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이루는 사람들

나를 살린 자기 계발 모임과 게이미피케이션

by 마이즈

사업은 접었고 빚만 잔뜩 남은 상황. 자살 충동을 버티기 위해 다니던 정신과에서 내린 처방은 삶에서 자기 자신을 찾으라는 것이었다. 버킷 리스트를 적어보기도 하고 다양한 방법을 찾던 중 모임 모집 글을 발견했다. 꿈을 이루는 사람들의 모임. 소개 글에는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비용도 저렴했고 시간도 짧았기에 부담 없이 나가 보기로 했다. 나 스스로를 돌아보기 힘들다면 타인이 자신을 탐색하는 모습이 힌트가 될 수도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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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나간 모임은 3기. 말하자면 3번째 모이는 자리였다. 리더는 유코치라고 불렸는데, 회사를 쉬는 중이었다. 본업은 라이프 코치, 최면도 배웠다고 하셨다. 모임에 참가하는 다른 사람들도 다양했다. 20대부터 50대까지. 모두가 자신의 꿈을 담은 닉네임을 사용했다. 이대표님, 김작가님처럼 직업적인 성취를 정하시는 분도 계셨고, 사랑님, 요정님처럼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닉네임으로 정하는 분도 계셨다. 내가 추구하는 방향은 무엇인가? 아직은 알 수 없었다. 이 부분을 찾기 위해 온 것이었으니까. 닉네임은 그냥 마이즈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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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은 매주 다른 주제를 가지고 진행되었다. 에니어그램,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 꿈길 지도 그리기, 무의식, 회복탄력성, 고통과 시련 구분하기, 의지력, 습관, 만다라트, 비전과 목표 등. 하나하나 열거하기에는 버거울 지경이다. 때로는 성격이나 트라우마를 다루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타인에게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되었다. 오히려 정신과보다 나았다. 또 다른 좋은 점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는 것이었다. 모임의 성격 상 대부분 선한 분들이었고 무언가를 이루려는 분들이었기에 이야기를 들으며 힘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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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 시간도 의미가 있었지만, 그 보다 중요한 것은 액션 플랜이었다. 다음 모임까지 어떤 액션을 할지 정하고 이를 매일매일 단톡방에 인증하는 방식이었다. 예를 들어 일기 쓰기, 운동하기, 독서하기 등 그 시기에 자신이 해야 하는 것들을 선언하고 매일 인증한다. 이를 서로 지켜보고 응원하며 동기 부여를 받는 것이다. 나는 거의 모든 액션 플랜을 100% 달성했다. 이미 익숙한 루틴이었기에 어렵지 않았다. 마치 기계 같다는 소리를 들었다. 어차피 다 지키는 수준이라면, 굳이 플랜을 정하고 인증하는 것에 의미가 있을까? 물론이다. 다른 멤버들이 나의 모습을 통해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옆에서 열심히 하는 사람이 있으면 조금이라도 더 움직이게 될 테니까. 그들을 응원하기 위해 액션 플랜을 정하고 인증했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모임 주제를 통해 나를 위한 추가 플랜이 생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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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간 모임에 참여하며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은 무너진 멘털 회복에 큰 도움이 됐다. 열정적인 사람들의 곁에 있으면 힘이 나니까. 하지만 힘들게 회복을 하면 무엇하랴.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당시 진행 중이던 재판의 최종 선고일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 날을 앞두고 주변 정리를 했다. (바퀴벌레 재판) 마지막까지 남겨둔 것이 꿈이사였다. 어차피 알게 된 지 오래된 사이도 아니다. 내가 사라지더라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금방 잊혀지겠지. 그러니까 조금만 더 붙잡고 있자. 결국 선고일 이틀 전 주말 모임에서 말을 꺼냈다.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 참가일지도 모릅니다. 감옥에 가게 될 수도 있어요. 그 말을 꺼내는 순간 멤버들이 나를 피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들 덤덤했다. 그럴 리가요. 우리 다음 모임에서 또 만나요. 위로의 말을 건네거나 했으면 오히려 불편했을 텐데. 아무렇지 않게 다음을 기약하고 헤어졌다. 그 주는 액션 플랜을 하지 않았다. 중간에 끊어졌을 때 이 분들에게 영향이 가는 것이 싫었으니까. 다행히 최종 선고에서 징역은 나오지 않았고 나는 다시 모임에서 그들을 만날 수 있었다. 꿈이사는 이 날을 계기로 나에게 조금 더 특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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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버 분들 중에 독서 모임을 나가는 분들이 계셨다. 책을 읽고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이라고 했다. 어떤 형태인지 궁금했는데, 마침 한 분이 새로운 독서 모임을 만든다고 하셨다. 장소도 집 근처라서 참여하기로 했다. 세 번 정도 참가하게 되었는데, 주로 자기 계발과 관련된 책을 다루었다. 독서 모임 구성원 분들의 관심사가 이쪽이셔서 그랬던 것 같다. 성향상 자기 계발서는 잘 맞지 않는 편이라서 독서 모임은 중도 하차했다. 이와 관련된 포스팅을 했더니 게임 시나리오 기획자인 쾌주님이 동네에 다른 독서 모임에 초대를 해주셨다. 나와도 잘 맞았기에 꽤 오래 다녔던 것 같다. 이후 독립 서점에서 하는 독서 모임에도 나가게 되고 트레바리 같은 플랫폼도 이용하게 되었다. 돌이켜 보면 책을 매개로 하는 만남을 처음 경험하게 해 준 곳도 꿈이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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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계발 모임이라서였을까? 여러 강연을 듣고 좋은 내용을 공유하는 분들이 많았다. 어쩌면 미래의 강연자를 꿈꾸는 분들도 있으셨을 것 같다. 어느 날 유코치님이 꿈이사 강연회를 제안하셨다. 연말에 각자 발표 내용을 정리해 와서 사람들 앞에서 강연을 해보자는 내용이었다. 누군가는 이 기회를 통해 꿈으로 가는 첫걸음을 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도 강연 하나를 맡았다. ‘게임처럼 자기계발하기’라는 주제로 정했다. 게이미피케이션에 대한 개념은 많이 알려져 있지만 대부분 마케팅이나 교육에만 활용하고 있었다. 자기 계발에도 당연히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한번 정리해보자 싶은 마음에 정한 주제였다. 강연회 당일. 발표가 끝난 뒤 평생 기억에 남을 피드백을 들었다. 그 한 마디는 나에게 앞으로 걸어야 할 길을 제시해 주었다.


