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물어도 안 아픈 손가락
부모와 자식 간에는 깨물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고 하는데, 회사는 깨물어도 안 아픈 손가락이 분명히 있다.
회사 입장에서 그 종류를 보자면
1. 지속적으로 성과가 저조한 직원
2. 상습적 실수로 인한 회사 손실을 발생시키는 직원
3. 조직 내 심각한 불화를 야기하는 직원
4. 매니저의 지시에 불응하거나 대드는 직원
5. 폭행, 거짓말, 횡령, 대외적 민형사 사고를 치는 직원
위의 모든 경우를 총칭하여 저성과자라고 해보자.
오랜 기간 동안 회사생활을 하면서 보게 된 많은 경우는,
고성과자는 회사에 실망하여 자발적으로 퇴사를 하게 되고,
저성과자들은 회사에서 푸짐한 돈을 주어 내보낸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고성과자의 경우 그에 합당하는 과감한 임금조정 혹은 성과급을 기대하는데, 이를 충족할 만한 충분한 재원을 가진 회사는 그리 많지 않다. 그리고 직원들이 많다 보니 특정인들에게 과감한 임금조정 혹은 과감한 성과급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이렇다 보니 매년 고성과자들에게 찔끔 부가적인 혜택을 주면서 참아달라, 내년에 보자, 앞으로 잘 될거다 등의 공수표만 남발하는 경우가 많고, 한두해 지나면 지친 고성과자들은 다른 경쟁사에 가더라도 대접을 받을 수 있으니 당연히 이직을 검토하게 된다.
반면, 저성과자들은 본인이 저성과자임을 부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알면 부족한 부분을 메울 텐데, 내 경험상 알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으니 이들이 자발적으로 나갈 이유가 없다,
대한민국 노동법상 저성과자를 합법적으로 내보내려면
저성과에 대한 사항을 본인에게 정확하게 주지시켜야 하고,
평가결과를 아주 안 좋게 3년 정도 연속으로 평가해야 하고,
개발 기회를 제공해야 하는데,
우리 정서상 부하 직원의 평가 결과를 낮게 주는 것이 만만하지가 않다. 매일 매일 얼굴을 보면서 더더욱 그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하기는 더 어렵다. 가끔 거친 부하들을 만난 매니저들은 낮은 성과 결과를 주고 나서 이해시키는데 애로사항이 큰 편이다. 심지어는 매니저의 상사 압력에 밀려서 낮은 평가 결과를 준 경우 상사 핑계를 대거나, 내년에는 잘 주겠다는 약속 아닌 약속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하여간 이런 저련 이유로 저성과자들은 합법적인 해고보다는 속칭 `권고사직`이라는 형태로 내보내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권고사직은 말 그대로 회사가 사직을 권고하면서 일정 패키지를 제의하고, 직원이 이에 동의하여 사직하는 형태이므로 법적인 리스크가 전혀 없어서, 회사들이 가장 선호하는 방식이다.
직원 입장에서도 권고사직은, 징계를 통해 해고되는 것 보다는 이후의 다른 직장에서 평판 조회 등에서 걸릴 리스크가 없고, 실업급여도 받을 수 있으며, 회사의 부가 패키지에 대해 협상을 통해 목돈을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어서, 오늘도 많은 회사에서 권고사직이 발생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문제는 협상력에 의해 이 합의금이 결정된다.
회사가 협상력이 강하게 되면 합의금이 낮아질 것이고,
직원이 협상력이 강한 경우 합의금이 올라갈 것이다.
협상력은 아래에 의해 결정된다.
직원의 저성과 정도
명확한 비위사실
협상팀 / 개인의 협상 능력
특히나 금전적 횡령, 신체적 폭행 등은 협상이 필요 없이 회사에 의해 바로 징계해고가 가능할 정도의 협상력이다.
인사담당으로서 재직하면서 권고사직을 처리한 건이 수십건인데, 직원이 악착같이 버티던 경우도 있고, 회사가 너무 무리하게 감정적으로 처리를 요구하던 경우도 있었다.
사실 개인적으로 30여년 동안 인사업무를 하면서 절실하게 느낀 점은 모든 법 위의 상위법은 상식이라고 본다.
권고사직을 권하는 회사도 오죽하면 권하겠냐마는, 당하는 개인은 기분이 좋을 리 없다. 이러한 갈등관계를 푸는 길은 회사든 개인이든 상식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상식, 가장 어렵고도 쉬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