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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ama May 09. 2019

#110. 운동, 매일 하면 질병 예방에 효과 없다?

[누만예몸][극사실 실천법] 이게 뭔 X소리야~


    가짜 뉴스는 심통난 어린아이의 꽁하고 삐뚤어진 마음을 대변한다. 그것도 매우 쉽고 익숙한 단어를 사용해서 귀를 살살 핥아준다.


    뿐만 아니라 무논리를 너무나도 자신 있게 펼친다. 근거 없는 확신에 차있을 뿐 아니라 확정적인 태도로 강하게 주장한다.


    그래서 단순하고 무식한 무논리의 삐뚤어진 주장을 반박하는 일은 꽤나 귀찮다. 


    이런 가짜 뉴스에 공신력을 불어넣어주는 것은 과학이다. 과학적 접근법이나 연구들이 가짜 뉴스에서 언급된다. 


    잘못된 종교가 본질을 왜곡하듯, 가짜 뉴스는 과학적 접근법이나 사실을 그냥 마구잡이로 가져다 쓰는 경우가 태반이다.


     일부 종교인이 일반 대중의 종교에 대한 낮은 이해를 이용하듯, 가짜 뉴스는 과학에 대한 낮은 이해를 악용한 것이다. 


    우린 매우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삶을 사는 것 같지만 사실은 과학과 과학적 사고에 대한 이해 대신 뇌피셜과 자기감정을 더 많이 믿고 산다.





    

    최근에 재밌고 당혹스러운 기사가 하나 떴다. 심지어 공영방송으로 방송도 탔다.


    기사의 타이틀은 '땀 흘리는 운동, 매일 하면 효과 없다?'이다.



    이미 타이틀에서 유혹의 냄새를 풍기고 있다.


    매일 땀을 흘릴 정도로 운동을 하면 질병 예방 효과가 없다고? 에잉?! 무슨 소리지?


    아는 내용과 다른 제목은 진실 여부를 떠나서 관심을 끄는 것에는 제격이다.

    





    1분 56초짜리 리포트는 리포트 자체로도 많은 실수를 저지르고 있지만 그건 그냥 넘어가자.


    가장 큰 문제는 1분 56초 동안의 리포트 동안 매일 운동을 했을 때 효과가 없다는 뚜렷한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회복할 시간이 없이 피로가 계속 쌓여서 심장과 혈관에 부담을 줬기 때문'이라는 것이 주장의 근거다. 


    정말인지 합리적인 의심을 해보자.


    보도가 인용한 연구팀의 연구는 건강검진자 25만 7천여 명을 13년간 추적 관찰했다고 했다.  


    그리고 건강검진자의 일주일에 땀을 흘린 운동 횟수와 질병 예방 효과를 분석했다고 했다.

    

    아마도 연구팀이 한 것은 건강검진 시 작성하는 문진표를 분석했을 것이다. 


    건강검진에서 일주일에 땀을 흘린 운동 횟수를 알 수 있는 부분은 건강검진 사전에 작성하는 문진표 밖에 없다. 



1번~7번을 선택하는 형식으로 된 것도 있다



    그리고 보통 건강검진을 한 기관에서 받으면 데이터를 누적해서 볼 수 있다. 


    혹시 보건복지부가 모든 데이터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면 그 데이터를 분석했을 수도 있다.


    어쨌든 연구팀이 분석한 것은 개인이 작성한 설문지일 확률이 높다.


    그 설문지는 건강검진 말미에 의사와의 10여 초 정도 되는 문진에 사용된다.


    그걸 아는 사람들은 설문지를 대충 작성하기도 한다.


    그래서 모든 설문은 정확하다고 보기 어렵다. 그래서 설문은 전체적인 흐름이나 큰 출렁임 같은 것을 보는 것으로 활용하는 게 좋다.






    결과도 재밌다. 


    운동을 전혀 하지 않은 사람 대비 서너 차례 땀 흘려 운동한 사람의 질병 예방 효과는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운동을 매일 했을 때에는 오히려 예방 효과가 줄거나 아예 없었다고 한다. 


헐~ 운동하고 죽게 생겼네~



    매일 운동을 했을 때 질병 예방 효과가 없는 이유가 중강도 운동을 매일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말일까?


