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각의 지도

촉각과 사랑의 온도 사이

by 새벽별노리


어렸을 적부터 유난히 피부가 민감했다.

목 뒤에 붙은 작은 조각,

또한 옆구리에 착 달라붙은 채로 공격해 오는

그 까끌거리는 감촉은 늘 불편한 존재였다.



모든 택을 떼고 난 후에야 안심하고 입을 수 있었던 예민함.

예뻐도 소재가 까칠하면 입을 수 없었고, 아무리 비싼 옷을 사도 으레 택부터 떼어버리니 별 수 없이 실크나 부드러운 면 소재만을 선호하게 되었다.


다행히도, 성인이 되고나서부터는 어렸을 때와는 달리 민감함이 둔해졌다. 그렇게 니트도 입을 수 있게 되었다. 부드러운 캐시미어는 보풀이 일기도 했지만 내게는 천국이 따로 없었다.


감사하게도 부모님의 안목으로 어렸을 적부터 값 비싸고 좋은 소재의 옷을 입을 수 있었다.

훌륭한 옷의 질은 물론이고 입고 난 후, 관리와 보관도 철저히 했다.


친구들은 서로 내 옷을 가져가겠다고 야단이었고 혹 옷을 나눠주면, 나를 잘 아는 친구는 가장 먼저

“택 뗐어?”라고 물어보기도 했다.


나는 그렇게 옷을 통해 내게 맞는 부드러운 감촉만을 찾아다니며 살았다. 그건 내게 제1순위의 선택이었고, 타협할 수 없는 예민한 감각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나의 민감한 촉각은 옷에서 끝나지 않았다.

따갑고 거친 말들, 불안한 관계들은 옷의 택처럼 내 마음을 파고들었다. 그래서 나는 자연스럽게,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촉각’을 통해 그 사람의 본질을 가늠하게 되었다.


이성을 만날 때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바로 손을 잡는 순간이었다. 상대의 온도가 나와 맞는지 확인하는 것은 어떤 테스트일지도 모른다.


‘손을 잡는다는 건, 단순히 피부가 맞닿는 것을 넘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깊은 교감이다.‘


차가웠던 내 손에 전해지는 온기는, 상대의 마음이 얼마나 따뜻한지를 말해주는 것과도 같다.


체온이 따뜻한 사람의 손을 잡으면, 나도 모르게 달아오르는 기분으로 안정적인 심박수를 유지하게 하는 것을 느꼈다. 그런 온기가 닿았을 때 비로소 경계심이 풀리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한쪽 손 끝으로부터 반대쪽까지 짜릿한 전율이 오른다.


그리고 마침내 그 어떤 옷보다도 부드러운 감촉을 가진 것을 발견했다. 따뜻한 체온, 부드러운 옷자락, 그리고 마주 닿은 가슴에서 느껴지는 안정감.


바로 사람과의 포옹이었다.


포옹의 순간은 더 특별하다.

이성의 품에 안길 때 느껴지는 부드러운 촉각은 모든 긴장을 풀어주기 때문이다.


심장 소리를 들으며 온전히 안식할 수 있고, 겹겹이 쌓인 옷 사이로도 전해지는 부드러운 촉감은 나를 감싸 안아주는 하니로의 사랑 그 자체인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내게 불편함을 주지 않는 편안함 그 자체였다.

거칠고 날 선 세상 속에서, 찰나의 포옹은 내게 가장 안전하고 따뜻한 안식처가 되어주었다.


어쩌면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맨 것은 옷의 부드러움이 아니라, 타인과 맞닿는 순간의 진정한 편안함이었는지도 모른다. 나의 민감한 촉각은 나를 힘들게 했지만, 동시에 내게 맞는 사람과 관계의 본질을 찾아가는 조용한 지도가 되어주었다.


손을 잡는 온기가 서로의 마음을 연결해 준다면, 포옹의 부드러운 촉각은 서로의 영혼을 엮어주는 듯하다.

따뜻한 품에 안겨 세상의 모든 피로를 잊는 시간. 그 온기와 촉각 속에서 가장 진실된 사랑을 확인한다.


<에필로그>

빗방울이 창문을 두드릴 때

창밖에 비가 내리는 소리가 들릴 때,

너의 품은 더욱 간절해진다.

빗소리가 만들어내는 고요한 배경음악 속에서 너의 품에 안겨 있으면,

세상 모든 소란스러움으로부터 벗어난 듯하다.

빗물처럼 차가웠던 마음도 너의 따뜻한 온기에 녹아내리고, 불안했던 마음은 평온해진다.


포옹은 비바람이 몰아치는 세상 속에서 서로의 피난처가 되어주는 행위이다.

서로에게 기대어 서로의 온기를 나누며,

우리는 세상의 모든 폭풍을 함께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을 얻는다.

너의 품은 언제나 나를 안전하게 지켜주는 든든한 방패가 되어준다.

우리의 포옹은 비 오는 날의 커피 한 잔처럼 따뜻하고 깊은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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