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튀니지 - 카이르완Kairouan
카이르완Kairouan
토죄르에서 아침 8시에 출발 카이르완Kairouan에 도착하니 약 1시경, 작은 나라 튀니지에서는 꽤 먼 거리이다.
카이르완은 670년 당시, 동쪽 시리아에 본거지를 둔 우마이야 왕조의 시디 오크바Sidi Okba 장군이 이끄는 아랍 군이 서쪽의 마그레브 땅에 와서 세운 첫 도시다. 비잔틴 제국의 요새가 있던 자리에 만든 북아프리카에서 가장 오래된 이슬람 도시라고 볼 수 있다. 해안도시인 수스에서 약 1시간 정도 거리에 위치한 도시는 대체로 도시를 해안가에 만들지 않는, 전형적인 아랍 도시의 위치이다.
카이르완을 만든 시디 오크바는 아랍 군을 이끌고 서쪽으로 다시 서쪽으로, 새로운 땅을 점령하고 다시 떠나서 다른 곳을 점령하는 식으로 모로코의 대서양까지 다다른다.
711년에는 베르베르족 출신 장군인 타리크 이븐 지야드Tariq ibn Ziyad는 7000명의 베르베르족 병사들을 데리고 드디어 해협을 넘어 이베리아 반도의 서고트 왕국을 쉽게 점령해 나갔다. 이후 그가 넘은 해협은 타리크의 언덕Jabal al Tariq으로 불리었으며 자발알타리크가 변해 지금은 지브롤터Gibraltar로 부른다.
카이르완을 거점으로 시작한 정복은 머지않은 시간에 이베리아 반도의 거의 대부분을 장악하게 된다.
카이르완을 일곱 번 순례하면 메카를 한 번 순례한 것과 같다는 도시는, 도시의 인프라와 변방 도시의 장점을 갖춘 살기 좋은 지방 도시처럼 여유가 있어 보인다. 들락날락거렸던 대형슈퍼의 물가도 튀니스에 비해 매우 저렴한 편이었다.
마그레브 최초, 아랍인의 침략으로 세웠던 이 도시는, 11세기까지 마그레브의 정치와 학문, 경제, 종교의 중심지였으며, 그 중심에 그레이트 모스크인 시디 오크바 사원이 있었다.
그레이트 모스크Great Mosque of Sidi-Uqba
The Great Mosque는 세계 건축사의 걸작일 뿐 아니라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깊은 북아프리카 이슬람 유적이다. 도시의 형성기였던 7세기에 처음 세워졌던 모스크는 9세기 아글라비드 왕조(800~909) 때 지금의 모습으로 크고 웅장하게 재건축되었다.
9세기 당시 모습으로 남아있는 그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도시의 가장 중요한 명소인 그레이트 모스크는 사실상 대부분의 기둥과 주두들은 Carthage(카르타고)와 Thysdrus(현재의 엘젬) 등, 전 시대 건축물들의 폐허에서 가져온 것이다. 400여 개가 훨씬 넘는, 대리석과 화강암, 매우 귀한 자줏빛의 화성암으로 만들어진 기둥들까지 거대한 사원을 떠받치고 있다. 색깔과 굵기, 조금씩 모양이 다른 기둥들의 행렬이, 햇빛 속에서 리드미컬하다.
도서관처럼 보이는 사무실 안 쪽을 들여다봐도 코린트식 기둥이 천정을 받치고 있는데,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이 곳뿐만이 아니었다. 매끈하지만 시간의 때가 묻은 코린트식 기둥들은 도심 곳곳의 오래된 건축물들에서 자주 발견된다.
안식일이 되면 많은 사람들의 들어와 가득 찰 광장에는 빗물을 모아놓는 지하 우물(저장고)이 있다. 페르시아의 카나트에서 그 영향을 받은 이슬람 세계까지, 물을 아끼는 시스템은 항상 부럽다. 빗물이 가장 중요한 수원인 까닭이기도 하지만, 이들에게 물을 아끼는 생활은 기본적인 삶의 태도이다.
도시의 랜드 마크인 그레이트 모스크의 미너렛minaret은 알렉산드리아 파로스의 등대 모습으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재건축 시기였던 9세기에도 파로스 등대에 관한 이야기는 세계적인 관심거리였을까. 흥미로웠다. 시원한 비율로 3단으로 디자인된 미너렛, 당시에는 사막의 등대 역할을 했겠다.
초기 모스크의 모습 그대로인 사원에 꼭 있어야 할, 발이나 얼굴을 씻을 수 있는 곳은 찾아보니 모스크 건물 뒤에 있는 별채에 화장실과 함께 설치되어 있다.
그레이트 모스크에서 이 도시의 유적지들을 볼 수 있는 통합 권을 구입했다. 이 넓은 메디나의 골목에 들어앉아 있을 이 많은 유적지들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나, 지도를 보며 머리를 굴리던 차에 세면장 구경을 하고 나오니 반가운 가이드 아저씨, 말을 걸어온다.
얼마나 반갑던지, 지금 생각해도 탁월한 선택이었다. 카이르완의 비슷한 골목과 비슷한 외관의 집들 사이에서 지도를 들고 찾아다녔다면, 같은 시간에 반도 못 봤을 것이다. 또 몸은 얼마나 피곤했을까. 때와 장소에 따라서, 동네 가이드들과 적당한 가격에 흥정을 잘한다면 헤매지 않고 짧은 시간에 많은 곳을 볼 수 있다.
