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 지하철에는 작은 빛들이 반짝인다.
옹기종기 앉아 저마다의 역으로 향하는 꼬불꼬불하고 짧은 머리, 모자를 눌러쓴 머리, 단단히 묶어 집게로 고정한 머리, 덥수룩한 머리의 우리네 어머니 아버지들.
직업이 뭐냐고 여쭤볼 필요도 없을 정도로 지긋한 연세가 되셨지만 여전히 어딘가로 향하고 계시는 그분들의 눈빛은 총총 빛난다.
엄마는 말씀하셨다.
"이 나이에도 일을 할 수 있다는 건 행복이야. 조금씩 벌어서 손주들 오면 용돈도 조금씩 주고 맛있는 것도 해주고. 꼭 돈을 벌어서 좋다는 게 아니야. 그런 걸 할 수 있다는 게 좋은 거지."
그분들은 어떤 기대와 즐거움, 소망을 갖고 계실까 생각해 본다. 물론 그분들의 삶을 마음대로 추측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눈빛들이 내 마음에 잔잔하게 스며들면, 감히 한번 상상해 본다. 저 반짝임에는 손주에 대한 사랑 한 스푼, 오랜만에 만날 친구들에게 밥값을 내가 내겠노라 실랑이하는 정 한 스푼, 자식 내외가 다녀갈 때 잔뜩 실어 줄 과일이며 채소와 같은 넉넉한 마음 한 스푼. 그것들이 담겨 있으리라. 그래서 저렇게 빛나고 있으리라.
가끔 목적도 이상도 잃은 하루살이가 된 듯한 기분이 드는 날이 있다. 그럴 때 우연히 이른 새벽 지하철을 타면, 그분들을 마주하면 삶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누군가에게는 답답하고 지루한 일상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삶의 소소한 낙과 소망을 이루는 과정일 수 있다.
요즘은 일찍 지하철을 탈 일도 없는데 그 눈빛들이 자주 생각난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 모습이 떠오를 때면 마음에 소중한 것들을 한 스푼 한 스푼 얹어 본다. 그러면 일상의 의미가 좀 달라지는 듯하다.