    뭔가 특이한 결과가 나오면 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기사는 이게 전부다.


    남성이 더 그러한지, 여성이 더 그러한지, 어떤 연령대가 더 그러한지에 대한 설명도 없다.


    땀이 나는 정도의 운동을 매일 했다고 질병예방 효과가 사라지다니.


    이렇게 기사를 내버리는 건 연구팀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JAMA Internal Medicine에 발표된 영국 Loughborough University의 Gary O’Donovan의 연구를 보자. 이 연구는 연세대 보건대 연구팀의 연구 형태와 비슷하다.


    이들을 소위 '위크엔드 워리어'라 불리는 1주일에 하루나 이틀만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매일 운동하는 사람과 동일한 혜택을 얻는지를 연구했다.


    이들은 영국과 스코틀랜드에 사는 6.3만 명 이상의 국민 건강 설문 조사 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일주일에 하루나 이틀만 운동을 한다고 답한 사람은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에 비해서 사망 위험을 30~34%가량 낮췄다. 


    그리고 매일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에 비해 사망 위험을 35%가량 낮췄다.


    결과는 심장 관련 사망 위험도 두 그룹 모두 40%가량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도 18~21%가량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주목한 것은 하루나 이틀 운동한 사람과 매일 운동한 사람의 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었다.


    이 결과는 운동이 기준에 부족해도 효과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연구자들은 연구의 주요 포인트가 '운동의 빈도'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정기적인 운동을 하면 추가적인 이점이 있지 않다고 했다.


    중요한 것은 '추가적인 이점'이다. 


    매일 운동하는 것이 나쁘다가 아니다. 추가적인 이점이 있으나 매일 운동하지 않고도 얻는 이점 대비하여 추가적인 이점이 크지 않다는 의미다.


    그리고는 연구자는 의미 심장한 말을 한다. '그게 다른 사람을 돕는다면 나는 행복하다'


    운동을 자주 못한다고 괴로워하지 말고 언제든 하라는 의미다. 계획대로 못했다고 때려치우지 말고 조금이라도 운동을 하라는 의미다.


    이 연구의 결과는 매일 운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매일 운동을 하는 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빈도보다 운동의 '시행 여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연구자의 말대로 이런 결과는 아직 운동을 시작하지 못한 사람들과 자주 운동을 못하는 사람들에게 큰 '용기'가 될 것이다.






    같은 방식의 연구였지만 결론은 완전히 달랐다. 영국의 연구가 보다 그럴듯한 결론을 도출했다.


    그리고 영국의 연구는 기사의 연구와 반대의 결과를 보여주었다. 


    매일 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혜택이 분명했다. 


    그래서 영국의 연구는 적게 운동하는 사람들에게 집중했다. 


    하지만 영국의 연구 결과에 대해서도 의구심은 존재한다.


    이들 역시 국가가 시행하는 건강 검진의 설문지를 분석했다. 


    이 설문지는 연구자들이 아니라 개인이 작성한다. 명확하고 객관적이지 않다.


    운동을 하는 사람은 자신의 운동을 과소평가한다. 


    기준이 높기 때문에 자신이 일반적으로는 고강도 운동에 해당하는 운동을 하지만 스스로는 중강도라 생각한다.


    가끔씩 산책으로 운동을 대체하고는 그날은 운동을 안 했다고 생각한다.


    반면 자주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자신의 움직임을 과대평가한다. 운동 비슷한 걸 했다면 모두 운동을 했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건강검진자들이 설문조사를 공들여했는지도 의문이다. 


    이럴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연구의 결과를 일주일에 한두 번만 해도 충분하다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그것보단 운동은 안 하는 것보단 하는 것이 무조건 좋다는 결론이 더 합리적일 것이다. 






    기존의 사실과 다른 결과가 나오면 기쁘기도 하지만 조심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나 사람이 연구 대상인 사회과학적인 접근법들은 설계나 통제나 통계의 오류가 존재한다. 그래서 해석이 매우 중요하다. 


    매일 땀 흘려 운동을 하면 당뇨에 아무런 예방 효과가 없다는 것이 어떻게 이해가 될 수 있을까?


