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다림 끝에 맞이할 작은 진전

길었던 10일, 그러나 느리지만 우리는 확실히 나아가고 있었다.

by 마부자

어제의 과음은 나름대로의 의도치 않은 선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내의 사고 이후로, 내가 이렇게 깊은 잠을 잔 적이 있었던가. 몇 시에 잠들었는지조차 알지 못한 채, 아침 알람 소리에 깨어난 나는 한동안 머릿속이 텅 빈 느낌이었다.


눈을 뜬 순간 처음 든 생각은 ‘아, 정말 오랜만에 잤다’는 안도감이었다.

그리고 숙취도 예상보다 심하지 않았다.


몸이 내 피로를 감지하고 강제로라도 재운 것인지, 아니면 아내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작은 희망이 내 마음을 덜어준 덕인지 모르겠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오늘 아침 내 컨디션은 오래간만에 괜찮았다. 피곤에 쩔어있던 몸과 마음이 한순간 숨을 고른 듯한 그런 날.


습관처럼 일어나 기도를 드렸다. 아내를 위해, 나를 위해, 그리고 이 모든 시간을 지나며 조금 더 단단해질 우리가 떠올라서였다. 기도는 내 하루의 첫걸음이다. 그 첫걸음을 떼는 순간마다, 나는 조금 더 나은 나로 서 있는 것 같았다. 그런 작은 다짐들이 오늘도 내 안에서 조용히 피어나고 있었다.


삶은 여전히 불확실한 물결 위를 떠다니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나는 묵묵히, 그리고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신이여, 우주여, 영혼들이여 감사합니다.

신이여, 우주여, 영혼들이여 오늘은 어제보다 더 밝고 회복된 모습으로 만날 수 있도록 해주세요.

신이여, 우주여, 영혼들이여 빨리 회복해서 이전의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마리아님, 예수님, 그리고 하느님, 이 사람 빨리 회복하여 이전처럼 살 수 있도록 해주세요."


아침 준비를 마치고 막내의 방문을 열었는데, 막내가 오늘은 따라 나서지 않겠다고 했다. 잠이 덜 깬 얼굴로 이불 속에서 웅얼거리던 그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남아 있다. "못 일어나겠어, 아빠."


그 말을 듣는 순간, 조금은 서운했다. 와이프의 사고 이후로, 이 아이는 누구보다 성실히 나와 함께 병원을 다녔다. 그 작은 어깨에 이 많은 무게를 함께 지워도 되는 것일까 스스로 자문하면서도, 그가 내 옆에 있어 준 덕에 나는 덜 외로웠다.


하지만 오늘은 그의 마음도, 그의 몸도 잠시 쉬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 생각을 하니, 나의 서운함은 조금씩 가라앉았다. 하루 못 간다고 해서 이 아이가 잘못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난 며칠간 묵묵히 아빠 곁을 지켜 준 것만으로도 충분히 고맙지 않은가.


현관문을 닫으며 나는 마음속에 잠시 갈등하던 두 마리의 늑대를 떠올렸다. 믿음과 의심, 감사와 불만, 이 모든 감정들이 끊임없이 싸우는 내 안의 싸움터. 그리고 나는 조용히 믿음의 늑대에게 먹이를 주기로 했다. ‘이 아이는 충분히 잘하고 있다.’ 그 단순한 진실이 문득 나를 위로했다.


오늘은 혼자 병원으로 향하지만, 그리 외롭지는 않을 것 같다. 막내의 숨결이 담긴 집을 뒤로하고, 나는 이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기로 했다. 믿음과 감사라는 이름의 무기를 들고, 다시 한번 걸음을 내디뎠다.


병원으로 향하던 아침, 전화벨이 울렸다. 화면에 뜬 '중환자실'이라는 단어가 가슴을 철렁이게 했다.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안 좋은 소식을 듣게 되면 어쩌지. 수화기를 들며 온갖 걱정이 머리를 스쳤다.


하지만 간호사의 말은 뜻밖이었다.

"환자분이 밥을 잘 드시지 않는데, 복숭아가 먹고 싶다고 하셨어요.

복숭아 넥타 작은 병을 사 오실 수 있을까요?"


순간 긴장이 풀리면서 안도의 숨이 새어나왔다.

복숭아라니. 그 단어 하나가 이렇게 따뜻하게 들릴 줄은 몰랐다.


