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쏠캠 스토리] [중고수 캠퍼 클릭 금지]
바야흐로 캠핑의 시즌이 도래했다. 유명 캠핑장은 이미 주말과 연휴기간엔 자리 예약이 어렵다. 캠핑용품 판매도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찬바람이 불기 전까지는 캠핑장에겐 대목이다. 물론 캠퍼들에게는 힘든 시간이 시작됐다.
'올해는 가족캠핑을 시작해야지!'하는 마음으로 겨울을 지나신 분들이 많을 것이다. 특히 아이들이 어리면 캠핑처럼 좋은 게 없다. 가족, 자연과 가깝게 보낼 수 있는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아이들이 조금만 자라도 이런 기회는 거의 생기지 않는다. 다들 이런 생각으로 캠핑을 시작한다.
봄부터 여름까진 야외로 처음 나오는 가족들이 많다. 부모가 되어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며 캠핑을 나온다. 그래서 이즈음에 안전사고부터 해프닝까지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들뜬 마음만큼 여유도 가졌으면 좋겠다. 차분히 자연과 함께 한다는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아이와 함께라면 아이가 보고 있다는 걸 잊어선 안된다.
올바른 캠핑 문화에 대해서는 캠핑 카페나 포럼에 많이 나와 있다. 장비 구매를 위해서 '눈팅'을 많이 했을 것이니 그런 건 잘 숙지해서 가족과도 공유를 하면 좋다. 아이들에겐 이런 게 진짜 교육이 된다. 다른 사람과 함께 사는 방법, 자연과 함께 사는 방법을 가르치고, 그 가운데 만족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는 것만큼 좋은 교육은 없다. 학습지보다 월등하게 낫다.
장비 구비에 대해서도 할 얘기가 있지만 이건 스스로 겪어 봐야 한다. 어쩔 수 없다. 연애하는 사람에게 '결혼은 이런 것이다'를 말하는 것과 같다. 스스로 겪어 보고 판단하는 수밖에 없다. 진짜로 지금 말해주는 것은 1도 이해 못한다. 나도 그랬다. 아까운 내 돈 ㅠㅠ
미리 사놓은 장비를 사전에 펴보지도 못하고 캠핑장에서 첫 피칭을 하는 경우도 많다. 미리 사전에 크기나 설치법에 대해서 숙지를 하고 오는 게 본인과 가족 모두의 스트레스 예방에 좋다. 와서 헤매면 체면도 안 서고, 땡볕에 기다리는 사람들도 고생이다. 본인이 젤 고생이다 그리고 배우자와 잘 협업해야 한다. 혼자 하는 것과 어른 둘이 하는 건 차이가 크다.
캠핑장에 오면 내가 준비하고 대비할 수 있는 것들 이외의 일들이 발생한다. 야외에서는 불규칙한 자연현상이 제일 무섭다. 자연현상은 우리가 대비할 수도, 대비해서도 안된다. 수용해야 한다. 편안한 맘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자연을 이겨보겠다고 하는 것은 어리석다. 텐트는 건축물이 아니다. 일기예보가 있다지만 현지 지형 특성에 따라 많이 변하기 때문에 100% 믿어서는 안 된다.
몇 년간 캠핑을 해왔지만 지금도 어려운 게 바로 '바람'이랑 '비'다. 굳이 꼽자면 바람이 더 힘들고 무섭다. 바람도 예보를 하지만 지형에 따라서 편차가 크다. 잠잠하다가도 갑자기 불어 닥치기도 한다. 특히나 봄엔 바람이 많이 분다. 얼마 전 주말에 가족과 함께 나갔다가 바람이 부는 걸 보고 바로 당일 취소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알파인 텐트는 모르겠으나 오토캠핑용 텐트들은 가족의 생활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크기가 거대하다. 그래서 면이 크고 넓다. 바람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때 바람을 버텨 보겠다고 팩을 마구 박으면 폴이 부러지거나 텐트천이 찢어지기도 한다. 특히 타프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러니 바람이 너무 심하게 불면 우선 타프를 내리고 텐트를 단속해야 한다. 텐트도 버티기 힘들면 과감히 철수를 하는 게 가족의 안전을 위해 맞다. 텐트 안에서 음식 하는데 혹여 무너지기라도 하면 화재의 위험도 있고, 부상의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바람 때문에 바로 철수했던 그 날 대형 투룸 텐트 2동이 하늘을 날았고, 자동텐트 한 동은 폴대가 부러져서 철수를 했다. 순간적으로 부는 돌개바람은 정말 무시무시했다. 작은 파쇄석이 날리기까지 했다. 이 정도까진 아니라고 해도 바람이 심하게 불면 밤새 잠을 설친다. 하룻밤에도 몇 번씩 나가서 팩과 스트링을 체크하게 된다.
바람이 위험하다면 비는 귀찮은 존재다. 캠핑 중에 캠핑은 '우중 캠핑'이라 했지만 집 지을 때와 철수할 때는 예외다. 우중 캠핑 좋다. 다닥다닥 빗소리도 좋고, 시원하게 내리는 비는 시야를 더 맑게 해준다. 빗소리 덕에 웬만한 소리는 묻혀 버리니 비매너 소음공해나 디지털 소음공해에서도 자유롭다.
