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사실 실천법] 미안하다 학습지!
옛날엔 관절이 아프면 고양이를 잡아먹었다. 몸이 유연한 고양이를 먹으면 관절에 좋다고 생각했다. 소의 도가니도 고아 먹었다. 튼튼한 소의 관절이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동물의 성기나 성기를 닮은 음식은 성기능을 강화시키는 것으로 여겼다.
같은 부위나 그 부위와 비슷하게 생긴 먹거리가 건강에 도움이 될 거라고 믿었다. 재밌게도 일부는 실제 건강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먹는 것은 어떻게든 건강에 도움이 되긴 하니까 딱히 맞는 말이라고 하기도 뭣하다.
이처럼 사람들의 '단순'하고 '무식'한 편견은 과학적으로 일일이 입증해야 할 정도로 너무 널리 퍼져있다. 의외로 자신의 '지식'과 '경험'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의미다. '단순한 지식'과 '빈곤한 경험'으로 모든 것을 바라보니 '변화'나 '발전'이란 있을 수 없다. 왜 변화나 발전을 해야 하는지도 알지 못한다. 평균 80년을 살 거면서 말이다.
사랑과 연애도 마찬가지다. 단순, 무식, 빈곤한 '지식'과 '경험'은 '관계'를 망친다. 상대나 상황을 지겹게 여기는 '권태'는 흔히 아는 것처럼 '상대방'의 문제가 아니다. 상대방에게 새로움을 '발견'하는 건 '본인의 노력'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간의 뇌를 이해하지 못하면 엄하게 인생의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우리는 '똑똑함', '스마트함', '두뇌계발'과 같은 이야기를 들으면 반사적으로 '공부'를 생각한다. 무언가를 읽고, 쓰고, 외우고, 풀고, 이해하고 하는 활동들이 우리의 뇌를 똑똑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뇌는 그러라고 있는 '기관'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뇌의 기능을 매우 '협소'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뇌는 우리 '몸' 그 자체이고, 우리의 '정신' 그 자체다. 우리의 '행동'이며 '감정'이고, 우리의 '희로애락'과 그에 따른 '행태' 그 자체이다.
따라서 우리의 뇌는 '정적인 활동' 만으로 좋아지지 않는다. 뇌도 몸의 일부이기 때문에 '동적인 활동'은 필수적이다. 심지어 우리가 알고 있는 단순하고 무식한 상식보다 훨씬 더 많은 영향을 준다. 우리 아이의 뇌를 똑똑하게 만들어 주고 싶다면 '학습지'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우리의 뇌는 '나이와 상관없이' 운동이 큰 도움이 된다. 규칙적인 운동은 '기억력'을 높여주고 '사고능력'을 향상한다. 나이와 상관없이 말이다.
당연하게도 아이들은 더 효율적으로, 더 많이, 더 빨리 향상된다. 운동이 아이들의 '두뇌 성장'을 자극하고, '인지 능력'을 향상하고, '집중력'을 높여 준다는 연구 결과는 많다.
쥐를 이용한 연구에서 운동을 시켰을 경우 학습과 기억과 관련된 뇌의 영역인 '해마'가 두배 커진다는 결과가 있다. 그리고 그 쥐들은 학습 과제를 더 잘 수행했다.
1990년대 후반 이후 유산소 운동과 뇌와의 관계를 연구한 결과가 있다. 이를 보면 운동은 뇌세포 성장에 필수적인 물질인 'BDNF(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라 불리는 '뇌유래신경영양인자'의 레벨을 높인다.
뿐만 아니라 운동은 '새로운 뉴런'의 탄생을 자극한다. 즉, '뇌신경'이 늘어나는 것이다. 또한 뇌의 '신경 가소성'을 향상하는 것으로 알려진 '유전자'를 가져오는 역할을 한다. 뇌의 '신경 가소성'이란 우리의 두뇌가 경험에 의해 '변화'되는 능력을 말한다. 즉 외부의 자극, 경험, 학습을 통해서 뇌가 '적응'하고 '변화'한다는 뜻이다. 당연히 '유년기'에 최대치를 보인다.
또 있다. 운동은 '뇌혈관'의 건강을 향상해서 뇌에 '혈류량'을 증가시킨다. 뉴런의 성장을 자극하는 BDNF도 방출 하지만 뇌에 영양을 주는 '포도당'과 '지질 대사'에도 도움을 준다.
우리 뇌에는 하얀색으로 보이는 '백질'이라는 부분이 있다. 운동은 인지한 것을 뇌로 전달하는 '속도'를 높여준다. 이 '백질'이 조밀하면 뇌 기능이 더 '빠르고 효율적'인데 운동이 더욱 단단하고 조밀하게 만들어준다. 쉽게 말하면 운동을 하면 'CPU의 처리속도'가 높아지는 것과 같다.
우리 뇌에는 회색으로 보이는 '회백질'이라는 부분도 있다. 이 부분은 '기억력', '학습력'과 상관이 있다. 이 부분 역시 운동을 하게 되면 '부피'가 커진다. 쉽게 얘기하면 하드디스크의 용량이 커지는 것과 같다. (쉽게 얘기하면 그렇다는 것이지 우리 몸을 이렇게 간단하게 설명하긴 곤란하다.)
