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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신러너 Jul 19. 2024

감사하며 글쓰기(9) - 나에게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 그리고 먼 훗날의 나에게 감사하며


좋은 사람을 시작으로 '감사하며 글쓰기'를 시작했습니다. 나는 그에게서 다른 사람의 좋은 점이나 멋진 점을 발견하고 좋은 질문을 건네는 것이 어엿한 매너라는 것을 배웠죠.

내가 지금 회사를 떠나지 않는 것은 좋은 리더와 함께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슷하게도 내가 글을 쓰는 브런치 마을을 떠나지 않는 것도 브런치 마을에 좋은 독자님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내 작은 글에 의미를 불어넣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입니다.

나는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감사하게도 학교라는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올바른 영웅으로부터 배움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좋은 윤씨를 만난 것도 내게는 큰 행운이고 물론 큰 원과 작은 원 두 아들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크나큰 축복이고 감동입니다. 더 나아가서 '두 원'은 또 다른 나의 삶에 의미기도 합니다. [1][2][3][4][5][6]


여럿 감사할 분들을 상기할 수 있어 그 회상의 시간이 무척이나 값졌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 떠올리는 시간 동안 내가 지금 온전할 수 있는 이유가 그 사람들과의 인연 덕분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들과의 우연한 만남이 보이지 않게 나를 변화시켰고 나를 만들어냈다고까지 할 수 있습니다. 절대로 '내가' 무엇을 택했거나 혹은 무엇을 잘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돌이켜보면 하루하루는 무질서와 우연 기대 그리고 실망 어쩌다 얻는 운 덕분에 그럭저럭 잘 지내왔습니다. 그 고군분투 속에서 내가 감사해야 할 사람이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라는 것을 까마득히 잊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잊고 지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지금 여기에 나라는 존재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은 워낙에 찰나와 같아서 알지 못했던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나라는 인격은 그러니까 지나 온 ‘과거의 나’와 찰나의 ‘순간을 보내고 있는 나’ 그리고 ‘먼 훗날의 나‘로 완벽히 분리됩니다.


이 세 인격은 모습이 너무나 달라서 도무지 한 사람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지나온 과거의 나는 회색잿빛입니다. 세월의 흔적으로 색이 바랬지만 다른 의미로서 충분히 아름답습니다. 타고 남은 재도 한때는 활활 타오르는 불꽃이었습니다. 언제나 지금의 나를 위해 헌신하고 버티고 희생할 줄 아는 그런 사람입니다. 좋건 싫건 잘됐건 못됐건 구별하지 않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킵니다. 그저 뚜벅뚜벅 지나온 발자국과도 같은 사람입니다. 한편으론 측은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합니다. 그런 그를 지금의 내가 안아주고 싶습니다.


진정으로 내가 감사해야 할 사람은 지나온 과거의 '회색빛 나'일런지도 모릅니다. 아프지 않았고 포기하지 않았고 꿋꿋이 버텨 주었기에 지금의 찰나의 순간을 사는 내가 이렇게 여럿에게 감사할 수 있으니까요. 지금의 나는 어떤 빛인지 모르겠습니다. 그저 과거와 먼 훗날의 나를 잇는 선에 지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너무나도 짧은 시간인 탓에 항상 조급하고 불안하고 걱정 때문에 무슨 색이어야 할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겠죠.

아니면 조울증 환자처럼 과거의 나와 조우했다가 다음 날엔 맘이 휙 바뀌어 훗날의 나에 가까이 있어서 색을 정할 수 없는 무채색이 원래의 나의 색일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저 과거와 미래를 잇는 선에 지나지 않으니까 색이야 없어도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겁니다.


지금의 내가 무채색일지라도 먼 훗날의 나는 파스텔 톤 하늘빛깔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투명하고 맑은 모습이 싱그럽고 향기롭기를요. 그 향기는 가벼운 공기와도 같아서 멀리까지 내가 여럿에게 받았던 감사만큼 다른 누군가에게 퍼지기를 희망합니다. 그러려면 지금을 사는 나는 지나온 과거의 나와 먼 훗날의 나를 잇는 선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내가 받았던 감사와 응원 친절 사랑 배움 배려까지 모두를 선으로 이어 먼 훗날의 나에게 전하는 메신저 말입니다.

만약에 지금의 내가 그 메신저로서 충실히 하루를 보낸다면 먼 훗날의 나는 정말로 파스텔 톤 하늘빛깔로 빛나고 있으리라 꿈꿔봅니다.



[1] 감사하며 글쓰기 - 좋은사람

[2] 감사하며 글쓰기 - 좋은리더

[3] 감사하며 글쓰기 - 독자에게

[4] 감사하며 글쓰기 - 좋은스승

[5] 감사하며 글쓰기 - 좋은윤씨네

[6] 감사하며 글쓰기 - 아들에게


-1부-
1. 근면하게 글쓰기: 5~9화
2. 채집하는 글쓰기: 10~15화
3. 고립되어 글쓰기: 16~25화
4. 감사하며 글쓰기: 26~30화

-2부-
4. 감사하며 글쓰기: 1~4화
5. ____ 글쓰기: 5화~(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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