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부부의 모습을 밖에서 바라볼 수 있을까

by 포카혼타스




해외에서 근무할 적의 일이다.



당시 지역 자선사업가로 활동하던 노인 한 분께서 회사에 초대되었다.


그는 가구 공장 사업으로 젊은 시절 꽤나 돈을 벌었고

꽤 호화스러운 집과 별장도 갖고 있었다.

그는 근무 중 죽게 된 소방관이나 경찰관의 부인들, 즉 미망인들에게 일정 금액을 지급해 주는 자선사업을 하고 있었다.

그의 자선 사업은 수혜를 받는 미망인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던지, 미망인들의 감사 메시지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에게는 4명의 장성한 자녀가 있었다.

첫 번째 부인과는 이혼을 했고, 지금 같이 살고 있는 부인은 그보다 40살이나 어린 사람이었다.


그의 부인은 화려한 스타일을 좋아하는 듯 보였다. 그녀의 화장표현이나 머리스타일뿐만 아니라 옷, 가방 모두가 화려함 그 자체였다. 그녀가 내가 근무하던 회사에 처음 오던 날, 나는 그녀의 부자연스러운 치아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굉장히 바지런하고 새하얬다. 그 모습이 되려 어색해 보였다. 그녀의 태닝 한듯한 피부에서 그녀의 치아만 더 돋보이는 듯했다.


나는 미팅룸에서 나오며 옆의 직원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라미네이트가 세게 된 것 같지?”


내 동료가 답했다.


“라미네이트? 라미네이트뿐만 아니라 이마부터 발끝까지 다 부자연스럽던데! 이마도 너무 볼록하고, 코도 수술한 것 같고, 턱도 깎은 것 같던데.”


그 얘기를 듣고 나니 그녀의 화려해 보였던 얼굴에서 자연스러움이 묘하게 없던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걸 제하고서라도 그녀는 아름다운 미인 축에 속할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40살이나 많은 남편 옆에 서있는 그녀 모습은 젊음이 갖고 있는 생기와 에너지 그 자체였다.



반대로 그 자선사업가는 청력이 좋지 않아 보청기를 끼고 있었다. 보청기의 도움에도 몇몇 단어들은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그럴 때마다, 그의 아내는 그의 손을 꼭 붙잡고서 그의 눈을 맞추며 얘기해 줬다.


“지금 회장님께서 ‘이-탁-자’가 ‘마-음-에-드-신-대-요.’”


그녀는 몇 차례나 그가 알아듣지 못했을 법한 이야기를 다시 반복해서 천천히 그리고 또렷한 입모양으로 얘기해 줬다. 그러면 그는 아아, 알아들었다며 다시 답변하는 식이었다. 그 방식이 여러 차례 반복되자 그 부부관계는 사장과 비서처럼 느껴졌다. 마치 돈 많은 사장이 자신과 늘 동행하는 비서에게 돈을 지급하고, 모든 생활을 함께하는 느낌이랄까. 근데 그러다가도 그의 아내는 그의 옷매무새를 고쳐주고, 넥타이도 바로 잡아주었다. 그에게 종종 손을 잡고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정리해 주는데, 그 남편이 얼마나 애정 어린 손길을 느끼고 살까, 싶었다. 그건 묘하게도 70대인 자선사업가의 나이대 사람의 커플에게도, 30대인 그의 아내 나이대 사람의 커플에게도 공공연하게는 찾아볼 수 없던 장면인 듯 보였다.



내가 다니던 회사의 회장 비서는 그 자선사업가 부부에 대해,


“그 부부 말이야. 사회적으로 보면 이상하다는 거 알아. 40살이나 차이나잖아. 꼭 여자가 돈을 바라보고 결혼한 것 같고. 남자는 그 여자의 젊음과 아름다움을 돈 주고 사는 것 같고. 그 둘이 어떻게 사랑에 빠진 거야? 싶거든. 근데 그 둘은 묘하게 싸움이 잘 안 나고, 애정이 느껴진단 말이지. 반대로 내가 모시는 회장님 부부는…”


말도 말라는 식이었다. 그 비서는 회장님의 부인이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회장님에 대한 불평과 하소연을 한다고 했다. 그 비서는 웬만해서는 일하며 들은 모든 정보를 비밀로 담아가고 싶어 했는데,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그 전화만큼은 탈출을 하고 싶어 했다. 그건 아무리 이해해보려 해도 괴상하게 느껴지기는 했다. 회장님의 부인은 왜 비서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일까. 얼마나 괴로웠기에, 자신의 가족이나 친구도 아닌 회장님의 비서에게 그 하소연을 한단 말인가. 그 비서는 그냥 그럴 바에는 ‘저한테 전화 좀 그만하시고, 이혼을 하시라고요!’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온다고 했다. 그렇지만 그 비서도, 나도, 그 회장님의 부인도, 회장님도 알고 있었다. 그들은 이혼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그들은 공식행사에서 줄곧 같이 참여했다. 그 모습만 보면 외부에서는 항상 그 부부가 잘 어울린다며 인사치레의 말들을 전했다. 그러나 그것을 수차례 목격한 직원들에게 회장님의 부인은 남편에게 ‘내조를 잘해줘서 고맙다.’라는 말보다는 ‘너 때문에 이게 뭐야! 이딴 식으로 내조할래?‘라는 말을 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또 다른 직원의 모습이었다. 그들의 모습은 사회적으로 비난받을만한 나이차이가 나는 결혼도 아니었고, 이혼을 했다 재혼을 한 부부의 모양새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묘하게 남편은 항상 아내에게 성이 나있었고 아내는 그의 비위를 맞춰주면서도 화병을 견디고 있었다. 그 둘 중 어느 누구도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외부의 시선에서는 기묘했지만 그들 관계에서는 의외의 안정감이 느껴지던 모습들과, 외부의 시선에서는 꽤나 안정적 이어 보일 것 같던 그들의 삶 내면에는 삐그덕 거리던 잡음들. 그들 사이의 애정 어린 손길들과 부부동반으로 다니는 모습들만으로 내가 어떻게 그들을 다 알겠는가. 내가 본 것은 그들 삶의 단편에 불과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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