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게를 싣는 사람들 3편

일상 속 순수와 대비되는 현실

by 새벽별노리


<일상 속 순수와 대비되는 현실> 3


다음 배송지로 향하던 종혁은 목이 말라 늘 들르던 편의점에 차를 세웠다. 트럭의 거친 엔진 소리가 잦아들자, 찌는 듯한 아스팔트의 열기가 차창을 넘어 스며들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익숙한 얼굴의 아르바이트생이 반겼다. 그는 종혁이 올 때마다 택배 접수 처리도 능숙하게 도와주는, 몇 안 되는 편안한 얼굴 중 하나였다.


“안녕하세요, 기사님! 오늘도 바쁘시죠?” 아르바이트생은 계산대 위로 박스를 올리며 물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일상적인 친근함이 배어 있었다.


“어휴, 죽겠습니다. 덕분에 여기도 늘 물량이 많아서 좋아요.” 종혁은 피식 웃으며 냉장고에서 시원한 스포츠 음료 하나를 꺼냈다. 얼음 동동 띄운 시원한 음료가 간절했다. 그의 목은 사막처럼 말라 있었다.


“택배 물량은 항상 넘치네요. 저희는 기사님 덕분에 매출 좀 올립니다!” 아르바이트생도 장난스럽게 맞장구쳤다.

서로의 고충을 아는 듯한 짧은 대화는 늘 편안했다.

이 편의점은 그에게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오아시스 같은 곳이었다.



그때, 편의점 문이 다시 열리며 밝은 웃음소리가 함께 들어왔다. 풋풋한 젊은 커플이었다. 남학생은 여학생의 어깨를 감싸 안고 있었고, 여학생은 남학생의 말에 뭐가 그리 좋은지 깔깔거렸다. 그들의 웃음소리는 편의점 안에 가득 울려 퍼지며, 공간을 밝게 채웠다. 종혁의 주변을 맴돌던 피로와 짜증의 기운이 잠시 물러나는 듯했다.


“야, 이거 먹고 싶었는데! 오늘 같이 더운 날 딱이다!”


여학생이 아이스크림 코너에서 막대 아이스크림을 집어 들며 말했다. 그녀의 눈빛은 아이스크림처럼 반짝였다.


“그럼 저것도 같이 먹자! 너 이거 좋아하잖아.”


남학생은 웃으며 옆에 놓인 과자 봉지를 집어 들었다. 그들의 대화는 온통 서로에게 맞춰져 있었고, 세상에 둘만 존재하는 듯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연신 미소 지었다. 그들의 눈빛에는 아직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애정이 가득했다.

마치 갓 피어난 꽃봉오리처럼 싱그럽고 무해한 에너지였다.


종혁은 계산을 마치고 편의점 문을 나서며 문득 그들을 돌아봤다. 맑고 티 없는 웃음, 서로를 향한 따뜻한 시선. 박노인의 무례함과 서비스센터 직원의 무관심 속에서, 그리고 슬아의 배려 속에서 잊고 있던 순수한 관계의 아름다움이 그들 속에서 빛나고 있었다. 그들의 다정함은 종혁의 짊어진 삶의 무게와는 전혀 다른, 가볍고 밝은 에너지로 가득했다. 그의 마음속에는 다시금 작은 의문이 피어올랐다.


‘이 세상은 어쩌다 이렇게 화만 가득한 곳이 되어버린 걸까?‘ 이 풋풋한 관계가 부디 세상의 거친 풍파 속에서도 변질되지 않기를, 종혁은 알 수 없는 염원을 담아 그들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았다. 그들의 어깨 위에는 아직 삶의 무거운 짐이 놓이지 않은 듯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무게를 싣는 사람들 2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