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른, 나의 아이

당신은, 무엇을 이루었나요? 1편

by 새벽별노리

어둠 속의 한숨/ 40대 중년, 성원

삶의 무게를 짊어진 40대 중년 남성 '성원'의 고뇌와 성장을 다룬 단편 소설입니다. 총 3편으로 구성된 이야기의 시작을 함께해 주세요.


<당신은, 무엇을 이루었나요?>

늦은 밤, 희미한 달빛이 커튼을 어렴풋이 비추는 방 안,

성원은 새벽 기척에도 잠 못 들었다. 텅 빈 허공을 응시하는 그의 눈빛은 어둡고 불안했다. 매일 아침 마주하는 거울 속 얼굴은 낯설기만 했다. 흰머리카락은 애써도 감춰지지 않았다. 웃을 때마다 깊어지는 눈가의 잔주름은 세월의 무심함을 날카롭게 새겨 넣었다. 성원은 습관처럼 스마트폰의 보정 앱을 켰다가 이내 꺼버렸다. 덧없는 몸짓이었다.

변하는 건 겉모습뿐, 마음속 깊은 곳에서 차오르는 무기력감과 불안은 그 어떤 필터로도 가릴 수 없음을 잘 알았다. 어제의 그는 오늘을, 아니 바로 몇 시간 전의 자신조차 예상하지 못했다. 오랫동안 품어왔던 희망은 이제 빛을 잃고 희미하게 깜빡거릴 뿐. 그 한숨 속에는 자신을 향한 날카로운 질문들이 숨어 있었다.

“대체 뭘 이룬 거지, 성원?” 밤의 정적을 깨고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은 매번 같은 답을 되풀이했다. 그는 한때 '실패는 성장의 밑거름'이라 외치며 숱한 도전에 몸을 던지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마흔 중반의 문턱에 다다른 지금, 그 패기는 어리석은 만용이자 무모한 허세였을 뿐이었다. 뼈아픈 실패들은 그를 성장시키기보다 현실의 냉혹함을 가르쳤다. 버텨보자는 외침은 공허한 울림으로 사라진 지 오래. 그저 무능함만을 깊이 깨달았을 뿐이라고, 그는 자조했다. 사회가 속삭이는 성공의 기준과 타인의 시선은 그를 바닥으로 끌어내렸다. 모든 것에 회의감이 밀려들었다.


쉽사리 잠들지 못하는 밤이면 어김없이 방 한쪽 구석에 놓인 낡은 스탠드가 눈에 들어왔다. 오래된 그의 습관을 닮아 켜진 채 밤을 지새우는 스탠드 불빛은, 그의 고독한 내면의 자화상이었다. 침대에 누워 발바닥을 맞대고 웅크린 채, 덮지 않은 이불의 차가운 감촉을 느꼈다. 버릇처럼 책을 펼쳤지만, 몇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죄의식 없이 잠들고 싶었지만, 쉽지 않은 밤은 결국 그를 깊은 자책감 속으로 몰아넣었다.


걷잡을 수 없는 자책이 터져 울음이 되었다. 턱 막힌 숨에 가슴이 답답했다. 이 밤의 끝에서 그는 또 어떤 아침을 맞이하게 될까.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스탠드 불빛처럼, 그의 삶에도 다시금 희망이 켜질 날이 올까. 불안과 자책으로 가득 찬 이 밤은 과연 끝나기는 할까. 성원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이대로 무너질 수는 없었다. 모든 것에는 시간이 필요하듯이, 바닥을 친 자신에게 ‘다시 피어오를 시간‘이 필요함을 깨달았다. 그 시간은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온전한 시간이어야 했다. 갑작스러운 충동에 휩싸여, 그는 며칠 뒤 무작정 짐을 쌌다. 목적지도 정하지 않은 채, 익숙한 모든 것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홀로 낯선 길 위에 서서, 홀로 견디는 즐거움이 과연 진정한 행복일까? 그는 스스로에게 물으려 했다. 친한 친구들이 있었지만, 십수 년의 세월이 그들을 침묵하게 했다. 세상은 결국 혼자 서야 하지만 완전히 혼자일 수는 없다. 그는 이 역설적인 진실 속에서 자신을 성찰하고 삶을 배웠다. 그렇게 성원은 새로운 여정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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