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인 박애주의의 빛을 걸을지 아니면 파괴적인 이기주의의 어둠을 걸을지
본능에 아주 충실히 살아왔습니다 나는. 내게 유리한 선택이면 택했고 불리하면 택하지 않았습니다. 말 그대로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식의 생존입니다. 내가 이상한 것이 아닙니다. 찰스 다윈 선생도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본능이란 자기 종의 생존에 유리하게 작용하며 상황에 맞게 변화하기 때문에 자연선택의 대상이다. [1]
남을 돕는 기버*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우리에게 본능은 분명히 자기 생존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입니다. 나는 철저히 개체 생존에 유리하게 행동했습니다. 스스로 가장 불우한 사람이라 여기고 불특정 이웃을 돕는 것은 솔직히 못 본 체했습니다. 도울 일이 있어도 눈 감아 버리는 식입니다. 종교 단체 헌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생존에 불리한 일입니다. 나는 본능에 '아주' 충실히 임해서 다른 개체들─사람들─보다 잘 살기 위해 그리고 생존하기 위해 늘 발버둥 쳤습니다.
그런데 제 와이프를 만나고 함께 살면서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습니다. 와이프는 매사에 양보합니다. 그리고 희생합니다. 자기 것을 챙기기 전에 남을 것을 챙기고 돕습니다. 제 머릿속에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제 와이프는 따지기 전에 남을 돕습니다. 매달 번 소득에 '십에 일'을 떼어 먼저 내놓습니다. 신혼 때 이 일로 많이 다퉜습니다. 다투었다기 보단 저는 이해할 수 없고 하지 말자고 떼를 썼다는 표현이 옳은 것 같습니다. 와이프는 이런 저를 달랬습니다. 이건 생존 본능에 역행입니다. '자연도퇴'입니다.
다윈 선생님이 <종의 기원>에서 보여준 본능에 대한 진화 사례가 있습니다. [1] 유럽 뻐꾸기는 다른 새의 둥지에 하나씩 알을 낳아 새끼가 먹이를 충분히 '얻어먹게' 하고 다른 새의 알보다 '작은 알'을 낳아 눈치채지 못하도록 합니다. 또한 다른 새의 둥지의 알에서 깬 새끼 유럽 뻐꾸기는 다른 둥지의 새끼나 알을 닥치는 대로 밀어버리는 맹목적 힘과 그에 적합한 '등 구조'를 지닌 것을 진화로 설명합니다.
이런 습성과 구조가 가장 잘 발달된 새끼 유럽 뻐꾸기는 아마도 가장 확실히 생존을 이어가겠지요. 이런 본능은 차츰 자연선택되어 더욱 효과적으로 다음 세대로 전해집니다. 그러므로 이런 동물적 본능을 찰스 다윈 선생은 자연선택을 통해 진화했다고 강력히 주장했습니다.
진화 그러니까 장인·장모님을 보면 와이프의 기버 행동에 힌트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신혼집을 와이프가 살던 동네로 얻었습니다. 저야 어차피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어디에 살아도 상관없습니다. 와이프가 태어나고 자란 서울 북부에 얻었습니다. 물론 값도 비싸지 않았기에 선택의 여지는 많지 않았죠. 처가 부모님 댁과 가까웠습니다. 와이프는 자기 짐 대충 승용차에 실어서 신혼집으로 옮길 수 있었던 거리입니다.
그리고 장인어른은 동네 근처 교회 목사님이셔서 저희는 함께 장인어른의 교회로 매주 주말 예배를 갔습니다. 이제 언 십 년을 윤 씨 집안에서 이들의 사고방식을 체험했습니다. 진화라고 하기엔 지극히 짧은 시간이지만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세대를 거쳐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면 진화가 이루어지긴 한 것 같습니다. 처가 부모님의 의사결정 방법이 와이프와 너무나도 비슷합니다. 더 가지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더 내어 놓습니다. 내 눈에는 이건 자연 도태되어 생존에 위협받을 아주 이해할 수 없는 행동입니다. 늘 이런 식입니다.
장인어른은 억울한 일을 당해도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장모님은 어렵다는 이웃이 오 갈대가 없다고 하면 집에서 몇 달을 같이 살기도 했습니다. 내 눈으로 이런 윤씨네식 희생을 생생히 목격했습니다. 와이프도 교회 일이면 주말을 내어 놓습니다. 교회학교 선생님으로 아이들을 가르칩니다.
"사람은 누구나 창조적인 박애주의의 빛 속을 걸을지 아니면 파괴적인 이기주의의 어둠을 걸을지 선택해야 한다. -마틴 루터 킹 주니어
윤씨네로부터 나는 파괴적인 이기주의의 어둠에서 점점 창조적인 박애주의의 빛을 바라보게 됩니다. 글쓰기도 하나의 창조적인 박애주의**입니다. 글쓰기는 평등합니다. 누구나 쓸 수 있고 누구나 볼 수 있습니다. 글은 사람을 차별하거나 가리지 않습니다. 나는 윤씨네를 통해서 그리고 글쓰기로 사람을 바라보는 법, 사람을 이해하는 법, 사람을 사랑하는 법을 조금씩 배워가고 있는 중입니다. 그 속에서 어둠보다는 빛에 가까워지고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서 말입니다.
[1] 찰스 다윈 <종의 기원>, 장대익 옮김, 최재천 감수
*Giver
**박애주의는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사랑하고 도와주려는 마음가짐이나 행동을 의미합니다. 이는 인류애를 바탕으로 하여 사람들 간의 차별을 두지 않고 모든 사람에게 이타적인 사랑과 도움을 베푸는 태도입니다.
-1부-
*05~09화: 근면하게 글쓰기
*10~15화: 채집하는 글쓰기
*16화~25화: 고립되어 글쓰기
*26화~30화: 감사하며 글쓰기
-2부-
*1화~ : 감사하며 글쓰기(연재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