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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턴 조신 Oct 28. 2020

호기심 : 사물을 대하는 그들의 자세

M&A story

작은 택배상자에 같이 들어가는 방법을 고민하는 M&A

우리 집에는 데스크톱용으로 의자가 두 개가 있다. 하나는 내가 쓰는 것이고, 하나는 M&A가 사용한다. 그들이 사용하는 의자는 동생과 함께 살 때부터 있었는데 빨간색 섬유에 안쪽은 짙은 베이지의 스펀지가 들어 있는 이동바퀴가 5개 달린 의자이다. 나의 이 의자에 대한 감정은 유감스럽지만 '흉물스럽다'이다. 

이사를 오면서 가장 버리고 싶은 1순위의 물건이었다. 그런데 그들이 정말 좋아하여 잠자고, 스크래처(고양이는 손톱을 가는데 스크래처를 따로 마련해 주는 것이 남은 물건을 보호하는 방법이다)로 쓰고, 놀이공원으로도 사용하다 보니 버릴 수가 없다. 그렇지만 볼 때마다 버리고 싶은 충동이 끊임없이 들었고 기회만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고양이와 함께 살다 보면 알겠지만 새로운 물건에 정말 관심이 많고, 마음에 든 물건은 기분에 따라 일정기간을 두고 사용한다. 예를 들면, 왕의 소파가 마음에 들면 서로 치고받고 싸우며 사수하여 사용하고, 그도 질려서 다른 물건으로 마음이 옮겨가면 항상 그 장소에서 투닥거리는 몽고와 앙쥬를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물건에서 멀어지게 하려면 새로운 물건으로 그들의 관심을 옮겨야 한다. 그 예외가 이 흉물스러운 빨간 의자였다. 어느 물건을 대용으로 가져다 놓아도 이내 관심은 의자로 돌아갔다. 


앙쥬는 의자가 적이라도 되는지 내장을 파내어 전리품처럼 손에 쥐고 자고 있다.


이 '흉물'스러운 물건을 치우기 위해 다른 스크래처를 마련해 주었지만, 그들에게 스크래쳐가 하나 더 늘어난 것이었고 뜯다가 수명을 다한 흉물이 위에 원단을 덮어주며 수명을 이어줘야 했다. 그런데 마침내! 드디어! 이사를 가게 되면서 그들이 정신없는 사이(고양이의 스트레스 원인 중 하나는 환경변화가 있다)에 의자를 처리했다!!! 얏호!!!


집사의 야반도주를 우려해 먼저 이삿짐에 들어가 있는 몽고


새로 생긴 물건은 그들의 호기심을 끊임없이 자극했고 요모조모 연구한 끝에 최적의 사용방법을 찾아내어 즐기는 것이 그들의 방식이었다. 


새 원단을 본 앙쥬가 '제리'를 제거하기 위해 닌자로 변장을 하고 있다.
비닐 역시 소소하게 놀 수 있는 놀이터가 된다.
혼자만의 시간을 중시하는 앙쥬는 자신만의 공간이 있어야 만족스럽다.


그 호기심 덕에 많은 가정용품과 집사의 물건이 희생이 되었고, 인간의 특성상 새로운 물건을 늘 사들이니 냥냥이들에게 호기심을 자극하면서도 만족시키는 순환적인 삶의 연속인 것이다.


조명용 텐트를 모델하우스인 양 꼼꼼하게 따져보고 있는 몽고와 앙쥬.
어머니 집의 TV장 속에 들어간 몽고. (사진 중앙 빈 공간의 흰 수염을 찾으면 그가 보인다)
천가방의 강도(強度) 실험을 하고 있는 몽고와 앙쥬.
마트 사은품으로 받은 대야의 내구성을 실험하는 앙쥬.

결론적으로 고양이는 새로운 사물에 친근하게 다가가는 사교성 좋은 동물이고, 관심을 보인다고 다 사용하지는 않지만 자본주의의 순환을 위해! 새 물건을 들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시간을 들여 시험해 보고 분석해보는 사회의 구성원이라고 할 수 있다. 헌 물건을 만들어내어 새 물건을 구입하게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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