“아이들에게 게임을 못하게만 했는데, 강연을 듣고 나니 좋은 게임은 오히려 권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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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발히 활동하던 꿈이사는 어느 순간 완전히 멈췄다. 세상을 멈춘 그 사건. 코로나19 때문이었다. 모임은 중단되었지만 우리는 온라인 채팅방을 통해 계속 소통했다. 가벼운 인사 정도였지만,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마음이 들었다. 서로 만나지 못한 채 2년이 지난 연말. 유코치님이 오징어 게임과 유사한 초대장을 만들어 배포했다. 그리고 홍대의 작은 공간을 빌려 파티를 열었다. 음식을 먹으며 서로의 근황을 이야기했다. 다른 목적 없이 만날 수 있는 편안한 분들이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그 이후에도 연말 파티를 두 번 더 했고 유코치님이 다른 독서 모임을 개최하기도 했지만 꿈이사 공식 모임은 그 이후로 두 번 다시 진행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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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득, 이대로 모임이 사라지면 곤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연을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그것이 나 하나 만의 생각은 아닐 것 같았다. 고민 끝에 유코치님에게 연락했다. 제가 꿈이사를 맡아도 되겠습니까? 흔쾌히 허락해 주셨다. 혹시 몰라 다른 멤버들에게도 물었는데, 모두 동의해 주셨다. 자기 계발 모임이라니. 스스로 생각해도 나와는 핏이 맞지 않는 것이 명확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모일 구실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렇다고 단순히 봉사하는 마음만으로 모임을 맡을 수는 없다. 그래서는 오래 유지할 수 없다. 나도 이 모임을 통해 무언가는 얻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고민 끝에 수년 전에 했던 연말 강의가 떠올랐다. 게임으로 자기 계발하기. 자기 계발 모임에 게이미피케이션을 접목해 보자. 세상 어디에도 없는 독특한 방식의 모임이 될 것이다. 그 시도 만으로도 어쩌면 게임의 진화에 한 단계 다가설 수 있지 않을까? (맹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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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사 시즌2. 보드 게임을 활용한 자기 계발 모임을 운영한 지 2년이 다 되어간다. 처음에는 모임 준비가 버거웠는데, 슬슬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다. 멤버 분들도 보드 게임을 통해 내면을 바라보는 것에 점점 익숙해져 가고 있다. 최근에는 보드 게임이 아닌 스팀 게임을 활용하기도 했다. 다양한 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고 믿어주시는 멤버 분들에게 항상 감사하다. 사실, 그분들이 이 모임을 통해 얻어가는 것에 있어 나의 역할은 미미하다고 생각한다. 나의 진행이나 주제보다 진심으로 꿈을 향해 달려가는 분들과 함께 뭉쳐 있다는 것에서 활동력이 생기는 것 같다. 이 모임을 다니면서 실제로 공방의 대표가 되신 분도, 교습소를 연 분도 계신다. 전시회에 참여를 하신 분도 있고, 책을 쓰신 분도 있다. 성우가 되신 분도, 뮤지컬 무대에 오른 분도 계시다. 그리고 힘든 상황을 극복한 분들이 많다. 나도 그중 하나이다. 꼭 무언가를 성취하지 않더라도 함께 하면서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다면 그것 만으로도 이 모임은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함께 하는 분들이 떠나시지 않는다면 조금 더 오래 지속하고 싶다. 정말 중요한 것은 모임의 형태나 내용보다 그 구성원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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