    차라리 영국의 연구처럼 운동을 덜 해도 매일 한 것과 같다고 주장을 하는 게 더 낫지 싶다.


    어쩌면 기사의 연구결과는 '건강검진 설문지 문항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가 되는 것이 더 합당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심장과 혈관에 무리를 줄 정도의 운동을 했기 때문 효과가 없는 거라고? 땀이 나는 정도의 중강도 운동이?


    극한 운동이 심장과 혈관에 악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는 많다. 문제는 극한 운동의 정도다.


    연구에서 말하는 극한 운동은 하루 10km 이상 정도의 익스트림 운동, 마라톤, 크로스컨트리 같은 것을 말했다. 


    다른 연구에서는 일주일에 450분 이상 운동을 한 경우를 말했다. 


    하지만 건강검진 설문엔 두루뭉수리하게 표현되어 있을 뿐 아니라, 건설현장 노동이나 계단으로 물건 나르기와 같은 것도 '숨이 많이 차게 만드는 고강도 신체 활동'으로 분류되어 있다.


    땀이 나고 숨이 차는 정도의 운동을 매일 했다고 심장과 혈관에 무리를 주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결국 이 연구의 결과는 흥미롭긴 하지만 진실로 받아들이기엔 여러 가지 부족한 점이 많다.






    오히려 이 연구와 기사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건 '집착'을 하지 말자가 적당 할 것이다.


    건강염려증만큼 운동 강박증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몸이라는 측면에서만 본다면 운동, 식이, 휴식의 조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스트레스 해소나 성취감 같은 것까지 고려한다면 오버도 가능하다. 매일매일 완벽한 조화를 유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몸은 그 정도의 융통성은 있으니 큰 문제는 없다.


    그렇지만 충분한 섭취 없이 운동을 하거나, 충분한 휴식 없이 운동을 하는 것은 좋지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동을 하지 않는 것보단 무조건 낫다.


    일주일에 하루만 운동을 해도 괜찮다는 연구 결과는 온전히 믿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하는 것보다는 어마어마하게 낫다.


    물론 매일 30분 이상 중강도 이상의 운동을 5~6일 하는 것은 일주일에 하루만 하는 것보다 어마어마하게 낫다.


    일주일에 한 번 할 때의 스트레스보다 매일매일 할 때의 스트레스가 훨씬 적다. 


    그리고 일주일에 하루를 규칙적으로 하는 것보다 매일매일 하는 것이 훨씬 실천이 쉽다.


    일주일에 1~2일만 하겠다는 계획은 쉽게 취소된다. 일주일 내내 하겠다는 계획은 실천을 못해도 최소 3~4회가 되는 것이다.


    아무것도 안 하고 놀아도 시간을 내기가 힘들다. 정말 신기한 일이지만 실제로 그렇다.


    관건은 실천이다. 배 고프기 전에, 배 불릴 수 있는 음식으로, 배 부르기 전까지 먹고, 운동을 할 수 있을 때, 제대로 운동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식의 공신력을 등에 업은 보도는 '핑곗거리'가 된다.


    운동이 힘들고 싫은 사람들에게는 천군만마와 같다.


    문제는 운동이 꼭 필요한 사람들의 핑곗거리가 된다는 것이다.


    '매일 하는 거 안 좋데~'라는 핑계가 마음에 공고하게 자리 잡는다.  


    '하루나 이틀만 해도 똑같데~'라는 핑계의 보완책이 불편한 마음을 위로해 준다.


    그리고 하루나 이틀의 주기는 1주가 아니라 한 달이 된다. 한 달은 분기가 되고, 반기가 된다.


    그러다가 각종 건강보조제나 영양제로 보완을 하게 된다.





    

    연구를 믿는 건 개인의 판단이다. 


    1시간 정도의 중강도 운동이 과유불급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것도 개인의 판단이다.


    매일 할지 말지도 개인의 판단이다.


    다만 부디 아프지만 말자. 


    건강해서 의료보험 혜택 안 보는 거 하나도 안 아깝지만, 좋은 일에 쓰일 세금이 예방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아서 살살 녹는 건 별로다. []



    * 공감, 댓글, 질문은 언제든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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