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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극혐러, 저질체력이
1년간 운동을 하면 생기는 일

[ 운동 초보자의 1년 운동 찐고백 ]

주우재와 내가 운동을 안 하는 이유


러닝머신 발명가는 5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Gym 발명가는 5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세계 보디빌딩 챔피언은 4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KFC 발명가는 94세에 사망하였다. 

누텔라 브랜드의 발명가는 88세에 사망하였다. 

담배 제조사 윈스턴은 102세에 사망했다. 

라면 발명가는 47세에 라면을 발명하여 죽을 때까지 매일 치킨 라면을 먹으면서 살다가 98세에 죽었다. 

어떻게 의사들이 운동이 수명을 연장시킨다는 결론에 도달했을까요? 토끼는 항상 뛰고 있지만 2년밖에 살지 못하고 전혀 운동을 하지 않는 거북이는 400년을 삽니다. 이상입니다.                    - 출처: 오늘의 주우재





역시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나는 운동이 제일 싫다. 그냥 숨만 쉬고 앉아있는데도 바닥이 나를 끌어당기는데, 일부러 에너지를 낭비한다니 정말 이해가 안 된다. 스트레칭? 나 멀쩡히 걸을 수 있고, 앉아서 공부도 하고, 키보드질, 마우스 질도 할 수 있는데 굳이 해야 하나? 젓가락 들 수 있고, 밥 먹고, 걷고, 숨 쉴 수 있으면 된 거 아닌가?라고 생각했다.


달리기를 제일 극혐 한다. 초등학교 체력장 하고 친구들 앞에서 위액까지 토한 이후로 더더욱 달리기는 싫다. 숨차게 뛰어갔다가 다시 숨차게 뛰어서 돌아올 건데 왜 힘들게 목적 없이 뛰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고등학교 졸업 이후 20년 동안, 개가 쫓아오지 않는 한 나의 의지로 단 50미터를 달려본 적이 없다. 고등학교 이전에 달린 것도 체육 점수를 받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뛴 거다. 매번 학년에서 꼴찌를 했지만 말이다. 나와 대략 30여 년을 함께 산 남동생의 소원이 누나가 뛰는 모습을 보는 거라고 할 정도로 나는 어릴 때 언니랑 동생이랑 놀 때도, 심지어 친구들이랑 놀 때도 절대 뛰지 않았다. 원래 땀도 잘 안 나지만 땀나는걸 극혐 한다.

 
그러면서도 배우고 싶고 존경하는 사람들의 책에서 항상 운동은 꼭 해야 한다고 하기에, 요가도 해보고, 헬스도 해보고, 심지어 몇백만 원짜리 PT도 받아봤다. 그때마다 깨달은 건 역시 나랑 운동은 안 맞는다는 사실이었다.
 
먼가 이상하다고 느낀 건, 2018년 남편과 간 파리 여행이었다. 첫날 엄청 돌아다니다가 둘째 날부터는 거의 10분을 걷기 어려웠고, 60대 엄마처럼 계속 주저앉아야 할 정도로 허리도 아프고 지쳤었다. 짧은 여행 동안 힘들지 않고 움직일 수 있었던 시간은 3~4시간? 뿐이었고, 그나마도 카페나 공원에 앉아만 있어야 했다. 오르세 미술관에서 남편만 들여보내고 나는 2층 레스토랑에서 커피와 디저트를 먹었다. 나는 예술에 관심 없으니, 예술 좋아하는 남편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라고 배려하는 척 이야기했다. 나는 디저트 먹는 게 더 행복하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지만, 사실 허리가 아파서 미술관을 둘러보는 게 너~무 부담스러웠다. 


다음날은 남편만 산책하고 오라 하고, 오전 내내 호텔에 누워있었다. 우울했다. 나는 이제 이 짧은 여행도 버거운 몸뚱이가 된 건가. 나 아직 살아가야 할 날이 많은데, 내 몸 이대로 포기하고 살아야 하나. 온갖 생각에 빠져있었다. 그럼에도 내 평생의 로망이었던 파리 여행은 행복했고, 황홀했다. 