곁에 있던 딸과 나는 서로를 보며 웃고 말았다. "복숭아를 먹고 싶다"는 아내의 말이 마치 긴 터널 끝에서 본 작은 빛처럼 느껴졌다. 입맛이 돌아온다는 것은 몸이 나아지고 있다는 신호일 테니까. 그녀가 살아가고 싶다는 의지를 말없이 전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복숭아 넥타를 사는 일은 사소한 심부름에 불과했지만, 나에게는 무언가 중요한 의식처럼 느껴졌다. 그 작은 병에 담길 와이프의 미소를 상상하며 발걸음은 가벼워졌다. 삶은 늘 예측할 수 없고 때로는 잔인하지만, 이렇게 작은 순간들 속에서 우리는 살아갈 이유를 찾아낸다.


그날 아침, 복숭아라는 단어는 단순한 과일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그것은 회복의 신호였고, 함께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의 약속이었다.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중환자실 로비는 여전히 북적였다. 낯익은 얼굴들과 새로운 사람들, 서로 다른 사연을 안고 모여 있는 이 공간은 마치 다른 세상 같았다. 누군가는 한숨을 내쉬고, 누군가는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각자의 이야기가 얽히고 설킨 이곳은 고요하지만 동시에 가장 시끄러운 곳이기도 했다.


익숙한 얼굴들과 가벼운 인사를 나누었다. 그들의 표정은 이전보다 조금 더 어두워 보이기도, 혹은 조금 더 희망에 차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누구도 그 속마음을 온전히 드러내지는 않았다. 각자의 시간 속에서 버텨가는 법을 배워가는 중이었다.


자리에 앉아 잠시 기다리며 나도 조용히 눈을 감았다. 기도는 언제나 내게 위안을 준다. 오늘도 나는 기도했다. 아내가 더 나아지기를, 그녀의 몸과 마음이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기를. 그리고 이 로비에 앉아 있는 모든 사람들의 사랑하는 이들이, 또 그들의 마음이 조금 더 편안해지기를.


기도는 늘 내 마음을 가다듬는 작업이었다.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과 나는 서로 다른 이름을 부르며, 같은 마음으로 기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간절함이라는 공통된 언어가 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오늘도, 이 기다림이 조금 더 나은 소식을 전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며,

나는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숨을 고르며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신이여, 우주여, 영혼들이여 감사합니다.

신이여, 우주여, 영혼들이여 오늘은 어제보다 더 밝고 회복된 모습으로 만날 수 있게 도와주세요."


병실 문이 열리자 익숙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희미한 기계음, 약간 쿰쿰한 공기, 그리고 침대에 누운 아내의 모습. 그녀는 눈을 감고 있었지만, 내가 가까이 다가가 몇 마디를 건넸을 때, 기다렸다는 듯 천천히 눈을 떴다. 그 순간, 그녀의 눈빛은 잠시 잃었던 무언가를 되찾은 듯 반가움과 안도의 감정을 담고 있었다.


오늘 그녀의 상태는 어제보다 나아 보였다. 얼굴빛은 조금 더 온기가 돌았고, 그녀의 반응도 한결 부드러웠다. 하지만 그 모든 변화 뒤에 숨어 있는 작은 힘겨움도 느껴졌다. 아마도 정신이 온전치 않았던 때에는 자신이 얼마나 힘든 상황에 있는지조차 몰랐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돌아온 정신은 삶의 무게를 다시금 느끼게 하고, 그녀를 더욱 지치게 했을지도 모른다.


그녀를 바라보며 나는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말없이 손을 잡았다. 그녀의 체온이 내 손끝으로 전해지자, 마치 그녀의 고통까지 내게 흘러오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손끝에는 분명히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따뜻함도 있었다. 힘들지만 여전히 싸우고 있는, 여전히 살아가고자 하는 그녀의 의지.


나는 그녀에게 짧게 말했다.

“복숭아 사왔어. 조금 이따 간호사에게 달라고 해.”


그녀의 미소가 희미하게 피어올랐다. 그 작은 미소가 내 하루를 지탱할 힘이 되어 주었다.

그녀의 눈빛은 어제보다 조금 더 깊어 보였다. 힘들다는 것을 아는 것이 어쩌면 더 아플 수도 있겠지만, 그 깨달음이 그녀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줄 거라고 믿었다. 그리고 나 역시 그 믿음으로, 그녀의 곁을 더 오래 지킬 수 있을 것 같았다.


“심심해.”

와이프의 첫마디가 내 마음을 찔렀다.


