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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환히 Feb 06. 2021

이거 파는 거예요?

혼자 일합니다만, 괜찮습니다.


이거 파는 거예요?  




세트 스타일리스트로 3년 정도 일한 후 퇴사를 했고 , 퇴사 후 1년의 세월 동안은 재취업을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를 찾기로 결심했다. 갑자기 '나' 라니? 호기심 가득했던 첫 사회생활에 마침표를 찍을 무렵, 나는 처음으로 회사에서 몸과 마음을 돌보지 못한 채 '일'의 몰두했고, 그 결과 일상이 무너지게 되었다.

그 당시 나의 모습은 내가 아닌 것 같았을 정도로, 거울을 보면 내 얼굴이 내 얼굴이 아닌 것 같은 , 내 눈빛엔 낯선 그 누군가의 살기 어린 눈빛이 느껴졌다. 나는 내가 아는 나의 모습을 찾고 싶었고, 퇴사를 결정했다.


실장님  퇴사하겠습니다



막상 퇴사를 하고 보니 생각보다 할만했다. 퇴사 전엔 오만가지 생각으로 걱정했는데 그 걱정이 무색하게 생각보다 퇴사는 할만했다

세상이 무너질 것 같았는데 세상은 여전히 건사했고 , 당장 굶어 죽을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삶은 풍요로웠다.



 퇴사하고 나니 나에게 넘치는  시간이었다. 마침  시기 본가가 이사를 하게 되었다. 나는 옳다구나 잘됐다는 생각으로  시간을 이사하는  꾸미기에 쓰기로 했다.

지금도 붐이지만,  당시 (2017) 셀프 인테리어가 유행하기 시작했고, 매일 세트를 꾸몄던 나에게 10  되는 방을 꾸미는 것은 용기  만한 도전이었다.  도전은 나에게 #셀프 인테리어 #내방 꾸미기 #오늘의 집이라는  인생의 새로운 해시태그가 선물해줬다.



방을 페인트칠하고, 동대문에 가서 원단을 사서 침대를 꾸미고 커튼을 달고, 엄마의 취향이 아닌 처음으로 나의 취향에 맞는 가구와 소품을 퇴직금에서 꺼내어 방을 채워 나갔다.   내산. 원하는 무드의 조명을 고르고 가구를 찾고 꾸미는 것은  재밌었다.  따듯한 느낌을 원한다면 주광색의 전구를 사야 하는  자연스럽게 주광색과 전구색의 차이를 알게 되었고 벽에 컬러는 화이트보다는 아이보리가 좋다는 것  등등 새로운 배움에 그동안  느꼈던 설렘가득했다. 상상했던 디자인이나 물품이 시중에 팔지 않거나 구하기 힘든 것들은 거의 손으로 직접 만들어 제작했다. 작은 가구부터 패브릭 소품까지.  과정을 블로그에 조금씩 올리고, 인스타그램에도  장씩 사진을 찍어 올리며  순간을 기록했다.

퇴사  걱정했던 것과 달리 나의 백수 생활은 생각보다 자유롭게 날아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나의 자유로운 비행 중 관중이 생기기 시작했다.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인스타그램에 '좋아요'와 팔로워가 늘어나기 시작했고, 네이버 리빙 메인에 소개가 되기도 하며, 오늘의 집, 집 꾸미기 등에 소개가 되며, 잡지사에서까지 연락이 왔다. “

오호 이게 뭐지??” 제안들을 받아들이며, 나의 자유로웠던 자유여행은 가보지 않았던 새로운 세계로 인도해주었다. 처음 해보는 경험들과 매일매일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이걸 어떻게 만들까?라는 생각에 매우 신났다. 그렇게 어느 날은 갑자기 버터를 보고 비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터를 닮은 비누가 있으면 좋겠다! 피곤한 아침마다 이 비누를 보면  ‘귀여움에 피식’  하며 하루의 시작이 조금은 재밌을 것 같았다. 일상의 환기. 그렇게 버터를 닮은 비누를 만들기 시작했다. 방산시장에 가서 비누 만드는 재료를 사고 내 피부에 맞는 원료를 넣으며 수제 비누를 만들었다. 그다음은 패키지 구성이었다. 패키지는 어떻게 만들어야 좋을까? 어떻게 만들어야 똑같아 보일 수 있지? 패키지는 어떤 무드가 어울릴까? 이것저것 시도해보며 만들던 결과물을 인스타그램에 한 장 찍어 올렸다.  



얼마가 지나지 않아 하나에 인스타그램 디엠이 왔다.

"이거 파는 건가요? “

나는 조금 망설였다

 '........’

 그리고  답장을 보냈다.  

“네. 팝니다! “




그렇게 메이드파니는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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