그런데 이 비가 집 짓고 나서부터 철수 전까지 와야지 좋다. 집짓기 전에 오면 물에 빠진 생쥐 꼴로 팩 박고 다녀야 하고, 철수할 때도 계속 비가 오면 장비 정리가 되지 않는다. 설치할 때는 타프가 있다면 타프를 먼저 쳐서 비 피할 것을 만든 후에 텐트를 치면 된다. 비가 안 와도 타프가 먼저다. 쉘터나 투룸 같은 경우는 방법이 없다. 비 맞으면서 빨리 치는 수밖에.
두꺼운 파쇄석이나 바닷가 모래처럼 바닥 배수가 잘 되면 빗물이 고여서 바닥에 물이 베어들 일은 없으니 다행이다. 하지만 그 외의 경우는 물이 빠지지 않아 고이면 바닥에 물이 베어드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이너텐트 바닥 내수압을 잘 봐야 한다.
바닥에 물이 빠지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오히려 많은 경우는 텐트에서 타고 내려온 물이 그라운드시트와 이너텐트 사이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라운드시트를 이너텐트보다 작은 사이즈로 설치하는 게 중요하다. 또한 이너텐트에서 물이 타고 넘어가지 않도록 바닥에 잘 붙여서 설치하는 게 중요하다.
바닥에만 물이 들어오지 않으면 성공이다. 리빙쉘이나 타프 스크린은 비가 들이칠 일이 없어서 우중에 좋다. 타프를 치는 경우는 타프의 사이드를 낮게 내려서 비를 막아야 한다. 캠핑 장비 운용에는 정해진 법이 없다. 나름의 아이디어를 동원하면 나름 운치 있는 캠핑이 될 수 있다. 그래도 많은 짐들이 빗물에 노출되는 단점은 타프를 쓰면 감내해야 한다. 모든 장비에 케이스가 있는 이유다
철수가 골치가 아플 것이다. 철수할 때 비가 오면 일단 일이 많이 복잡해진다. 어쨌든 비를 최대한 적게 맞고 철수를 하는 게 관건이다. 리빙쉘이나 타프 스크린은 상대적으로 간단하다. 그 안에서 모든 짐을 다 쌓아서 차에 실으면 된다. 모든 짐을 다 빼고 맨 마지막에 리빙쉘을 해체하면 된다. 타프 스크린의 경우는 타프를 맨 나중에 해체하면 된다. 맨 마지막에 걷는 장비들은 어차피 집에 가서 말려야 한다. 빨리 휘뚜루마뚜루 걷고 비닐봉지에 담으면 편하다.
타프 앤 돔텐트 조합도 마찬가지다. 타프 밑에서 모든 짐을 다 싸서 넣고, 텐트도 해체하면 된다. 맨 마지막에 타프를 비닐에 넣은 후 집에 가서 건조대에 널어놓으면 된다. 지난번 솔캠 때는 돔텐트 단독으로 설치를 했다. 밤새 비가 와서 우중 캠핑을 제대로 하긴 했는데 철수할 때 애를 먹었다. 작은 텐트 안에서 모든 짐을 싸야 했다. 돔텐트 단독은 편하긴 해도 완전한 그늘 아래가 아니라면 우중 시에는 고려를 해야 한다.
캠핑을 좀 다닌다는 사람들은 동계 캠핑을 간다. 남들이 안 다닐 때 다니는 것이다. 비가 오면 캠핑장에 취소가 많아진다. 이럴 때를 노려서 우중 캠핑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아이들도 우비에 장화 신고 흙바닥을 뛰노는 추억을 갖게 된다. 부모는 개 귀찮다 귀찮은 건 사실이다. 옷도 더 챙겨야 하고, 젖은 옷가지와 장비도 다 따로 챙겨야 한다. 그래도 한두 번 해보면 비가 두렵지 않다.
젖은 장비를 말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또 캠핑을 가는 것이다. 물론 날이 좋은 날. 그게 안되면 너무 오래 처박아 두면 장비가 상한다. 곰팡이가 날 수도 있고, 녹이 슬 수도 있다. 최대한 빨리 나가고 그게 여의치 않으면 빨래걸이에라도 널어야 한다. 생각보다 금방 망가지진 않는다.
캠핑장비는 소모품이다. 자주 써서 빨리 망가뜨리는 게 본전을 뽑는 방법이다. 편한 맘으로 자주 나가는 게 제일 좋다. 준비가 과하면 자주 나가기 어렵다. 장비 사랑이 지나쳐도 자주 나가기 어렵다. 장소를 너무 골라도 자주 나가기 어렵다. 가벼운 마음으로 기쁘게 떠나고, 여유있게 지내다가 다시 행복하게 돌아오는 게 최고다.
단 하나만 기억하자!
바람은 피하고, 비는 맞서라!
그러면 재미있는 캠핑을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