중환자실이라는 공간에서 그녀가 느낄 고립감이 그 짧은 두 글자에 모두 담겨 있었다. 늘 사람들과 어울리던 그녀가 이제는 간호사들의 짧은 대화와 간간이 들려오는 기계음 속에서 하루를 버티고 있을 테니, 얼마나 지루하고 외로울까.


나는 순간 멈칫했다. 어떤 위로의 말로 그녀를 안심시킬 수 있을지 몰랐다. 하지만 곧 스스로를 다독였다.

내가 불안해하면 그녀에게 더 큰 무게로 다가갈 테니까.


나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

“하루만 더 참으면 일반실로 옮긴대. 거긴 더 편하고, 내가 더 오래 같이 있을 수도 있어.”


내 말에 그녀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희망을 심어주고 싶었지만, 과연 그것이 그녀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될까 싶기도 했다. 그렇지만 나는 믿기로 했다. 이 작은 약속이 그녀에게 오늘을 견딜 이유가 되어 줄 거라고.


중환자실은 몸을 회복시키는 곳이지만, 마음에는 또 다른 상처를 남기는 곳이기도 하다. 간호사들과의 짧은 대화가 유일한 소통의 창구라면, 그녀가 얼마나 외로울지 나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녀가 조금 더 편안한 곳에서 내일을 맞이할 수 있기를, 그리고 그곳에서는 더 많은 웃음과 대화가 오가기를 바랐다. 오늘의 심심함이 그저 지나가는 과정일 뿐이라는 걸 그녀도 나도 믿으며, 우리는 내일로 향하는 작은 다리를 함께 건너고 있었다.


“여기 대구야, 그렇지?”

그녀가 조용히 물었다.


그 말에 나는 순간 숨을 멈춘 듯했다. 이전에는 늘 제주도를 찾았던 그녀였다. 사고 이후 그녀의 기억 속에 대구는 희미해졌고, 제주도가 그녀의 마음속 고향처럼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그녀가 스스로 대구를 언급했다는 것은, 기억의 조각들이 천천히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나는 서둘러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래, 여기는 대구야. 우리 지금 대구에 있어.”


그녀는 잠시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마음속에서 잃어버렸던 시간들이 조금씩 연결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다정하게 덧붙였다.

“천천히 기억해도 괜찮아. 지금은 대구에 있는 거, 그거 하나만 기억해도 돼.”


그녀를 보며 나는 가슴이 벅차오르면서도 한편으로는 조심스러웠다. 기억이 돌아온다는 것은 그녀가 사고 이전의 삶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가고 있다는 의미지만, 동시에 사고의 충격과 그날의 고통도 떠오를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그 걱정을 잠시 미뤘다. 대구라는 단어를 그녀가 직접 꺼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기뻤다. 그것은 그녀가 조금씩 자신을 되찾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녀에게 천천히, 부드럽게 말했다.

“맞아, 여기는 대구야. 기억해줘서 고마워.”


그녀의 눈이 살짝 젖어드는 것 같았다. 그 눈빛 속에 담긴 작은 희망이 오늘 내 마음을 가득 채웠다. 우리는 함께 그녀의 기억을 찾아가는 긴 여정의 한 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그때 간호사게 우리에게 다가와 웃으며 말을 건넸다.

"환자분이 식사를 잘 안드셔서 걱정이네요, 많으 드셔야 하는데"


“밥이 맛이 없어요.”

그러자 와이프가 투덜거리듯 말했다.


간호사가 웃으며 점심을 드시면 간식을 주겠다고 했지만,

그녀는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밥을 왜 잘 안 먹었어?”

조심스레 물었다.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밥 먹으면 똥 마려우니까.”


순간, 나도 모르게 큰 소리로 웃을 뻔 한 것을 간신히 참았다. 그리고 나는 무언가를 깨달았다. 누워서 용변을 보는 것이 창피하고 불편해서 밥조차 제대로 먹지 않았던 그녀. 한때 사고로 인해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것조차 어려웠던 그녀가 이제 다시 창피함과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다. 이 감정은 어쩌면 그녀가 다시금 자신의 삶을 되찾고 있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그녀의 말을 들으며 나는 미소를 지었다. 물론 안타까움도 있었지만, 동시에 작은 희망이 마음속에 피어올랐다. 이 모든 불편함이 그녀를 더 건강하게 만들어 줄 과정의 일부라고 믿고 싶었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

“하루만 더 참으면 이곳을 나가.

일반실로 가면 훨씬 편할 거야. 조금만 더 참자, 응?”