그래서 한국으로 돌아온 후 운동을 찾아보고 도수치료를 찾아봤다. 다음으로 계획한 스페인 2주 여행은 이렇게 망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도수 치료하면서는 스트레칭의 중요성을 알았다. 사람의 몸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어디 하나 불균형이 생기면 다른 부분에 부담을 준다고 했다. 나는 허리 디스크가 아니라 골반이 틀어져서 허리에 무리가 갔다는 걸 알았고, 오래 앉아있는 생활, 양반다리, 다리를 꼬는 습관이 문제라는 걸 알았다. 그리고 매일매일 골반 스트레칭을 하라는 숙제를 받았다. 그리고 몇백만 원짜리 PT를 다시 받았다. 여행만 할 수 있게 체력만 올려달라고 했다. 그렇게 다음 해에 떠난 스페인 2주 여행은 남편보다 더 좋은 컨디션으로 마쳤다. 
 
이렇게 운동을 지속했더라면 어땠을까... 계속 회사를 다니고 있었을까... 갑자기 온갖 생각이 든다. 모두 예상하다시피 나는 스페인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다시 예전의 생활로 돌아가서 시들시들해졌다. 스트레칭은커녕 기지개도 켜지 않았다. 회사 다니며 밥 먹고 사는 거, 진짜 밥 먹는 행위조차도 힘들었다. “여보 나 30분만 쉴게!”하고 소파에 쓰러지는 게 퇴근 후 내 시그니처 루틴이 되었다. 


동료들이 왜 자꾸 손을 떠냐고 했고,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면 숨이 차서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집에 돌아오면 그냥 녹초가 돼서 잠만 잤다. 어느 날 주말에 잠만 자서 탈수가 오고 응급실에 가서 링거를 맞기도 했다. 이런 게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에 놀라지도 않았다. 오래 걷거나 서있을 때만 아팠던 허리가 사무실에 앉아있는 시간에도 아프기 시작했다. 다리도 저린다. 이게 허리디스크 있는 사람들의 전조 증상이라는 것도 알았다. 엄마가 허리디스크 수술을 두 번이나 했고, 내 주위에 직장생활 오래 하신 분들이 허리, 목디스크로 몸져눕는 걸 봤기 때문이다. 필라테스가 좋다기에 또 1:1 필라테스를 등록했지만 퇴근 후 일주일에 한 번 갈까 말까 했다. 
 
그 와중에도 자기 합리화는 쩔었다. 아니 회사 다니면서 숨만 쉬는 것도 지치는데 어떻게 운동을 하라는 거야. 운동은 시간 넘치고, 원래 건강한 사람들이 더 건강하려고 하는 거 아닌가. 나처럼 체력 약한 사람들한테는 운동도 사치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그렇게 잘~ 살았습니다!로 이 이야기가 끝나면 참 좋았을 텐데, 내 인생에 가장 큰 터닝포인트가 찾아온다. 내가 갑상선암이라고 한다. 수술하고 회사 다니며 1년을 넘게 버티다가 지하철에서 또 쓰러졌다. 기립성 저혈압이 있는 나는 어릴 때부터 자주 쓰러졌었기 때문에 놀랍지도 않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이대로는 1년도 되지 않아 내가 소멸될 거 같았다. 그날 연봉 높고 복지 좋았던 아까운 회사를 관뒀다.
 



회사 관두고 시간 많아지면 나는 당연히 내가 운동을 할 줄 알았다. 하지만 내 착각이었다는 걸 바로 알았다. 이미 몸은 쇠약해져서 30분 산책도 숨이 차고 지쳤다. 부모님 또래의 어르신이 아침마다 활력 넘치게 배드민턴을 치는 모습을 한동안 부럽게 쳐다봤다.

 팔과 다리에 근육이 갈라진 게 보인다. 나의 두 팔에 붙어있는 순두부와 비교된다. 저분들은 언제부터 운동을 한 걸까. 원래 건강하고 체력이 좋았으니까 한 거겠지? 나처럼 원래 저질체력으로 태어난 애들은 생존 자체가 미션인데, 저분들은 건강하게 태어나서 좋겠다.라고 부러워하기만 했다.  그렇게 며칠을 구경만 했는데 아주머니께서 나에게 말을 건넨다. 안타까워 보였나 보다. 아주머니도 10년 전에 암 수술을 받았다고 하셨다. 나처럼 걷기도 힘들었다고 하셨다. 조금씩 운동하니 지금은 누구보다 건강해졌다고 하셨다. 아, 희망이 보인다. 내가 절망했던 건 이 몸으로 평생 살아야 할까 봐 무서웠는데, 운동하면 괜찮아질 수도 있구나.


