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일.이슈 없는 하루도
이슈가 될 수 있는 것이니까

by 마부자

금주 127일째, 밤새 뒤척이며 자다 깨다를 반복한 때문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몸이 무거웠다. 맑게 갠 하늘과 다르게 몸의 상태는 어제 우물쭈물 흐린 날씨의 연속인 느낌이었다.


제목: 이별

지구라는 별
오늘이라는 하루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할
정다운 사람인 너

네 앞에 있는 나는 지금
울고 있는 거냐?
웃고 있는 거냐?

꽃을 보듯 너를 본다 중에서 - 나태주


병원에서 돌아온 뒤로 마음 한쪽에 남아 있는 여운이었을까, 밤새 깊은 잠에 들지 못한 몸을 이끌고 창가에 서서 하늘을 바라보며 조금 더 정신을 맑게 해보려 했지만 오늘 아침 나는 쉽게 회복되지 않는 상태였다.


그래도 하루는 시작된다. 나흘 간의 연휴를 끝나고 두 사람이 분주한 출근준비를 한다. 어기적 어기적 나흘의 흔적이 발목과 어깨에 잔뜩 붙어있는 듯 보였다. 우리 세 사람 모두 나흘 전과는 몸의 상태가 달라도 루틴은 어김없이 이어진다.


아내와 막내가 준비를 마치고 웃으며 현관을 나섰고 나 또한 웃으며 배웅하고 커피 한잔을 내려 책상에 앉았다. 글을 정리하고 책을 펼쳤다.


어제부터 읽기 시작한 책은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었다. 단숨에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었다. 아니, 그렇게 읽어서는 안 되는 책이었다.


600만 명의 유대인 학살. 그리고 자신은 다만 ‘명령을 따랐을 뿐’이라고 말하는 한 남자. 아이히만의 그 재판 과정을 따라가는 일은 어쩌면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을 다시 마주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은 페이지 넘기는 속도를 조절하며 읽었다. 학살이라는 표현 그리고 인간의 욕심과 헛된 망상으로 희생된 수많은 영혼들을 가슴 속에 새기며...


오전에 책을 읽고 정해진 루틴대로 운동을 시작했다. 책에 대한 영상을 보고 하나의 문장에 대한 글을 썼다. 그리고 또 다시 조용한 오후. 큰 이슈 없이 지나간 하루였지만 어쩌면 이런 날이 진짜 회복을 준비하는 시간인지도 모르겠다.


아무 일도 없는 하루는 한편으로 다행이었고 또 한편으로는 좀 허전하게 느껴졌지만 그조차도 받아들이기로 했다. 허전하게 느껴졌을 뿐이지 정해진 루틴대로 일상을 보내지 못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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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특별한 일이 있어야만 특별한 하루가 되는 것은 아니다. 1년 365일이라는 긴 날들 중에 가끔은 이슈 없는 하루도 이슈가 될 수 있는 것이니까.


아내도 막내도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 몫을 보내 돌아왔다. 나는 나 대로 조금은 느리게 내 몫을 보냈다.

내일은 조금 더 나아지기를 바라며, 오늘의 나에게 수고했다는 인사를 조심스럽게 건네본다.


그리고 이 평범한 하루가 건강을 향한 회복의 한 걸음이었기를 믿는다.

오늘은 일찍 하루를 마무리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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