그녀는 피곤한 얼굴로 하품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품 하나에도 그녀의 힘겨움이 묻어났지만, 그 고개 끄덕임에는 여전히 함께 버티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이 모든 시간이 우리 둘 모두에게 힘든 도전이지만, 나는 믿는다. 그녀가 창피함을 느끼고, 불편함을 호소하며, 작은 저항과 반응을 보이는 그 모든 순간들이 그녀의 회복을 향한 신호라고. 그녀에게, 그리고 나에게 오늘 하루는 그렇게 또 지나가고 있었다.


"내일이면 이곳을 나갈 수 있으니 조금만 더 참자,"

다시 한 번 다독이며 나는 그녀의 이마를 쓰다듬었다. 그녀는 눈을 감으며 고요한 숨을 내쉬었다.


내일의 빛을 함께 바라보며 우리는 오늘을 견뎠다.

면회 시간이 조금 남았지만, 그녀는 계속 하품을 하며 자겠다고 했다. 힘들었을 몸과 마음을 조금 더 쉬게 하고 싶어, 나는 오늘은 일찍 병실을 나섰다. 그녀를 오래 보지 못한 아쉬움이 남았지만, 내일이면 일반실로 옮길 그녀와 더 긴 시간을 함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스스로를 다독였다.


병원 밖으로 나서니 겨울 공기가 차갑게 느껴졌다. 딸은 미용실 예약이 있어 반월당으로 향했고,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막내는 여전히 이불 속에 웅크리고 있었다. 일어나지 않는 그를 깨워 점심을 차려주고, 그가 밥을 먹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점심을 먹고 나니 잠시 쏟아지는 공허함이 밀려왔다. 병원, 집, 그리고 하루의 반복. 익숙해진 듯하지만 마음은 여전히 흔들리고 있었다. 책상 앞에 앉아 생각을 정리하려 했지만, 어느새 내 시선은 창밖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시간은 느리게 흘렀다. 나는 기도했다. 오늘 하루가 빨리 지나가기를, 그리고 내일 아내와 더 오래 함께할 수 있기를. 그 소망 하나가 지금의 나를 움직이게 했다.


하루의 절반이 지나갔다. 하지만 오늘 하루도 그녀와 나, 그리고 우리 가족이 함께 만들어가는 회복의 과정이었다. 느리지만 확실히 우리는 나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순간이 모여, 우리만의 이야기가 되어가고 있었다.


저녁에는 딸과 막내를 데리고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익숙한 음식 냄새 속에서 우리는 조용히 하루를 정리했다. 식탁 위에는 소주 한 병이 놓였고, 나는 한 잔을 따라 딸에게 건넸다. “고생했다, 정말.” 짧은 한마디였지만, 그 안에는 그동안 쌓였던 마음이 가득 담겨 있었다. 딸도, 막내도 나름의 방식으로 이 시간을 견디고 있었다. 그들을 다독이며 내 마음을 조금 내려놓았다.


내일은 아내가 일반 병실로 옮기는 날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맞이할 작은 진전. 그 생각에 마음 한편이 설렜다. 그러나 동시에, 불안과 피로가 교차하는 묘한 감정도 자리 잡고 있었다. 어쩌면 오늘 밤은 또다시 긴 밤이 될지도 모른다.


한 병정도는 더 해도 괜찮겠지 하는 생각이 문득 스쳤지만, 나는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하고 그냥 자자.” 내일 아내의 손을 잡을 때 조금 더 맑은 정신으로 있고 싶었기 때문이다. 바로 잠들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지만, 이 또한 내가 견뎌야 할 작은 싸움이라 여겼다.


식사 후, 아이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생각보다 고요했다. 아이들은 피곤한 얼굴로 서로를 의지하며 걸었다. 그 모습에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 시간을 지나며 우리가 조금 더 단단해지고 있다는 믿음이 있으면서도, 그 과정이 그들에게 너무 무겁지 않기를 바랐다.


잠자리에 들기 전, 나는 다시 한번 내일을 떠올렸다. 아내의 침대가 일반 병실로 옮겨지는 순간, 그녀와 마주할 내 마음이 어떻게 변할지 상상하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오늘 밤이 조금이라도 빨리 지나가길, 그리고 내일이 조금 더 따뜻하게 찾아오길 기도했다.


기도를 드리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신이여, 우주여, 영혼들이여 감사합니다.

신이여, 우주여, 영혼들이여 내일은 오늘보다 더 밝고 회복된 모습으로 만날 수 있게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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