이 이야기를 필테 선생님과 나눴다. 필테 선생님은 나의 은인이다. 필테 선생님이 도와주신다고 하셨다. 천천히 같이 해보자고 하셨다. 선생님이 말한 대로 주 2~3회 꼭 운동을 나오겠다고 약속했다. 선생님은 내 수준에 맞게 정말 천천히 회복하게 도와주셨다. 나는 이걸 왜 해야 하는지 목적과 이유가 분명해야 마음이 움직이는 편이다. 선생님은 이걸 바로 파악하셨나 보다. 이 동작을 왜 해야 해요?라는 지겨운 나의 질문에 너무 친절하고 디테일하게 잘 알려주셨다. 역시 전문가가 괜히 전문가가 아니다. 전문가는 다르다. 

이 동작이 내 몸, 어떤 근육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또 근육은 내 몸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그 근육과 골격이 틀어지면 어떤 통증이 몸에 오는지 설명해주셨다. 내 몸에 이렇게 많은 근육이 있을 줄 몰랐다. 운동 후 다음날 오는 근육통이 나~ 여기 있어요! 외친다. 배꼽 아래에도 근육이 있고, 엉덩이 깊숙한 곳에도 근육이 있고, 심지어 갈비뼈 사이사이에도 근육이 붙어있었고, 순두부 두 봉지만 있는 줄 알았던 팔뚝 뒤에도 근육이 있었다. 1년 내내 내가 몰랐던 내 근육들과 인사하며 지냈다.


어느 날 이상한 경험을 한다. 필라테스를 하고 나왔는데, 갑자기 막 에너지가 올라오더니 미친년처럼 뛰고 싶어졌다. 내가? 뛰고 싶다고? 먼가 뽕을 한 느낌이다. 핫식스 10병을 마신 기분이다. 우리 집까지 5분 정도 뛰어왔다. 내가 뛰었다. 이날 운동을 좀 살살해서 힘이 남아있었나 싶었다. 이 신기한 경험을 선생님에게 이야기했더니, 아드레날린과 도파민이 폭발한 거라고 한다. 이제 운동의 맛을 알게 된 거라고 하신다. 처음 느꼈다. 운동을 하면 활력이 생긴다는 말이 이거구나. 생애 처음으로 운동하면서 땀이 났던 것도 이때부터였던 것 같다. (그 전에는 땀이 한 방울도 안 나서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다.) 필라테스를 작정하고 시작한 지 약 6개월이 되는 시점이었다. 
 
몸이 이제 조금 회복되는 느낌이다. 식사를 준비하는 1시간 동안 중간중간 쉬지 않아도 됐고, 심지어 밥까지 먹을 수 있었다. 내 몸이 회복되는 건 나보다 남편이 먼저 느꼈다. "우리 여보 좀 쉬었다 해요. 괜찮아요? 우리 여보 요즘 생기가 넘친다. 너무 좋다. "내 건강 때문에 항상 노심초사했던 남편이 더 좋아한다. 


그즈음 필라테스 선생님은 아침 러닝을 추천해주셨다. 남편도 내가 폐활량이 부족해서 말하면서도 숨이 차니 러닝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한다. 남동생은 누나 뛰는 걸 보는 게 소원이라고 러닝 5분만 제발 하라고 오래전부터 잔소리를 해댔었었다. 내 나름 규칙이 내가 신뢰하는 3명이 나에게 같은 조언을 하면 그걸 시도해보는 거다. 


내가 좋아하고 신뢰하는 3명이 나에게 같은 조언을 한다. 그럼 해봐야겠다. 


근데 문제가 있다. 내가 뛰지 않는 이유는 고무풍선 같은 내 심장이 뛰다가 터질까 봐 겁이 나서였다. 운동을 좋아하는 언니와 남동생은 이런 내가 웃기다고 했다. 뛰기 싫은 핑계가 참 참신하다고 했다. 

반면 운동 전문가인 선생님은 진지하게 대답해주셨다. 심장은 절대 안 터진다고 하신다. 그럼 내가 확인해봐야겠다. 바로 애플 워치를 샀다. 나는 의심이 많아서 통계나 과학적인 팩트가 있어야 또 움직인다. 조금 피곤한 성격이다. 애플 워치가 갖고 싶어서 합리화하는 건 아니다. 진짜다. 응?!



