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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드맥스 Oct 12. 2024

토드 인 더 홀

- 즐거운 요리생할: 굴속의 두꺼비 대신 담요 두른 소시지

완성분량    4인분

준비시간    15

요리시간    40분

재료    플레인 밀가루 140g/ 계란 3개/ 우유 200ml/ 머스터드 2작은술/ 픽스 인 블랑켓스 8개/ 소금 ½작은술/ 검은 후추 ½작은술/ 식용유 3큰술/ 신선한 세이지, 타임, 로즈메리 조금(생략가능)

식탁에 올릴 때    찐 야채, 그레이비


계량용어: 큰술=테이블스푼 (15ml)/ 작은술=티스푼 (5ml)


1    계란을 깨서 믹싱볼에 풀고, 밀가루와 머스터드, 소금, 후추를 넣어 부드러워질 때까지 섞는다. 우유를 조금씩 추가하며 반죽이 부드러워지고 덩어리가 없어질 때까지 저으며 허브가 있다면 잎을 추가한다.


2    크고 깊은 로스팅 틴이나 베이킹 디시에 식용유를 골고루 바른 뒤 허브가 있다면 잎을 깐다. 픽스 인 블랑켓스를 그 위로 넣고 디시를 흔들어 돌려가며 충분히 기름에 코팅한다.


3    픽스 인 블랑켓스를 넣은 디시를 오븐에 넣고 200°C(팬 180°C/가스 6)로 설정하여 10분 동안 굽는다.


4    오븐에서 베이킹 디시를 꺼내고, 픽스 인 블랑켓스 주위에 빠르게 반죽을 붓는다. 오븐에 다시 넣고 25분~30분 동안 굽는다. 조리 중에는 오븐 문을 열면 안 된다. 잘 구워지면, 반죽이 충분히 부풀어 오르고 짙은 황금빛 갈색이 된다. (충분히 부풀어 올라 요리가 끝난 것 같아 보여도 속까지 단단하게 요리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꺼내거나 오븐의 문을 열면 반죽이 가라앉아 버리고 다시 부풀어 오를 수 없다.)


5    토드 인 더 홀과 야채, 그레이비를 테이블에 올린다.





굴속의 두꺼비 (toad in the hole)라는 이상하고 의심스러운 이 요리에는 두꺼비가 들어가지 않는다. ^^ 이름의 유래는 분명하지 않지만, 소시지가 반죽 위로 나와 있는 모습이 두꺼비가 굴 속에서 머리를 내밀고 먹이를 기다리는 모양과 비슷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추측할 뿐이다. 작명 센스 한번 야무지다.


클래식 버전의 토드 인 더 홀은 요크셔푸딩에 소시지를 넣어 구운 요리이다. 이 레시피는 전통적인 버전의 토드 인 더 홀이 아니다. 나는 BBC good food의 레시피 "픽스-인-블랑켓 토드 인 더 홀 (Pigs-in-blankets toad in the hole)"을 참고했다. 전통적인 버전과의 차이점은 요크셔푸딩에 머스터드가 들어가고 일반 소시지대신 픽스 인 블랑켓스로 요리한다는 점이다.


영국에서는 담요처럼 베이컨으로 감싼 소시지를 pigs in blankets라고 한다. 픽스 인 블랑켓스나 요크셔푸딩은 둘 다 영국의 전통적인 크리스마스 디너 구성에 포함된다. 픽스 인 블랑켓스는 영국에서는 매우 일반적인 재료여서 슈퍼마켓 기성품으로 쉽게 살 수 있다.


나는 직접 픽스 인 블랑켓을 만들어서 요리할 땐 큰 소시지 4개를 베이컨으로 말아 넣고, 기성품을 사서 요리할 땐 8개 정도를 넣는다. 이 요리에서 소시지의 양은 그다지 예민하지 않은 것 같다. 내 취향은 작은 픽스 인 블랑켓이다. 원래 레시피에선 머스터드 파우더를 사용하지만 나는 워낙 머스터드를 좋아해서 페이스트형태로 사용했다. 역시 맛있었다. ^^


토드 인 더 홀은 브로콜리나 당근 등 좋아하는 야채와 그레이비를 곁들여 먹으면 맛있다. 나는 오븐에서 토드 인 더 홀이 요리되는 동안 전기밥솥으로 10분 동안 케일과 콩을 쪘다.



밀가루에 물이나 우유, 계란 등을 넣고 흘러내릴 정도로 아주 묽게 만든 반죽을 바터(batter)라고 한다. 대표적으로 팬케이크나 요크셔푸딩 등의 반죽을 말한다. 나는 이 응용 버전의 토드 인 더 홀 바터에 로즈메리와 타임 잎을 추가했다. 허브가 소시지나 머스터드와 꽤 잘 어울린다.


