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친구는 부모님이 이혼을 했다고 한다.

by 포카혼타스




친구는 아빠가 집을 밥 먹듯이 나갔기에, 그날도 이상한 낌새를 느끼지 못했다고 했다. 여느 날처럼 부모님은 소리를 지르며 싸웠고, 아빠는 짐을 싸기 시작했다. 동생들은 울면서 아빠 보고 떠나지 말아 달라, 자기를 버리지 말아 달라고 했단다. 자기는 옷장에서 옷을 꺼내 짐 싸는 아빠를 우두커니 보고 있었다고 했다. 이미 그때 그녀는 20살이었다.



그때는 아빠가 미웠다고 했다. 툭하면 집을 나갔고 유일하게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아빠가 없으면 집에 남아 있는 모든 사람들은 쫄쫄 굶어야 했으니까. 때로는 전기세조차 제대로 못내 촛불을 켜고 방을 돌아다니기도 했었다고 한다. 그런 순간이면 그녀는 아빠를 두고두고 원망했고, 점점 용서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가 숨이 넘어갈 듯한 표정으로 자신에게 다가왔다고 한다.

"아빠가, 아빠가... 너희 아빠가..."

아빠에게 다른 여자가 있었으며, 곧 그 여자에게서 아빠의 딸이 태어난다는 것이었다. 엄마는 아빠가 툭하며 집을 나갔다 하더라도 돌아왔었기에 마지막 그의 가출에도 특별한 반응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소식은 엄마에게 상당한 타격을 준 모양이었다. 그녀도 가슴이 찢어질듯한 고통을 느꼈다고 했다. 그간 자신이 유일한 아빠의 딸이었다는 사실이 무너졌다. 아빠에게 어리광을 부리면 아빠가 예뻐해 주던 나날들이 한꺼번에 배신을 당한 느낌이었다. 자신은 이미 20살이 넘었고, 아빠가 이미 만나고 있다고 하는 여자와 그 여자에게서 새로 태어날 아기는 자신의 상대가 되지 않을 것 같은 질투심에 화가 북받쳤다고 했다. 그간 아빠는 그녀가 필요로 할 때 있어주지도 못한 존재였지만, 그래도 그녀가 가장 믿고 의지하고 싶어 했던 존재였다. 그녀는 바로 당장 아빠에게 가서 따지고 싶었다고 한다.


"아빠, 왜 우릴 버렸어?"

"아빠, 이제 우릴 안 만날 거야?"

"아빠, 어떻게 이럴 수 있어?"


그녀는 어느 말도 아빠에게 하지 않았다. 모두 저 어딘가에 그대로 묻었다. 그리고 아빠와의 연락을 그대로 모두 끊었다.



내가 그녀를 개인적으로 알게 되었을 때, 그녀는 이미 30살이었다. 그녀는 아빠를 미워하는 듯도 보였지만 무엇보다도 그리워하는 것 같았다. 그녀는 이 이야기를 나에게 나누며, 아찔하게도 10년이 지난 뒤 아빠를 이해하게 되어버린 순간들이 있었다고 얘기했다.


그녀가 여전히 엄마와 함께 살던 시절, 엄마가 그녀에게 멈추지 않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를 때면... 그냥 그 자리를 피하고 싶은 자기 자신을 발견했다는 것이었다. 엄마에게 멈추라고 해도 소용이 없었다. 그럴 때면 그녀는 아버지를 생각했다고 한다. 아버지가 떠난 뒤, 엄마는 그녀에게 '너는 나를 떠나지 마.'는 말을 종종 했었다고 한다. 그 말이 그녀의 가슴에 맺혀있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도 그녀에게 잔소리와 소리를 지르는 엄마라니. 그녀는 엄마가 안쓰러우면서도, 때로는 피하고 싶었다고 했다. 심지어는 자기는 좋아하는 사람 만나 결혼도 못할 것 같은 질식감 마저 느꼈다.


그녀의 강렬한 바람 하나는, 자신의 부모님이 다시 만나 화해를 하는 것이었다. 자신의 아주 어릴 적 기억처럼, 서로 소리를 지르고 왕왕거리는 날 속에서도 웃고 장난쳤던 그날을 다시 한번이라도 잡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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