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와의 싸움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의 뜨거운 열정의 장소에 가다.
볼링 ... 내가 볼링을 처음 알게된 것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 새내기였을때 그러니까 1996년 헐! 28년 전이다. 지금의 와이프와 연애를 하면서 였다. 당시 우리 두사람은 볼링에 푹빠져서 거의 매일 연애를 볼링장에서 했다고 해도 거짓이 아니었을 정도였다. 당시 자주가던 볼링장 사장님이 새벽 1시에 우리에게 출입구 열쇠를 맡길 정도 였으니까...
그러다 우리가 결혼을 하고 첫아이가 생기면서 시간도, 경제적 여유도, 열정도 조금씩 사그라져서 결국은 아예 취미생활에서 멀어졌던 스포츠였다. 이후로 골프, 캠핑등을 해오다 다시 우리에게 볼링이 스며들기 시작한때는 내가 중국에 주재원으로 파견을 나가있는 동안이었다. 나없이 혼자 지내던 와이프가 직장의 동료와 함께 같던 볼링장에서 예전(약 20년전) 실력을 발휘하며 당시 함께 하던 클럽 동호회에 가입하면서 였다.
그렇게 지금 와이프는 세워진 10개의 핀을 전부 부숴버릴듯한 기세로 모든 열정을 볼링에 쏟고 있으며, 볼링없는 세상에서는 살 수없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실력도 그 열정 못지 않게 따라주고 그에 따라 늘 대회에 나가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어서 이제는 끊을 수 없는 좋게 말하면 볼링매니아 이고 나쁘게 말하면 볼링 중독자이다ㅎㅎㅎ
여기서 그렇다면 같은 시기에 같이 볼링을 쳤던 내 실력은 어떤가... 내 실력은 와이프가 나에게 농담처럼 던지는 한마디로 이야기를 끝내려고 한다. '당신은 볼링에는 재능이 없는것 같아...' 그렇다. 난 실력이 늘지 않는다. 재능이 없다는 말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딱히 반박할 수 없다는 아픈 현실앞에 씁쓸한 마음 뿐이다.
엔젤라 다크워스의 '그릿'이라는 책은 인간에게 재능은 성공을 위해 많은 역할을 차지하지 않고 재능은 노력으로 극복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내가 노력을 하지 않았나? 아니다. 만약 '그릿'의 저자가 나를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면 어쩌면 책 '그릿'은 좀 더 늦게 출간이 되지 않았을까? 할 정도로 난 볼링에 재능이 없다.
재능이 없는 일에 노력을 기해서 실력을 향상시킬수도 있지만 난 내 다른 재능에 집중하기로 했다. 와이프의 재능은 더 키워주고 난 나 대로의 재능을 찾는 쪽으로 가는 것이 서로에게 부담되지 않는 현명한 방법이라고 결정했다. 난 늘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니까!!!
아무튼 그래서 대회 참석을 위해 볼링장에 도착을 했다. 모든 클럽의 사람들이 거의 다 모여있는 볼링장은 사람으로 가득했다. 볼링공 보다 사람이 많을 정도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많다. 연말 대회라 상금과 상품도 풍성해서 각 클럽의 실력자들이 모두 모인 자리였다.
볼링을 치지 않고 휴게실에 앉아 있으니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과 표정들을 볼 수 있었다. 모두가 1등을 꿈꾸고 참가하는 사람들, 저마다의 긴장감 그리고 자신감들이 얼굴어ㅣ 가득하다. 우리 와이프의 열정보다 100배는 강한 사람, 집이 볼링장인가 할 정도로 올 때마다 있는 사람, 한달에 200게임씩 치는 사람 정말 대단한 열정들이 있는 사람들이다.
취미생활을 이런 열정을 가지고 하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말 이외에는 딱히 할 수있는 말이 없다.비록 동네 아마추어 볼링대회이지만 이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는 세계 볼링 선수권대회를 방불케 할 정도로 뜨겁고 강렬하다. 뜨거운 열정만큼 성적이 나오는 사람도 있지만, 나 처럼 재능을 보이지 못하는 사람도 많이 많다. 그러나 그런 결과와는 상관없이 여기 모여 있는 사람들은 볼링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볼링이 일반 구기종목과 다른 것은 상대가 없어도 즐길 수 있는 스포츠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볼링은 늘 자기와의 싸움을 해야 한다. 꿈의 점수, 퍼펙트 300점을 향해 자기와의 레이스를 끝없이 하는 어쩌면 볼링은 영원히 자기와의 싸움을 해야하는 잔인한 스포츠 일지도 모른다. 물론 반대로 상대를 이겨서 기쁜 스포츠가 아니라 나를 이겨야만 하는 스포츠라는 것이 볼링의 매력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과의 싸움은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도전 중 하나이다. 이를 넘어서는 사람들은 정말로 강한 내공을 지닌 존재들이라 할 수 있다. 요즘 그 싸움이 얼마나 힘든지 체감으로 느끼고 있다. 생각을 바꾸고 행동을 바꾸고 습관을 만드는 모든것을 하기 위해 제일 먼저 해야하는 것이 바로 나와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많은 자기계발 전문가들이 일관되게 하는 말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실패하는 이유가 바로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을 하고 보면 지금 내 앞에서 자신과의 싸움을 웃으며 하고 있는 저 들이야 말로 엄청난 내공의 소유자들인 것 같다. 그 들이 내뿜는 열기로 볼링장은 그 어느때 보다도 후끈 달아오르고 있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볼링장에서의 열기는 단순한 스포츠의 재미가 아니라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내려는 치열한 노력과 열정의 상징처럼 느껴진다. 그들이 웃으며 공을 던지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은 삶의 어려움을 마주하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우리 모두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총 36개팀이 참가해 저마다의 실력을 겨뤄 모두가 1등을 하면 좋겠지만 결국 점수로 순위를 가려야 한다. 아쉽지만 와이프와 그 팀은 좋은 성적을 내지는 못하고 24년의 경기를 마쳤다. 옆 좌석에 앉아 볼링은 정말 내맘처럼 되지 않는며 아쉬움과 한탄을 토로하는 와이프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올 한해 당신은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정말 대단한 것이라고 고생했다는 위로와 격려를 하며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