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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7월 25일 목요일)도 달렸다. 하루 종일 더웠다. 날씨앱에는 폭염 주의가 떴다. 괜히 복더위가 있는 게 아니었다. 오늘도 어둠이 깔린 후에야 트랙에 서야겠다고 생각했다.
밤이 되어 옷을 갈아입고 소금물을 한잔 마셨다. 유독 더웠던 훈련소 시절, 우리는 훈련 전에 소금을 한 줌씩 먹었다. 포대 채 뜯어서 배급해 주던 굵은 천일염 소금. 깨끗지도 않은 소금을 입에 털어 넣고 땅바닥을 기억 다녔던 기억이 났다. 물 한잔에 소금을 조금 넣었다. 맛이 날 듯 안 날듯 한 찝찌름함이 역했다. 그냥 생수에 먹었더니 더 역한 것 같았다. 다음부턴 냉수에 타야겠다.
막 나가려는 찰나, 비가 내렸다. 하루종일 열기를 뿜더니만 어째서 왜 지금 비가 내리는 걸까! 저러다 그치면 사우나에 물 보충하는 꼴인데. 순간 '하루 패씽할까?' 하는 생각에 움찔했다. 쭉 내리지 않을 거면 더 습해지고, 신발만 젖는 최악의 상황이 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악마는 합리성을 앞세우기 마련이다.
악마의 유혹을 거절하고 밖으로 나왔다. 우산을 쓸까 말까 하는 수준에서 써야 하는 수준으로 바뀌고 있었다. 워밍업을 하는 도중에 비답게 내리기 시작했다. 그래! 차라리 이렇게 계속 내려라! 머리도 신발도 이미 다 젖었다. 그래도 시원하니까 그럼 된 거지!
워밍업을 마치고 100m를 빠르게 달리고, 100m를 천천히 달리는 인터벌 달리기를 시작했다. 물론 나한테 만 빠른 속도였다. 이게 은근히 힘들다. 숨이 채 고르게 되지 전에 다시 달리게 된다. 그러다 보면 천천히 달리는 100m 구간을 걷는 것보다 더 느리게 뛰게 된다. 어쩔 수 없다. 힘들단 말이다.
그렇게 얼굴로 땀을 용암처럼 분출하고 있을 즈음 비가 그쳤다. 내 이럴 줄 알았다. 내가 이럴 줄 알았어! 나는 또다시 제습인간이 되어 주변 수증기를 몸에 묻히고 있었다. 질주 구간의 속도도, 휴식 구간의 속도도 계속 떨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1시간을 달렸다. 거리는 크게 차이가 없었다. 그때! 다시 비가 왔다. 주룩주룩 내렸다. 너무 시원했다. 빗물에 씻겨 내린 짠물이 입에 들어왔다. 나도 모르게 쇼생크 탈출의 한 장면 마냥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리고 달렸다. 단비란 이런 것이구나! 몸이 식으면서 여유가 생긴 것 같았다. 이런 상황에 처해있는 나 자신이 너무도 멋지게 느껴졌다. 시원해진 기념으로 한 바퀴를 더 돌았다. 이때 트랙엔 4명뿐이었다.
나이 든 탓인지 몰라도 비가 차갑게 느껴졌다. 빗방울은 정말 차다. 계속 맞았다면 오들오들 떨었을지도 모른다. 예전에 캠핑을 갔다가 호우를 맞은 적이 있었다. 데크도 파쇄석도 아니어서 텐트를 비껴갈 물길이 필요했다. 나가서 비를 잠시 맞았는데 정말 오들오들 떨었다. 몸살 났을 때 오한이 온 것처럼 추웠다. 자연 앞에 인간이란 참 나약했다. 트랙 위에 얇은 몇 겹 천을 두른 인간에게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빗속에서 쿨다운 스트레칭을 했다. 트랙을 떠나자 비는 잦아들었다. 물에 빠진 생쥐 꼴로 집에 돌아와 찝찌름한 소금물을 한 잔 더 마셨다. 미친 듯한 바람도 맞아보고, 달리기 말미에 선물 같은 비도 맞아보고... 좋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