선생님이 처음부터 욕심내지 말고, 일주일 단위로 뛰는 거리나, 시간을 늘려보라고 알려주셨다. 일주일 단위로 심박수가 변하는 걸 알 수 있을 거라고 하셨다. 앵? 고작 일주일 사이에 심박수가 바뀐다고? 

1주-180 / 2주-170 / 3주-160대로  떨어진다. 3주 만에 변화가 생긴다. 신기방기 하다. 영상 촬영을 하는데 나의 숨 쉬는 쇳소리가 이제 잘 들리지 않는다. 내레이션 녹음하는데 숨이 덜 차다. 아 신기방기 하다. 이게 운동을 하라는 이유구나. 이제 남들처럼 정상인으로 살 수 있을 것 같다. 





음... 바뀐 거... 바뀐 거는 두 가지로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나는 최약체였던 내가 이제 조금 정상인이 되어가고 있다는 거... 그게 가장 큰 변화다. 사실 외형적으로 보기엔 드라마틱한 변화가 별로 없다. 아! 혈색 좋아졌다는 말은 많이 들었다. 회색빛에서 핑크빛으로 바뀌었다고들 한다. 근데 이게 회사를 관둬서인지 운동을 해서인지 잘 모르겠다. 아마 두 가지 다 겠지?ㅎㅎㅎ 나는 근육이 벌크 업된 것도 아니고 더 날씬해진 것도 아니다. 하지만 나와 가족, 친구들은 정말 놀라워한다. 조금씩 내 몸에서 에너지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걸 느낀다.


또 하나. 운동의 가장 큰 장점은 성취감과 자존감 회복인 것 같다. 몸 근육뿐만 아니라 마음 근육까지 단련해준다. 이건 내가 40 평생 진짜 몰랐었다. 건강의 이유로 자의 반, 타의 반 퇴사를 하게 되고 일이 생각만큼 잘 풀리지 않아서 조금 다운되려는 순간들이 있었다. 이 무기력에 빠지려는 시점에 나의 의지와 나를 믿는 마음을 운동으로 다시 벌크업 시킬 수 있었다.


이상하게 운동하고 나면 막 자신감이 넘쳐흐른다. 이게 뇌과학이랑 연결된다고 하긴 하는데, 나는 비전문가이니 패스하겠다. (찾아보면 엄청 많아요.) 운동하기 전에는 세상 최약체인 내가 무얼 할 수 있을까 비관론자가 되어 있고, 운동복을 갈아입을 힘조차 없다고 생각이 들다가도, 나를 이기고 운동화를 신고 나가서 일단 걷고, 뛰면 내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나 할 수 있을 거 같은데?라는 생각으로 사고의 전환이 된다. 아 이거 정말 신기한 경험인데 표현이 안돼서 아쉽다. 물론 체력이 좋아지면서 내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집중도 잘 되는 건 덤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하루에 작은 성취와 소소한 행복이 삶의 행복도를 높이는데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많은 심리전문가들도 이렇게 이야기한다. 졸업, 취업, 결혼, 출산, 여행 등등 큰 이벤트의 행복도 중요하지만 행복은 한순간 잠깐 느끼는 감정들이기 때문에 크기보다는 빈도가 중요하다고 한다. 그래서 그 빈도를 늘리기 위해서 나에게 계속 자극을 주고 자각하는 게 중요하다.


 “나 내일부터 미라클 모닝 해야지! 나 오늘부터 영어 공부해야지! 책 읽어야지! 운동해야지!” 등등 나를 변화시킬 수 있는 자극들을 결심하고 그걸 하나씩 성취해 나가는 나의 모습을 보면서, 아... 나 그래도 잘 살고 있구나, 잘 살아낼 수 있겠구나, 또 다른 삶의 원동력이 된다. 내가 스스로 행복을 만들어주면 하루하루가 행복할 뿐만 아니라, 그 행복의 파생상품인 자존감도 같이 올라간다.


PS. 이렇게 운동을 극혐 했던 제가 어떻게 1년 동안 운동을 꾸준히 할 수 있었을까요? 다음 글에서 운동을 루틴으로 만들 수 있었던 방법을 공유할게요! 더불어 필라테스 1년, 러닝 8개월 했더니 생긴 신체변화... 구독과 하트 눌러주시고, 다음 글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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