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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 Jul 10. 2022

다꺼행_ 3화. 예행연습

중국 상해 2박 3일

우리 가족의 첫 자유여행에 앞서, 우리는 다소 긴 여정이 될 여행의 예행연습을 하기로 했다. 사실 처음에는 여행 경비를 조금이라도 줄여보려고 경유하는 비행기로 알아보다가 중국 상해를 경유하는 비행기 티켓을 예약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여행 속 미니여행을 계획하게 되었고, 우리는 중국 상해에서 2박 3일동안 먼저 여행을 연습해보기로 했다.


2014년 3월 4일,

마음을 다잡고 학교로 출근을 하여 활기차게 새 학년 새 학기를 맞이했어야 하는 그날, 우리는 새벽같이 집을 나서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낯선 공항에 도착하니 무거운 캐리어와 어린아이들은 참으로 부담스러웠다. 빨리 짐이라도 부쳐야 아이들 손을 제대로 잡아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시간이 되자마자 서둘러 티켓팅을 하고, 수화물을 부쳤다. 나머지 출국 수속을 마치고, 게이트를 찾아가는 길의 늘어선 면세점 덕분에 여행을 더 실감할 수 있었고 설렘도 느낄 수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시작된 여행은 걱정과 부담으로 살짝 나를 혼란스럽게 하기도 했다.


오전 8시 55분 인천 국제공항을 출발한 중국의 동방항공은 약 3시간을 날아가 시차를 고려하면 오전 11시경에 상해의 푸동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1시간가량을 달려 제법 손쉽게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고, 언어는 통하지 않았지만 미리 프린트해간 숙소 주소를 보여주는 것으로 우리들의 소통에는 무리가 없었으니 참으로 다행이었다. 몸고생 마음고생을 안 했으니 상해의 첫인상이 좋게 기억되는 이유 중 하나가 되었다. 기대 이상으로 친절하고 바가지요금도 없었던, 괜찮은 택시 기사님 덕분에 상해 여행을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택시기사님께 감사할 일이다. 분명 뭔가 특별함을 기대하고 계획하고 준비하여 떠난 여행이었을 테지만, 이런 소소해도 행복한 기억들 덕분에 우리의 여행을 조금 더 아름다워진 게 아닐까?


체크인을 하고 숙소에 짐을 푼 우리는 중국의 정원 중에서 아름답기로 꼽혀 국가 문화재로 지정되었다는 '예원(豫園)'을 구경하기 위해 나섰다. 시간이 넉넉했다면 지하철을 타고 갈 수도 있었겠지만, 우리는 다시 택시를 타고 예원으로 갔다. 상해에서 가장 중국스럽다는 그곳은 사람도, 볼거리도 많은 곳이었다. 예원으로 가는 길만 해도 마치 예원 속을 거니는 듯 착각을 하도록 중국의 향이 물씬 나는 멋스러운 건물들이 즐비했다. 부모에 대한 효심으로 지어졌다는 아름다운 정원을 산책을 하듯 천천히 둘러보고 나왔다.



실과 바늘처럼 어딜 가나 관광지에는 맛집이 있는 법이고,  예원 근처 역시 소문난 만두집이 있다고 하여 친히 찾아가 먹어보았는데, 나의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한번 더 줄까지 서서 사 먹는 수고로움을  할애할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사람마다 각자 입맛의 취향은 다르니까 기회가 된다면 직접 느껴보는 것도 좋겠다.


그러고 보니 집 떠나 첫날이었다. 새벽부터 잠도 설쳤고, 긴 하루 동안 처음 겪는 낯선 상황들에 긴장하고 고단했던 우리는 생각보다 다소 쌀쌀한 날씨가 꽤나 신경 쓰였다. 오늘은 정리하고 내일을 위한 휴식을 위해 일찍 숙소로 들어가기로 했다.



상해의 두 번째 날에는 중국의 베네치아, 저우좡(莊)에 가기로 한 날이었다. 가이드북의 조언으로는 한 번에 찾기 힘들다는 상해투어터미널을 단번에 찾아 기분이 좋기도 했고, 차가 매진되는 바람에 다음 차를 타야 했어서 아침부터 아이들을 재촉해 서두른 게 속상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되었다.

상해에서 한 시간 반을 달려 중국의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중국의 시골 마을은 중국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아직은 가보지 못한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의 모습을 상상하며 집 앞으로 물길을 끌어올리고 예쁘게 만들어놓은 다리들을 지나다니는 작은 배를 타고서 물길을 따라 듣던 중국의 여인이 불러주는 옛 노래는 참으로 낭만적이었다.



저우좡 관광을 마치고 늦지 않게 상해로 돌아와 숙소에서 조금 쉬었다. 여행이 처음이니 우리에겐 숙소를 찾아가는 것만으로도 관광이었고, 숙소에서 쉬는 것도 휴양이었다. 작고 사소한 경험도 의미가 넘쳤고, 실제로 특별했다.

그러다가 밖이 어두스름해질무렵 우리는 마지막 중국 상해의 밤을 만나러 잠시 밖으로 나왔다. 아름다운 야경과 세계에서 3번째로 높다는 상해의 상징적인 건물 '동방명주'를 보러 갔다. 근처에서 저녁도 먹을 겸 먼저 들른 동방명주는 성공했지만, 다소 늦게 도착한 탓에 상해 난징동로의 야경은 실패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10시에는 소등된다는 중국의 문화를 우리가 몰랐던 탓이다. 마치 Ctrl+C 한 다음 Ctrl + V 한 듯, 이날의 아침처럼 한 번은 좋았고, 한 번은 안 좋았다. 그렇지만 생각이 바뀐 건지, 상황이 다른 건지 우리가 다시 상해에 와야 할 이유가 생긴 것이라고 생각했다.



돌아보면 아쉬움도 가득했던 우리의 첫 여행이었다. 그러나 긴 여행에서 더 많이 겪을 시행착오를 미리 경험해보며 우리의 예행연습은 안전하고 알차게 마무리되었다. 상해에서 겼었던 적지 않은 경험과 다양한 감정들 덕분에 이제부터 시작할 우리의 뉴질랜드 한 달 여행은 좀 더 든든한 출발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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