Bir Barouta 우물
시디 오크바 장군이 말을 타고 가다가 발견한 샘이라고 한다. 자연스럽게 아랍군의 주둔지였던 곳으로, 사막 한가운데 도시를 건설하고자 했던 시디 오크바는 이 우물의 발견으로 도시개발에 자신감을 얻었을 것 같기도 하다. 메카의 성스러운 젬젬 샘물과 땅 아래로 연결이 되어 있다는 우물은, 도시건설 초기에 주민의 생명줄이었다. 이 도시가 메카와 메디나, 예루살렘 다음으로 여겨지는 성지인 까닭이다.
계단으로 올라가면 알록달록 치장한 낙타 한 마리가 물레를 돌면서 물을 길어 올린다. 낙타가 물을 길어 올린다는 것은, 수원이 매우 깊다는 의미이겠다.
Maison du Gouverneur
메종 뒤 구베르뇌Maison du Gouverneur는 총독의 집이라는 뜻이다. 18세기의 저택으로 지금은 카펫 가게이다.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이슬람 건축물들은 외부에서는 일반 서민 주택과 다를 바 없이 소박하고 담백하며 간결하다.
이 저택도 현관의 로마식 기둥을 제외하면 특별한 느낌이 없어 무심코 골목을 지나가가다가 발견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일단 들어가면, 좁은 느낌이 있지만 구석구석 보석처럼 꾸며진 실내 인테리어는 전시된 카펫이 눈에 안 들어올 정도로 아름답다. 따뜻한 느낌의 나무 조각과 차가운 느낌의 기둥이 북아프리카와 지중해의 문명처럼 잘 어울린다. 카르타지에서 공급된 대리석 로마식 기둥은 이 천 년 가까이 지나면서 이미 튀니지 건축의 중요한 소재가 된 듯, 실내 인테리어에 멋지게 들어와 있다.
작은 매트라도 구입하면 좋겠지만, 진열된 카펫에 관심을 가져주면 입장료는 그것으로 오케이, 여행자에게 강요하지 않는 그들의 마음이 고맙다.
Mosque of the Three Gates
866년에 세워진 이 건축물은 이슬람 건축에서 아주 중요한 곳으로 쿠파체(현존하는 이슬람 세계의 필체 중 가장 오래된 체)가 새겨진 곳으로 3개의 아치는 안달루시아 양식이다.
메디나의 골목
사방 메디나 골목의 끝에는 약 4킬로미터에 달하는 성벽을 따라 4개의 성문이 있는데 모양과 이름이 전부 다르다. 아랍식 도시의 골목을 돌다 보면 또 다른 골목들과 마주치는 작은 광장에는 어김없이 가게가 나타난다. 가게는 사람을 부르는 곳, 마주치는 그들의 다정한 눈빛을 느끼고 싶어서일까, 나는 어김없이 그곳에서 과일 한 봉지라도 사야 한다.
메디나의 미로 같은 골목은 세월을 비켜간 듯 중세의 냄새를 간직하고 있다. 길고 단순한 골목 같지만 어느 순간에 누군가가 튀어나올 것이다. 메디나를 한참이나 쏘다녔던 터라 성 밖에 있는 이발사의 모스크를 가기 위해 택시를 타려고 했던 참이었다. 역시 나타난 참한 아가씨, 방향만 가리켜 주면 될 일을, 가까운 성문까지 데려다주고 심지어는 택시까지 잡아준다.
이발사의 모스크Mosque of the Barber
메디나에서 택시를 타고 오니 잠깐이다. 기도의 효험과 축복을 많이 받는다는 이유로 주민들이 시도 때도 없이 즐겨 찾는 사원이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오늘은 한산하다 못해 휑하다.
시디 사하브는 선지자 마호메트의 절친한 친구로 마호메트의 머리카락 세 가닥을 간직했다고 한다. 전속 이발사였던 그의 영묘가 있는 모스크는 일반적으로 이발사의 모스크라고 부른다. 이름 때문에 자연스럽게 더 관심이 가는 사원이다.
마호메트의 친구로 실제로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을 그가 왜 서쪽 마그레브까지 와서 잠들어 있을까, 드는 생각도 잠시, 서늘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타일로 꾸며진 벽화와 스투코 장식은 “역시 이곳은 안달루시아와 마그레브 땅”이라는 느낌부터 확 풍겨온다. 시원하게 들여놓은 하늘과 모던한 사각형의 회랑에 장식된 타일 문양은 간결한 외양에 화려한 실내장식을 규범으로 하는 안달루시아와 마그레브의 양식 그대로이다.
Aghlabid basins
9세기 아글라비드 왕조 때 지어진 메디나 밖 도시의 북동쪽에 있는 식수 저장고이다. 풍부한 물은 도시가 몇 백년동안 장수를 누리던 이유이다. 이 곳의 수조는 여러 개의 수조(혹자는 50여 개) 중 하나로 수조의 물은 샘이나 우물이 아닌 35킬로미터 도시 밖에서 끌어온 물이라고 한다. 찰랑찰랑한 물이 있는 수조는 가까이 보면 그 형태가 안 잡힐 만큼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