단 무식한 하드워킹 GPU파에 가깝습니다
한 번 숨을 고를까요. 어디 한 번 봅시다.
채집하는 글쓰기를 위해 헨리 포드의 컨베이어 벨트와 같은 어떤 메커니즘을 화두로 꺼냈습니다. 이 것은 메모상자 메커니즘으로 첫 번째 11화-바텀업 사고체계를 시작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12화-메모상자 메커니즘을 작동시키기 위해 '임계치'를 넘는 양에 제한을 두지 않는 끝을 열어두는 것입니다. 마지막 세 번째입니다.
메모상자 메커니즘의 가장 중요한 것은 단순함입니다. 어쩌면 이 채집하는 글쓰기의 핵심을 관통하는 메인 아이디어는 단순한 메모상자 메커니즘입니다. 단순함에 관한 단순한 메모상자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상상해 보세요, 만약 모든 과학적 지식이 사라지는 큰 재앙이 일어났고,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전달할 수 있는 건 오직 한 문장뿐이라면, 어떤 문장이 가장 적은 말로 가장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을까요?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모든 것이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가설 또는 사실 혹은 여러분이 부르고 싶은 그 이름이 바로 그 문장이라고요. 원자는 매우 작은 입자들인데 이들은 계속 움직이면서 서로 멀리 있을 때는 서로를 끌어당기고 너무 가까워지면 서로를 밀어냅니다. 이 한 문장 안에 상상력과 조금의 사고를 가미한다면 이 세상에 대한 엄청난 양의 정보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리처드 파인만 [1]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파인만. 역사상 가장 훌륭하면서도 대중에게 친절하고 위트까지 발휘하는 물리학자인 그의 한 문장은 '모든 것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입니다. 물리학이란 것 자체가 없어진 상황에서 바닥에서 다시 채집통에 채우는 단 한 가지가 '단순함' 이어야 한다는 겁니다. 쉬워 보이는 것도 어렵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될 때가 많은 물리학이나 수학에서 가장 근원이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원자의 단순함이라니. 내가 파인만과 같은 물리학자나 수학자는 아니더라도 이 공학계 바닥에서 말할 수 있는 단순함에 대한 메시지를 전해보겠습니다.
공학자가 되겠다고 대학에서 공부를 시작한 것이 2006년입니다. 20년 가깝게 '공학계'라는 링 위에서 그럭저럭 머물렀습니다. 여태 작은 공백도 없었으니 이기던 지던 상관없이 '링에서 내려온 적은 아직 없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본인 그러니까 머신러너의 세 가지 경로에서 가장 중심 되는 것은 단연 엔지니어입니다. 엔지니어는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입니다. 엔지니어가 되기 위한 수련, 학습, 학교 수업 모두가 결국은 문제를 이해하고 다양한 도구를 통해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하기 위한 것들이었습니다. 배우고 익히다 보면 나는 이런 부류의 문파 혹은 학파인 것 같다 라는 것이 생긴 것 같습니다. 나를 어떤 엔지니어 파라고 정의해 보면 ‘스마트한 CPU 파’라기보단 ‘하드워킹 GPU 파‘에 가깝습니다. 두 문파에서 자연스럽게 선택되어지는 것은 나의 'DNA 하드웨어'는 바꿀 수 없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한 DNA는 아니라는 것에 우울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내가 스마트한 DNA는 아니구나 알게 되면 무모한 짓을 하거나 스스로를 자책하는 일은 줄어듭니다.
하드워킹 GPU 파는 이렇게 문제 해결합니다. 좌우 10행x10열 100피스 퍼즐을 맞춘다면 하나의 자리에 100개 피스를 하나씩 맞춰보는 수고스러운 작업을 합니다. 1개를 찾으면 두 번째 자리에 나머지 99개 피스를 맞춰보는 '인텔리'와는 거리가 좀 있어 보이는 방식입니다. 너무 비효율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나름대로 장점도 있습니다. 문제 한 덩어리가 전체 퍼즐을 풀어야 하는 것이라면 이 한 덩어리를 100개 피스로 쪼개서 하나씩 해결하다 보면 풀릴 것 같지 않았던 문제가 풀리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단순함의 힘이 발휘되는 순간입니다.
스마트한 CPU파는 단 방에 풀어버려 가끔 그걸 보는 내가 벽을 느끼며 좌절하기도 하지만. 그럴 때마다 CPU파는 그 시스템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있을 테고 내 쪽은 내쪽대로 해 나가면 된다는 생각으로 공학 문제를 풀어왔습니다.
"방법은 수없이 많다. 그러나 원리는 매우 적다. 원리를 파악한 사람은 자신만의 방법을 성공적으로 고를 수 있다. 그러나 원리를 무시하면서 이런저런 방법을 시도하는 사람은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다." -해링턴 에머슨[2][3]
나의 원리가 똑똑한 방법이라기 보단 무식한 방법에 가깝지만 여러 차례 작동하는 것을 보면 내가 원리를 무시하며 주먹구구식으로 문제를 대하진 않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천재가 아닌 사람이라도 어떤 사고 습관을 가다듬다 보면 지혜라는 것이 조금은 생기는 것 같습니다.
"지혜를 얻는 가장 좋은 방법은 현실의 기초가 되는 중요한 지식들을 배우는 것이다. 천재가 아닌 사람이라도 어떤 사고 습관을 계발하면 다른 사람들보다 나은 사고를 할 수 있다." -찰리멍거 [3]
*5~9화: 근면한 글쓰기
*10화~ : 채집하는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