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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루 Oct 16. 2017

자틸루이Jatiluwih, 발리의 밥그릇

# 8월의 발리 - 우붓

 자틸루이Jatiluwih   

  

자틸루이Jatiluwih를 가기로 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라이스 테라스는 구눙까위에서  V자 협곡의 아름다운 논 풍경을 이미 봤으며, 너무 알려졌으나 별로였다는 후기가 많은 뜨갈랄랑 라이스 테라스(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촬영지)에는 가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던 터에 현지인들이 알려준 Jatiluwih는 구미가 당겼다. 들어가는 길이 힘들어 여행객은 별로 없지만, 가족끼리 여행을 하거나 웨딩촬영을 하기 위해 찾는 곳이라고 했다.    


호텔 카자네무아 앞에는 택시들이 항상 상주한다. 가기 전날 오후에 호텔 앞에서 자틸루이와 브두굴 지역을 45만 루피아(한국 돈 4만 5천 원 정도)에 다녀오는 것으로 예약을 했다. 투어비를 너무 깎았나, 했지만 끝나면 5만 루피아를 줄 것이었다.    




몽키포레스트 옆길로 우붓 시내를 빠져나가는데, 트래픽이 항상 있는 시내를 나가는 것만 해도 쉽지 않다. 마을 풍경과 정글이 어우러진 드라이브 길은 아름답지만 엉덩이가 아파올 만큼 멀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우붓에서 북서쪽으로 1시간 40분 이상 간다. 마음속으로 팁 포함해서 55만 루피아를 줘야겠다고 생각할 만큼, 큰길에서 벗어나 오는 차와 비껴가기가 어려울 정도의 좁은 길로 한참을 들어간다.   

  

아름다운 풍경도 지루해질 즈음 모퉁이를 도니 정신이 번쩍 나도록 눈을 시원하게 해주는 아름다운 녹색의 계곡이 나타난다. 마을 입구에서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면 푸르름이 넘쳐나는 세상이 펼쳐진다. 계곡 위에서부터 둥근 계곡을 따라 논 사이를 트레킹 할 수 있도록 길이 조성되어있다. 택시기사는 트레킹이 시작되는 곳에 내려주면서 “1시간 반, 아니면 2시간 후에 만날까”, 하고 묻는다. 어떻게 가늠할 수 있겠는가, 일단 기다리라고 했다.

   

트레킹이 시작되는 길, 메인도로이다.
발리 동쪽의 논 풍경보다 좀 더 완만해진 계곡 풍경


발리를 오기 전에 숙소를 찾으면서 이왕이면 논 뷰(모기가 많을 걸 알면서도) 가 보이는 호텔을 예약하려고 애썼다. 사진으로만 봐도 평화롭고 풍요로운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발리 특히 우붓에서 논은 일상적인 풍경이다. 다운타운의 모퉁이만 돌아가도 논 뷰는 존재하며 특히 레스토랑은 논 풍경이 보이는 곳이 많다. 발리 땅의 26퍼센트가 논이라고 하니 이모작(삼모작이 가능하지만, 한 번은 다른 작물을 재배하거나 쉬기도 한다)만 해도 발리에서 50퍼센트 이상의 논을 경작하고 있는 셈이다.    

 



아무리 물이 풍부한 지역이라고 해도 발리는 지형 자체가 경사가 심해 쌀을 경작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하지만 발리인들은 분화구인 호수에서 깊은 땅 아래로 흐르다가 산기슭에서 솟아나는 물을 끌어들여 쌀 경작을 할 수 있는 논을 만들었다. 지하수로는 물론 지상을 흐르는 물과 산속의 터널, 핏줄처럼 흐르는 간선 수로까지 물 배분과 노동은 수리조합을 통하여 평등하게 이루어진다. 이처럼 한 수원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속한 수리조합을 ‘수박’이라고 한다. ‘수박’의 규칙은 엄격하며 법적으로 인정되고 있다고 한다. 발리인들에게는 지난한 땀과 노력을 수반하는 논 풍경이지만 여행자에게는 평화롭고 더없이 다정한 풍경이다.  


코코넛나무는 평화로운 논 풍경에 생동감을 더한다.