그럼 어떤 운동을 해야 할까? 10대에는 '근력 운동'을 포함한 다양한 운동이 필요하다. 적당하고 다양한 운동을 무리하지 않고, 올바르게 해주어야 한다. 굳이 운동을 제한할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머리가 좋아지려면 어떤 운동을 해야 할까? 답은 '유산소 운동'이다. 운동이란 말이 붙으니까 거창한데 그냥 '뛰어다니는 것'이다.
Beckman Institute의 '유산소 운동과 어린이 백질' 연구에서 육체적으로 건강한 어린이가 더 많은 '백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open-access journal Frontiers in Human, 2014년 8월)
기존 연구는 유산소 운동의 레벨이 높은 아이들이 기억력과 학습에 중요한 '회백질'의 뇌의 부피가 크다는 것이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추가로 '백질'까지도 많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유산소 운동'은 뇌의 '구조'와 '기능'을 매우 긍정적으로 변화시킨다. 뇌의 부피를 증가시키고, 백질과 회백질을 더욱 조밀하게 만든다. 뉴런의 수를 2~3배 증가시킨다.
다른 운동은 어떨까? 동물 실험에서 밝혀진 바에 의하면 '고강도 인터벌 운동'은 아무것도 안 한 것보다는 뉴런의 수가 많았지만, 유산소보다는 못했다. '중량운동'의 경우 근육 발달과 체력은 강해졌지만 뉴런의 수에는 변화가 없었다.
고강도 인터벌 훈련의 경우는 강한 '스트레스'가 신경 발생을 억제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중량운동은 BDNF의 체내 수준에는 영향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다른 연구에 의하면 혐기성, 저항성, 유연성 운동과 뇌 발달의 관계는 결과가 모호하다는 결과도 있다. 대부분의 연구들이 주로 유산소와 중강도 운동에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The Effects of Aerobic Activity on Brain Structure, 2012 Mar 23)
운동은 누구에게나 좋다. 그래서 누구나 꾸준하게 하는 게 필요하다. 어린 아이나 노인도 예외일 수 없다.
그런데 우리들은 관절이 아플 때 고양이를 먹었듯이, 아이들에게 '공부'만 시킨다. 뇌를 발달시킨다는 이유로 말이다. '교육'이 뇌를 발달시킨다고 믿는다.
물론 교육도 두뇌를 발달시킨다. 쉽게 설명하면 '교육'은 일종의 '프로그래밍'이다. '소프트웨어'인 셈이다. '학습'을 한다는 것은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다.
'운동'은 일종의 '하드웨어'다. 운동을 한다는 것은 'CPU나 RAM'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다. 클럭수를 높이고, 용량을 키우고, 속도를 빠르게 하는 것이다.
10살 이하의 아이에게 두뇌 발달을 위해 '학습'을 시키는 것은 '20만 원짜리 컴퓨터'로 '200만 원짜리 그래픽 프로그램'을 돌리는 일이다. 학습이 필요 없다는 것이 아니라 '우선순위'가 있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 '뛰어노는 것'은 뇌를 크게 한다. 10대 초의 '다양한 운동'은 훗날 진득하게 공부를 할 수 있는 '체력'을 만들어 준다.
아이들에게 최고의 투자는 '얼굴 벌게지게' 뛰어노는 것이다. 뇌도 성장하여 똑똑해질 뿐만 아니라 성격도 '활발'하고 '진취적'이고 '긍정적'으로 된다. 이런 아이들이 '학습'을 대하는 태도도 다르다.
히포크라테스는 '인간에게 최고의 약은 걷는 것'이라고 했다. 꾸준한, 약간의 운동만으로도 우리의 뇌는 더욱 건강해질 수 있다. 꾸준히, 약간을 못해서 문제일 뿐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의 환경은 참 아쉽다. 뛰어다닐 곳도, 친구도 없다. 조금만 뛰어도 시끄럽다는 민원이 빗발친다. 공교육은 체육을 경시한다. 결국 사교육에 맡길 수밖에 없다. 사교육 속의 아이들은 안다. 자신이 '돈'으로 취급받고 있다는 것을.
거기에 우리 부모들의 욕심이 더해진다. '소프트웨어'라도 '업그레이드'하겠다는 일념으로 아이를 몰아붙인다. '운동을 하라'는 말도 하기가 쉽지 않다. 왜? 스스로도 하지 못하고 있으니까! 제일 좋은 교육은 '부모' 그 자체다.
모든 인간은 각자의 어려움이 있다. 그 어려움은 '절대적'이지 않다. 누군가에게는 쉬운 일이 누군가에게는 어렵다. 어려움은 '상대적'인 것이다.
부모의 어려움은 아이들에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아이도 아이 나름으로 어렵다. 그러니 아이와 누가 더 어려운지 경쟁할 필요가 없다. '엄마 아빠는 돈도 벌고, 너도 돌봐야 해서 운동을 하지 못한다'는 소리를 하지 말라는 소리다.
자! 무엇을 해야 할지 명확해졌다. 아이 손잡고 동네 한 바퀴 돌아보자! '내가 얼마나 좋아?' 같은 시시껄렁한 농담도 해가며 아이의 달뜬 얼굴을 바라봐주자. 그게 한글을 일찍 떼고, 구구단을 외우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 같지 않나?
물려준 뇌가 작다 생각되면 키워라도 주자! 그게 부모 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인 듯하다. 오늘이 아이와 산책하는 첫날이다! 자! 시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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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중요하지만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것을 '공기'에 비유한다. 사는데 꼭 필요하고, 어디에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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