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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현 Apr 27. 2021

회사로부터 벗어난 독립 인간의 장점과 단점

단점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장점이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한 달 전, 3년을 꽉 채워 일한 회사에서 나왔다. 적성에 맞는 일, 배울 점 가득한 동료들, 자유로운 근무 형태까지 부족한 점 없는 업무환경이었다. “재밌게 일하는 것 같더니 왜 나왔어?”라는 질문을 아직도 종종 받는, 회사에 진심이었던 내가 관둔 이유는 설명하자면 복잡하지만 간단하게 말하면 이렇다. “내 삶의 주인이 내가 되기 위해”


퇴사 한 달 차. 나는 꿈을 이뤘을까?

일단 단점부터 말하자면,

불안과 미친 듯이 싸워야 한다.


‘미친 듯이’를 덧붙인 이유는 이렇다. 정말 쉴 새 없이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직장인일 때 나를 지탱하는 중심은 회사였다. 매달 따박따박 나오는 월급도 그렇고, 주말엔 힘껏 게을러져도 출근하면 어쨌든 일을 해야 해서 나를 통제할 수 있었다. 해야 하는 일은 끊임없이 생겼고 우선순위도 분명했다.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하루하루가 잘만 굴러갔다.


지금은 다르다. 내가 만들어내지 않으면 일이 생기지 않고, 당장 다음 달의 수입이 불분명하고,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아직 가늠이 되지 않는다. 일이 들어오면 다 해야 할 것 같고, 저 사람과는 만나기 싫은데 시간을 내야 할 것 같다. 지금 나를 찾아주는 사람이 없는데, 그게 영원해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과 맞서 싸워야 한다.


하지만 단점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장점이 있다.

나는 내 삶의 주인이 되고 있다.

내 시간을 마음대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자고 싶을 때 자고,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돌아다니고 싶을 때 돌아다니고, 직장에 다닐 때는 겨우 반차를 내거나 휴가를 모아서 할 수 있는 일을 그냥 할 수 있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완벽한 봄 날씨인 이맘때, 최대한 즐기고 싶어서 낮에 놀고 밤에 일하고 있다. 그래도 행복하다. 밖에서 1시간을 넘게 걸어 다니지만 땀이 나지도 귀가 시리지도 않은 이 날씨를 만끽할 수 있어서.


회사를 다닐 때는 야근도 하고, 종종 주말에도 일했다. 일을 더 잘하고 싶은 욕심에 시간이 나면 시장조사를 했고, 기사를 읽었고, 모임을 나갔다. 책을 읽어도 업무에 도움이 되는 주제를 찾았다. 이렇게 노동 인간으로서의 나를 발전시키는 데 쓰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일을 빨리 쳐내야 했다. 그렇게 만든 귀한 시간에도 우선순위는 회사에서 해내야 하는 일이기에 온전히 내가 하고 싶은 일에 투자하는 시간은 적었다. 가고 싶은 곳을 가거나, 아예 새로운 분야를 배우는 일에 시간을 더 투자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나는 회사 안에서의 역할만 해낼  있는 사람이 아니다. 24시간을 온전히 나에게   있는 지금은, 나중으로 미룬 것들을 지금   있게 되었다.  직무가 아니었던 분야에 시간을 투자해도 온전히  것이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가 아닌 갖고 싶은 물건을 찾는데 시간을  투자하면서 요즘 뜨는 물건도 내 취향도  깊게 알게 되었다. 듣고 싶었지만 미루기만 했던 교육도 듣는다. 누군가의 강점을 찾아주는 태니지먼트 퍼실리테이터 교육을 수강했고, 헤이조이스의 기획자 컨퍼런스도 신청해두었고, 퍼스널 컬러와 이미지 컨설팅, 메이크업 강의도 들어볼 예정이다.


퇴사 한 달 차, 아직은 단점과 장점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고 있다. 장점이 주는 행복이 커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와중이긴 하다.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내면의 목소리도 들어야 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충분한 노력도 필요하다. 그래도 크게 두렵지 않다. 앞으로도 24시간을 온전히 나에게 쓸 수만 있다면 행복의 시간이 훨씬 많을 테니. 내 삶의 주인을 나로 잘 유지할 수 있도록, 독립 인간의 시간을 잘 만들어 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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