레시피를 준비하는 동안 토드 인 더 홀을 3번은 구운 것 같다. 요크셔푸딩이 사진 찍을 틈을 안 주고 푹 꺼져 버리거나 소시지가 타 버려서 사용할 사진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결같이 다 맛있어서 다행이긴 했지만, 양이 너무 많아서 요크셔푸딩 재료를 반으로 줄여 감바스팬에 20여분 동안 구워봤다. 둘이 먹기 좋은 양인 것 같다. (바터 2인분량 재료: 밀가루 70g/ 우유 100g/계란 1개/ 머스터드 1작은술/ 식용유 1큰술/ 소금, 후추 조금)


그레이비는 로스트 디너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필수적인 소스이다. 전통적으로는 고기를 구울 때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육즙에 콘 플라워 등을 추가하여 걸쭉하게 요리하고 허브나 야채를 추가해 풍미를 살린 소스이다. 나는 보통 그레이비 과립을 뜨거운 물에 녹여 만들지만, 과립 그레이비가 없거나 다른 버전으로 만들어 보고 싶을 때는 아래 레시피로 직접 만들어서 사용한다.  


간단 버전 그레이비 레시피


완성분량    약 3인분

요리시간    20분

재료    진한 소고기 육수 300ml/ 밀가루 20g/ 버터 20g


1    약한 불에서 소스팬에 버터를 녹여서 밀가루를 추가한 후, 덩어리가 없어지고 타지 않게 계속 저어주며 밀가루를 익힌다.

2    밀가루에서 고소한 냄새가 나고 익은 것 같아 보이면 육수를 조금씩 부어가며 잘 섞는다.

3    소금을 한번 꼬집어서 넣고 모든 재료가 잘 섞여 부드럽고 걸쭉해질 때까지 계속 저으며 졸인다. 원하는 만큼 간을 하며 좀 더 묽게 만들고 싶다면 육수를 추가한다.



나는 육수를 따로 만들지 않았다. 끓는 물 300ml에 Oxo 닭고기 큐브 1개를 녹여 준비했고, 양파를 살짝 탈 때까지 볶아서 약간의 허브와 같이 추가했다. 이 레시피는 Oxo 큐브를 이용한 그레이비 레시피 동영상을 참고하여 만들었다. 그레이비가 더 궁금하다면 Food Lifestyle에서 멜리사 스튜어트가 쓴 기사 'It’s all gravy'를 추천한다. 글 끝에 그레이비 레시피 링크도 있다.




Toad in the hole은 원래 가난한 가정에서 고기를 늘리는 방법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요리 방법 자체가 특별히 독자적이지 않고 복잡한 재료를 사용하지도 않는다. 레시피가 매우 간단하지만 순식간에 그럴싸한 식사가 만들어져서 나는 이 요리를 좋아한다.


Toad in the hole은 18세기부터 소비되었습니다. 이 이름의 유래에 대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지만, 요리는 당시 비싼 고기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저소득 가정에서 개발된 음식이라고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8세기 중반에 시작된 산업혁명은 사람들의 일하는 방식을 영원히 바꾸었습니다. 새로운 기계는 노동을 변형시키고, 생산을 재촉하고, 고용과 이익을 촉진했습니다. 그러나 산업혁명은 또한 근로자들에게 불공평하고 착취적인 노동 조건을 촉진했으며, 파렴치한 고용주들은 그들의 일에 대해 비례하지 않는 임금을 지불했습니다.

당연히 부자는 더 부자가 되었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졌습니다. 고기가 비쌌던 당시, 영국 가정에서는 빈약한 공급에 더 싸고 배부르게 할 수 있는 재료를 더하는 것이 필수적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요크셔푸딩과 같은 반죽 기반 요리의 인기가 높아졌고, 이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가족을 부양하는 일반적인 방법이 되었습니다. 이때 가족들은 반죽 기반 요리에 값싼 고기, 사냥감(비둘기와 다른 가금류) 또는 내장(신장) 등을 넣어 따뜻하고 포만감을 주는 그레이비를 더하면 저렴하고 배부른 식사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토드 인 더 홀이 생겨난 이유라고 생각됩니다.

영어 사전(또는 적어도 기록상)에 toad in the hole이라는 단어는 1787년, 프랜시스 그로즈가 쓴 A Provincial Glossary라는 책에서 처음 등장했습니다. 그로즈는 토드 인 더 홀이 기본적으로 크러스트 속에 삶은 모든 고기라고 정의했습니다. 그러나 이 꾸밈없이 수수한 음식이 가장 중요하게 등장한 것은 1861년으로, 비튼 부인이 쓴 Book of Household Management 에서였습니다. 이 책은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불후의 명성을 떨치게 했습니다. 전통적인 영국식 소시지와 바삭하게 구운 반죽에 진하고 짭짤한 그레이비를 곁들인 것입니다. 유래가 불분명하고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소박하면서도 충만한 고전이 시간의 시험을 견뎌냈다는 것입니다.


- A Guide To Toad In The Hole by Gary Johnson 중 일부 발췌


(참고자료: A Guide To Toad In The Hole by Gary Johnson, Wikipedia: Toad in the hole,  Food Lifestyle 매거진 기사 It’s all gravy, BBC good food 레시피 Pigs-in-blankets toad in the hole, Wikipedia: Pigs-in-blankets)



 레시피들은 영어와 한국어, 두 가지 버전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영어로 글쓰기에 관심이 있거나 영국 식탁에 관심이 있는 분, 한국어에 관심이 있는 잉글리시 스피커라면 목차를 확인하시고 원하는 버전을 읽어주세요.


My recipes are published in both Korean and English. Korean speakers who are interested in British food or writing in English, or English speakers who are interested in the Korean language, please check the contents list and choose the version you pref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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