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머신러너 Jul 12. 2024

감사하며 글쓰기(8) - 아들에게2

"눈물 날 것 같아"

한 가지 더는 이 작은 비스킷 조각과 같은 하찮아 보이는 하루의 흔적이 모인다는 것입니다. 모이면 적은 것에도 힘이 생깁니다. 한 꼭지 글은 그저 작은 조각일 뿐이지만 이 조각들이 모여 우리 삶의 큰 바탕이 됩니다. 이것을 두 아들에게 행동으로 보여주고 싶은 것이 두 아들 아빠의 작은 소망입니다.

이제 나에게 글쓰기는 단순한 호기심이나 취미가 아닙니다. 나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내가 일을 진지한 태도로 임하듯 글쓰기도 그 수준으로 올리고 싶은 갈망이 내겐 있습니다.


하루하루가 쌓이는 글은 벽돌 쌓기와 같아서 무척이나 무겁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종아 낱장 하나 채우는데도 진땀을 빼는 걸 보면 벽돌에 버금갈 만큼 무겁다고 하는 것도 지나친 표현 같진 않습니다. 벽돌 하나를 쌓아도 티나지도 않는 것처럼 글 하나하나는 아무런 티도 없고 변화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꾸준히 쌓아갈 뿐입니다. 이 작은 노력들이 모여서 점차 큰 집을 짓듯이 쓰다 보면 그리고 쌓다 보면 큰 원호를 그릴 수 있는 체력이 내게도 생길 것이라고 나는 믿습니다.


두 아이에게도 이 체력은 모든 면에서 중요합니다. 특히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는 과정에서 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무언가를 처음 배울 때 우리는 원의 가장자리에서 주뼛주볏 주변을 맴돌게 됩니다. 새로운 것의 시작은 언제나 원의 가장 바깥입니다. 이곳에서 시작해서 중심에 본질이 있을 거라는 희망이 있다면 파볼 것입니다. 이때 파고들려면 체력이 있어야 합니다. 좌충우돌하고 시행착오를 겪을 것은 불 보듯 뻔하니까 조금씩 나아가려면 견딜 힘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다행히도 글쓰기에도 근육이 있어서 하면 할수록 글쓰기 근육이 붙고 그렇지 않으면 금세 연약해집니다. 그러니 원의 중심을 향해 나아가는 방법은 단순할 수도 있습니다. 그냥 하는 것입니다. 내 생각과 감정이 사라지기 전에 글로 정리하고 기록하는 것입니다. 다람쥐 쳇바퀴 굴리 듯말입니다.

"우리의 생활은 마치 바퀴처럼 계속 돌아가며,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모두가 같은 삶을 사는 건 아니다. 그들의 습관이 다른 것처럼 삶의 모습도 매우 다르다."

"원인은 역시 언어에 있다. 그냥 소리만 치면 꿈이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자신이 만들고 싶은 제품이나 콘텐츠를 제작할 사람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생각한 바를 현실로 부를 수 있다. 즉, 구체적으로 설명해서 상대방이 허공에 그릴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비로소 우리는 자신이 생각한 것에 가장 가까운 모습으로 만들 수 있다." -김종원[1]


하루는 '큰 원' 첫째와 함께 잠자기 위해 누워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첫째가 ’사람은 죽으면 어떻게 되는거냐‘고 내게 물었습니다. 나는 나름대로 침착하게 평소처럼 눈을 감고 상상해 보자고 했습니다. 마치 허공에 그릴 수 있을 정도로 설명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첫째는 눈을 감았고 나는 찬찬히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빠: "우리 모두는 죽는데, 그건 아빠도 엄마도 X원도 그리고 둘째 Y원도 마찬가지야. 죽으면 우리는 한 없이 가벼워져. 그러면 천천히 하늘나라로 날아갈 수 있게 되는 거야. 날아가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지지?"

첫째: "응 보여. 근데 아빠 먼저 죽어?"

아빠: "아빠가 먼저 태어났으니까 먼저 가지. 하늘나라에서 다 같이 만날 거니까 아빠 먼저 가서 기다릴게"

첫째 아이는 감았던 눈을 뜨고 누워있던 몸을 일으키고는 그 다섯 살 배기 입에서,

"눈물 날 것 같아"


나는 더해줄 말이 떠오르지 않고 그저 감동한 마음에 꼭 안아주는 것 밖에는 해줄 것이 없었습니다. 같이 듣고 있던 아내도 나와 같은 감정을 느꼈습니다. 그날은 우리 가족에게 그 어느 때보다 깊고 진한 청록빛 감동으로 물들어가는 밤이었습니다. 이 날의 조각을 우리 가족 가슴에 깊이 각인할 수 있는 것은 그날의 청록빛 조각을 글로 남겼기 때문입니다.

날 사랑해 주기를 바라는 사람에게서 받은 사랑이 말할 수 없을 만큼 귀중한 것임을 글로 남깁니다.


명성이란 말할 수 없이 귀중한 것이다.
자유와 독립은 말할 수 없이 귀중한 것이다.
가족과 친구는 말할 수 없이 귀중한 것이다.
날 사랑해 주기를 바라는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일은 말할 수 없이 귀중한 것이다.
행복은 말할 수 없이 귀중한 것이다. -모건 하우절[2]



[1] 김종원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이다>

[2] 모건 하우절 <돈의 심리학>


-1부-
*05~09화: 근면하게 글쓰기
*10~15화: 채집하는 글쓰기
*16화~25화: 고립되어 글쓰기
*26화~30화: 감사하며 글쓰기

-2부-
*1화~ : 감사하며 글쓰기(연재 중)


이전 02화 감사하며 글쓰기(7) - 아들에게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