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머신러너 Jul 05. 2024

감사하며 글쓰기(7) - 아들에게1

하루의 조각을 담지 않으면 나의 하루가 마치 지워지는 느낌


남중·남고·공대·군대·현대 그리고 두 아들의 아빠가 되었습니다. 둘째 아들의 탄생으로 나의 정체성은 확실한 단색으로 진해졌습니다. 남자 중·고등학교를 거쳐 공대 자동차과에서 공부하고 ‘닦고 조이고 기름 치자’ 구호를 외치며 운전병으로 전역했습니다. 대학 공부를 마치고 구할이 남자인 회사에서 첫 직업을 갖게 되었네요. 그리고 마지막 퍼즐을 첫 째 아들과 둘째 아들이 채웠습니다.


첫째 아들은 '큰 원'이고 둘째 아들은 '작은 원'입니다. 족보와는 관계없는 내 마음대로 식의 '원'자 돌림을 썼습니다. 그리하여 X원, Y원으로 두 아들의 이름을 지었습니다. 족보 파괴로 아버지는 조금 당황하셨지만 그러려니 하셨습니다. 어차피 나를 포함해서 지난 세대 신경 쓰기보다는 새로운 세대인 두 원이 함께 살아갈 텐데 '이름에 연결고리는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란 생각으로 이름을 지었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연결고리란 것은 이런 것입니다. 큰 원과 작은 원이 서로 동심원이 되어 큰 원은 바깥에서 작은 원을 보호하고 보살피고 작은 원은 큰 원을 바라보고 원의 크기를 키워가는 것입니다. 두 원은 하나의 중심에서 자유롭게 그 크기를 키워나가기를 바라는 것이 부모인 나의 바람입니다. 한 가지 바람을 더하자면 내가 두 원의 중심점이 되는 것입니다.


원의 중심에서 단단히 버텨주면 두 원은 자유롭게 그리고 무한하게 이들의 상상을 펼쳐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 못하고 원의 중심이 흔들린다면 아무리 그 크기를 키워나가려 해도 자꾸만 중심이 움직여서 이리저리 헤매게 될 것입니다. 원의 중심은 그저 단단히 한 점에 뿌리를 박습니다. 원의 중심이 된다는 것은 두 원을 내 맘대로 나의 의지로 묶어 둔다는 것은 단연코 아닙니다. 그보다는 반대의 의미로 자유방임주의 원칙으로서의 중심이 되겠다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예의도 그렇게 까다롭지 않은 것까지 포함해서 두 원이 하고 싶어 하는 것과 되고 싶어 하는 것에 있어서 두 아이가 바라는 전부를 해주자는 원칙이 우리만의 자유방임주의입니다. 우선 하면 안 되는 행동에 확실한 기준점을 찍으면 그 반경으로는 자유롭게 해 주자는 것입니다. 그 기준점이란 것은 최악의 사태는 피해야 한다는 것. 당연한 말이지만 두 원의 생명에 위험이 될만한 것은 절대적으로 피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아니라면 가능한 크게 원을 그릴 수 있도록 가능하면 가장 긴 컴퍼스를 쥐어주고 그 동그라미 안에서 만큼은 무엇을 하든지 내버려 둡니다.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도록 두 아들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원의 중심으로서 나의 할 일은 단순합니다. 그저 내 일을 하는 것입니다. 단순한 일상의 출근으로 시작해서 내 일에 있어서 나름대로 진지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때가 되면 아이들은 분명히 일을 대하는 나의 진지함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다 보니 이제는 '글쓰기'도 엄연한 내가 해야 할 일이 되었습니다. 아직 두 아들이 글을 읽을 수 있는 나이는 아니지만 글로 남겨두면 훗날에 부모의 생각을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두 아들은 자기만의 시선으로 받아들이겠죠. 무엇을 받아들이던 배우던 어쩌면 무시해 버리던 그들의 자유지만 단 하나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있습니다.


두 아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그저 한입에 넣을 수 있는 비스킷 과자와 같은 작은 '하루'가 굉장히 소중하다는 사실입니다. 보잘것없게도 볼 수 있는 하루를 허트로 보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러려면 쓸 수 밖에는 없다는 사실입니다. 이걸 꼭 "글로 써야 한다"라고 윽박지르거나 "일기를 쓰면 좋다"로 회유해보아도 '절대' 두 아이에게 도움이 안 될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방학 하루 전날 한 달 치 일기를 쓴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면 공감하실 거라 믿습니다.

하루의 조각을 담지 않으면 나의 하루가 마치 지워지는 느낌을 두 아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습니다. 십 년 혹은 이십 년 후에 이 글을 본다면 두 아들에 대한 아빠의 진심이 결국엔 '글로 남겨두었기 때문에 그 흔적을 찾을 수 있었구나'하는 메시지를 읽어 내길 소망합니다. 그때가 되서야 “써야겠구나”라는 마음을 갖도록 남긴 유산을 읽어 낼 것이라 나는 ‘큰 원’과 ‘작은 원’을 믿습니다.




-1부-
*05~09화: 근면하게 글쓰기
*10~15화: 채집하는 글쓰기
*16화~25화: 고립되어 글쓰기
*26화~30화: 감사하며 글쓰기

-2부-
*1화~ : 감사하며 글쓰기(연재 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