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이라는 단어에 대해
그런 생각을 했다.

by 마부자


초여름의 뜨거운 햇살이 창가에 비추는 오후였다. 오늘은 간혹 불어오던 선선한 바람도, 창문 틈으로 들어오다 햇빛에 데워져 오히려 뜨거운 열기를 안고 방 안으로 밀려들어오는 듯했다.


하지만 이제 막 시작된 더위에 의지가 꺾여서는 안 된다. 앞으로 몇 달간 이어질 대프라카의 무더위를 견디기 위해서라도 지금부터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장거리 운전의 여독을 운동으로 풀기로 했다. 페달에 발을 올렸고 한권의 책을 선택했다.오늘도 어제에 이어 톰 버틀러 보던의 <피크타임>의 나온 문장을 깊이 새겨 넣었다.


“성공은 정해진 운명이 아니다.
그것은 기회를 알아보고
그것을 붙잡는 선택을 하는 사람들의 몫이다.
그리고 그들은 그 선택을 했다.”

하와이 대저택 제공


선택.

우리는 태어날 때 어디에서 누구의 자식으로 태어날지 선택할 수 없다. 그러나 자라면서부터 인간은 끊임없이 선택이라는 과정을 수행하게 된다.


학교에서 무얼 배울지, 어떤 친구와 어울릴지, 어느 길로 걸을지. 인생은 마치 거대한 교차로처럼, 순간마다 하나의 길을 고르고 나머지를 내려놓는 일의 반복이다.


나는 과연 지금까지 무엇을 선택해 왔을까. 어떤 것들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너무 작아서 무의미하게 보이던 선택들도 지금의 나를 만든 조각들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순간이란 얼마나 무게 있는 시간인가 싶다.


문제는 선택이 아니라 그 선택을 스스로 인정하는 마음이다. 우리는 대부분 선택의 순간엔 '최선'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결정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그 판단을 되묻는다.


'그때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다른 선택이 더 나았던 건 아닐까?' 그렇게 우리는 평생을 돌아보고, 비교하고, 후회하고, 이해하려 한다.


한 번의 선택이 또 다른 선택을 부르고 그 선택이 다시 새로운 상황을 만든다. 인간은 끊임없이 자기 결정의 결과를 해석하며 살아가는 존재다.


어쩌면 우리는 선택을 잘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 선택을 견디기 위해 사는지도 모르겠다. 선택이 옳았는지를 평가하는 기준은 결국 그 이후의 태도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선택의 순간이 왔을 때 과도한 망설임에 매몰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선택 그 자체가 결과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그 선택 이후에 내가 어떤 태도로 그 길을 살아내느냐가 진짜 결과를 만들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선택의 옳고 그름을 기준으로 고민하지만, 실은 그 선택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가 더 중요한 문제다. 같은 선택이라도 누구는 그것을 실패로 기억하고, 누구는 그것을 전환점이라 부른다. 그것은 결과가 아니라 해석의 차이다.


선택은 결정의 끝이 아니라 태도의 시작이다. 선택하는 순간 결과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선택 이후의 과정 속에서 결과는 조금씩 형성된다.


내가 선택한 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선택을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어가느냐가 결국 삶을 만든다. 선택은 외부의 현실보다 내면의 자세에 의해 의미가 결정되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후회 없는 선택이 아니다. 후회를 어떻게 끌어안느냐다. 모든 선택은 크고 작게 후회를 남긴다. 그러나 그 후회를 책임지는 태도 속에 성숙이 자란다.


나는 지금까지 어떤 선택을 해왔는가. 누구를 만나고, 어떤 길을 걷고, 무엇을 포기하고,어떤 삶을 원했는가, 그 모든 과정을 떠올려 보면 그 순간마다 나는 두려움과 기대 사이에서 흔들렸다.


그러나 그 흔들림조차도 나였다. 그 불완전한 순간을 견딘 내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완벽한 선택은 없다. 다만 성실한 선택이 있을 뿐이다. 나는 그것을 믿는다.


앞으로도 선택은 이어질 것이다. 때로는 실수할 것이고 때로는 망설일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선택은 결단이 아니라 살아 있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무분별한 선택을 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태도가 결과를 만든다 해도 선택 이전의 질문은 결코 가벼울 수 없다. 우리는 언제나 기회와 위협이 뒤섞인 갈림길 앞에 선다.


그때마다 내가 내리는 결정이 삶의 궤도를 얼마나 크게 바꾸는지 알기 때문에 쉽게 판단할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내 선택이 기회인지 또는 위협인지를 조금이라도 더 분명히 알 수 있을까.


먼저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그것이 안정이든, 성장이든, 관계든, 창조성이든 상관없다. 어떤 선택이든 내 삶의 방향성과 충돌하지 않는가를 살펴야 한다.


남들이 옳다고 말하는 길이 아니라 내가 의미를 느낄 수 있는 길인지 묻는 것이 먼저다. 가치를 지키는 선택은 결과와 무관하게 오래 견딜 수 있는 힘을 준다.


또한 선택을 급하게 하지 않는 일도 중요하다. 감정의 열기가 가라앉은 후에 비로소 보이는 풍경이 있다. 중요한 결정일수록 즉각 반응하지 말고 충분히 생각해야 한다.


선택은 결단이 아니라 준비된 의식에서 나온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지금이 아니어도 된다'는 여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선택이 완전히 되돌릴 수 없는 것인지 살펴보는 일도 중요하다. 되돌림이 가능한 선택이라면 일단 해볼 수 있다. 전면적 실행이 아닌 부분적 실험. 전환이 가능한 선택은 두려움을 줄이고, 기회의 문을 넓힌다. 선택은 늘 닫힌 문이 아니라 열린 여지 위에 있다.


결국 선택은 순간의 문제가 아니다. 삶은 선택 이후의 태도로 완성된다. 완벽한 선택은 없다. 다만 성찰 있는 선택, 책임질 수 있는 선택, 그리고 후회를 끌어안을 준비가 된 선택만이 남는다. 그 선택을 끝까지 살아내는 사람만이, 선택이 준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난 오늘 ‘선택’이라는 단어에 대해 그런 생각을 했다.

선택은 결정의 끝이 아니라, 태도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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