가끔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눈에 띌 뿐 방문객들은 많지 않다. 광활한 공간에서 호젓한 산책길을 걷는 기분이다. 군데군데 위치한 축사에는 잘 생긴 소 두마리씩 들어앉아 있다. 트레킹 루트도 다양해서 택시기사와 만날 약속을 안 하고 트레킹을 시작했으면 온종일 헤매고 다닐 것만 같다. 1, 2, 4시간 트레킹 코스가 있다고 하는데, 제대로 하면 한나절이 걸릴정도로 넓다.


논 풍경 뒤로는 듬직한 바투카루Batukaru 산(2276m)이 버티고 서 있다. 바투카루는 브라딴 화산지역의 외륜산이다. 동쪽에 위치한 낀따마니 화산지역보다 훨씬 오래전에 분화하여 화산지형이 어느 정도 해체된 탓으로 험한 V자 협곡의 느낌보다 부드러워진 계곡들이 모여 너른 들판 같은 풍요로운 모습이 장관이다. 자틸루이Jatiluwih는 진정한 발리의 밥그릇이다.


소들도 수리조합인 '수박'의 조합원이다. 능선마다 있는 축사에는 잘 생긴 소 두마리씩 산다.
논 풍경 뒤로 바투카루산이 보인다.
좁은 계곡옆으로 펼쳐진 논 풍경


브라딴 화산지대와 브두굴Budugul   

  

자틸루이에서 브두굴로 향하는 길은 멀지 않다. 완만한 경사로는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창문을 열면 마치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것처럼 서늘하다. 길 양 옆으로는 빽빽한 식생들이 펼쳐진다. 낀따마니 지역보다 능선이 더 부드러우며 정글이어서 일까, 좀 더 자연친화적인 느낌이 강하다.


Bratan 화산지대는 동쪽에 위치한 낀따마니 화산지대보다 오래전에 분출된 화산지역으로 형형한 화산지형의 기운보다는 짙푸른 녹색으로 인해 생명의 기운이 충만한 자연의 모습이다. 그래서 땅이 비옥한 브두굴 지역은 커피와 각종 채소 재배로 각광을 받는 곳이라고 한다. 발리에 관광객이 늘어날수록 채소는 더욱 많이 소비가 될 것이다. 낀따마니 화산지역과 브라딴 화산지역을 다녀오면 우붓이 왜 발리의 중심지로 발전했는지를 단 번에 알 수 있다.      


   

우붓에서 북서쪽(왼쪽) 자틸루이, 브두굴 지역이 위치한다. 발리의 지형상 왼쪽과 오른쪽은 바로 가기가 힘들다.


다누 브라딴 사원Pura Ulun Danu Bratan    


브라딴Bratan 호수는 이 지역에 있는 호수 중에서 가장 크며 호숫가에 위치한 사원으로 인해 더욱 빛이 난다. 울룬다누 브라딴Ulun Danu Bratan 사원은 1630년경 건립한, 호수 신을 모신 사원으로 발리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사원으로 손꼽힌다. 발리만의 독특한 토착신앙과 혼합된 힌두사원이라고 볼 수 있다. 덴파사르나 우붓과는 거리가 좀 있어서 단체 관광객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많아 메루(탑)와 호수를 배경으로 사진 한 장 제대로 건지기가 힘들다. 사람들은 호수에서 모터보트를 타거나 작은 배 등을 타고 호수를 즐긴다.   



브라딴 호수, 메루가 있는 풍경
사원에 속한 조형물들은 놀랍도록 섬세하며 아름답다.
크레파스로 색칠한 듯한 작은 배들

  

바로 옆에는 짠디구닝Candi kuning 공원도 있으며 호수의 북쪽에는 부얀Bujan, 탐블링안Tamblingan 호수도 있다. 주변의 정글에 있는 넓은 식물원이나 테마파크에서 온종일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북부 로비나나 믄장안으로 넘어가는 길에 들리는 경우가 많다는데 다음에 온다면 하루쯤 이곳에서 묵고 가는 것도 좋겠다.   

  

한 폭의 그림 같은 호수 위에 떠 있는 우주를 상징하는 11층의 메루는, 지금까지 본 메루 중 가장 아름답다.     


우주를 상징하는 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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